고종 44년의 비원 - 새로 읽는 고종시대사
장영숙 지음 / 너머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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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 출신으로 고종에 대한 연구로 정통한 장영숙님이 쓴 책이라 믿음이 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종과 실제 고종은 어떻게 달랐을까 새로 읽는 고종시대사라 할 만한 책이다. 우리는 흥선대원군이나 명성황후에 대한 이야기나 글은 많이 접했어도 고종의 삶은 어땠을지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지금 현재에도 이조시대의 마지막 후손들이 제대로 된 후손 대접도 못 받고 뿔뿔이 흩어져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곤 했다. 현재는 물론 왕권사회는 아니지만 무엇이든 지나간 역사를 소중히 하는 데에서 우리문화와 우리네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다면 어느 정도의 예우는 해줬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고종의 재위 기간은 조선 시대를 통틀어 영조와 숙종 시기를 제외하고 가장 오랫동안 재위하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열두살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간섭에 오랫동안 시달렸을테고 부인인 명성황후와 친정인 민씨네 일가의 간섭 또한 감내하며 살아야 했을 고종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본 적이 있었는지. 사진으로 본 그는 다소 왜소하고 키도 작고 요즘 외모지상주의의 사람들에게 금방 관심밖의 대상이 되버린 것은 아닐까.. 안타까움이 든다.

 

장영숙씨는 '들어가는 말'에서 고종에 대한 그동안의 생각들을 안타까웠던 생각들을 보여주었다. 44년 동안 그가 겪었던 나라안의 풍파는 그 누구도 겪어 본 적이 없을 터였다. 그는 나름대로 묵언으로 항의하고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하는 등 일본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었던 바로 우리의 왕이었다. 우리의 황제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장영숙씨가 재현해 내고 있다. 흔히 말하는 팩션이 아니라서 더욱 다행이다. 그냥 사료로서 보여진 있는 그대로의 대화나 사건을 기술하고 고종의 숨겨진 기록들을 내비침으로서 올바른 고종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책이다. 더불어 긴박하고 비극적인 우리 고종시대에 대한 사료들도 얻어 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되었다. 흔하지 않은 고종시대에 대한 책으로서 정말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파란의 시대에 비상을 꿈꾸었던 고종,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입을 연다. 결과적으론 어땠을지 몰라도 일단 시도하고 노력하고 애썼던 그의 일생을 이제 바로 마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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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호러스쿨
가비스코 편집부 지음 / 가비스코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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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호러 스쿨이 왔던 날, 이렇게 두툼한 봉지에 담겨진 책과 게임세트!!!!

 

아이들이 꺼내자 마자 환호성을 지르고 재미있어 합니다.

초등학교 딸은 먼저 책부터 읽어보고 ,,,

여섯살 아들은 게임에 들어 있는 카드부터 챙겨 봅니다.

 



본책과 게임이 한 책 가격으로 들어 있었어요. 정말 푸짐해 보이네요. ^^

 

 

 

 

 



책은 귀여운 마법전서 같은 책이었고 아이들 책이라 호러면 어떻하나 걱정이었는데

그런 내용은 아니었어요. 귀여운 마법과 요괴들 이었답니다.

게임은 두 가지로 즐길 수 있어요.

 

- 마법진 룰렛을 돌려 나온 지시사항에 상대방보다 더 알맞은 카드를 내서 점수를 획듣하는 게임

- 요괴카드와 마법서카드를 그림과 색깔이 일치하게 맞추는 기억력 게임으로 즐길 수 있답니다.

 

 

 

 

 



룰렛이 생각보다 정교하게 잘 가지고 놀 수 있게 잘 만들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여러번 해도 끄덕이 없네요.

게임설명서까지 따로 있고 게임의 구성품 모두입니다.

 

게임은 책 내용과 상관없이 따로 그냥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형식이라

너무너무 재미있습니다. 여러번 반복하는데도 자꾸 하자고 하네요.^^

 

 

 

 

 

 



 

본문 내용

 



꼬마 사신인 ’만두’라는 아이가 투명망토를 쓰고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마법진을 타고 마계로 들어 와서 마법사를 찾아서 여행하는 얘기.

- 우리 4학년 딸내미의 설명입니다.^^

그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코믹하고 재미있다고 합니다.

 

 

 

 

 



문제들이 나오는데 초등학교 저학년들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고

유아들은 약간 어려울 수 있다고 하며 아주 재미있다고 합니다. ^^

 

 

 

 

 



이런 식으로 만화로 된 스토리가 진행되다가 문제가 등장합니다.

답도 다음장에 나와서 저학년들은 부모님과 함께 풀어보고 답을 확인하면 좋습니다.

 

 

 

 

 



만두는 모험을 하면서 미이라의 왕자인 뭉치의 아빠를 구해주고 억울하게

갇혀 있는 요괴들을 풀어주려고 하다가 교칙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되었지만

미이라인 뭉치와 구미호인 미호의 도움으로 처벌을 받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마법진의 색깔이 변하고 마법서의 글씨가 사라지면서 마왕이 그만 부활을 하고 맙니다.

과연, 만두는 부활된 마왕을 막을 수 있을까요?

벌써부터 2권의 내용을 궁금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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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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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던 김혜자님의 책이 떠올랐다. 시든 장미꽃에서 떨어져나간 장미꽃잎들이 가슴을 두근 아프게 한다. 이 책의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이 책은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지 그 연쇄적인 고리를 르포 형식으로 고발한다. 2004년 유엔이 세계 어린이들의 노동 착취 사례를 조사하여 발표한 '가내 노동 착취 피해 어린이 1000만' 이라는 보고서만 보아도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 매매가 정말 심각하고 현대판 노예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가끔 시청하게 되는 'W' 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노동에 시달리고 씻지도 먹지도 못하는 어린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아무것도 모르고 Wii 스포츠를 하고 있는 내 순수한 아이를 보면 죄책감마저 느껴진다. 저개발국가의 현실들을 거실에 앉아 있는 내가 어떻게 해결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같은 인간으로서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들은 왜 어린이들을 착취하는가. 부모가 공장이나 일터에 팔아넘기고 아동매춘 영업을 하는 곳에 팔아넘기는 기막힌 현실...그저 몇 푼 얻겠다고...예전 한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나도 악착같이 주먹밥을 어디서든 구해와서 먹이곤 했던 우리네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들은 어떻게 되먹은 인간들인지 하지만 그들이 아닌 이상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우리는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좌절했다... 그들은 처녀가 순결을 잃으면 수치라는 것을 주며 이미 버릴 데로 버린 몸이라 여겨 집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모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 딸의 순결 잃음을 꼬투리 삼아 아무렇게나 대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국가마다 중교적이든 관습적이든 뿌리 박혀 있는 것들도 계몽하지 않으면 안되는 단계인 것이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파란 눈을 가진 남자들이나 여인들이 발벗고 나선 이 책의 에피소드들은 정말 그들을 천사같이 느껴지게 한다. 자신의 생활을 온통 희생하면서 아동들이나 아가씨들을 구출해 내는 그들의 활약에 가슴을 졸이기도 하고 무사히 구출된 사례에서는 나도 모르게 만세를 속으로 외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심각한 나라들에서의 실제 사례를 가명으로 자세히 그 인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쓰니까 마치 백인들은 천사같고 저개발국가들은 저질이구나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 관점의 책이 아니다. 서평으로 짧게 쓰려니 그런 것일 뿐.. 진심으로 세상에 이런 현실을 알리고 쉼터를 만드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싶을 정도로 불쌍한 아이들. 어려서는 허리도 못 펼 정도로 남의집 가정부일로 시달리다가 (불과 일곱살때부터...한창 부모품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랄 나이에..) 좀 더 큰 열한살 열두살때 성폭행을 당하고 업소에 팔려가 감시에 시달리기도 했던 스레이 레앙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가슴이 메어진다. 어떻게 탈출을 해도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또 학대를 당하고 업소에 다니게 되고...불과 열다섯의 나이에 아기를 임신하고 만다. 마침내 하갈 쉼터에 선한 사람의 도움으로 입소하게 되면서 너무 어린 나이부터 착취를 당한 그녀의 참혹한 삶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리고 새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태국이나 프놈펜 같은 곳은 관광지로도 유명한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다. 분노를 넘어선다. 어떻게 국가 차원에서 바뀌어 갈 수는 없는 것일까. 남의 도움없이 자생적으로 이 일들을 타파해야 할 텐데 말이다.

 

남아시아, 우간다, 유럽, 페루, 미국에서조차도 현대판 노예들이 등장하고 아동 성매매가 등장한다. 우간다에서는 순진한 아이들이 마약에 중독되어 소년병으로서 잔인한 일들을 배워간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순결하고 자기 결정을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돌봐주어야 하는데 인간으로서 아이들에게만큼은 그런 일들이 없게 해야 할 어른들이 자행하는 이런 일들...정말 가슴이 답답하다. 그래도 세상에서 이들에게 빛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모든 이야기들의 이야기이다.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이런 비극들이 멈추는 날은 언제나 올까...제발 우리나라에서만이라도 그런 나라로의 섹스 관광부터 법으로 강력하게 처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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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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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투쇼의 이재익 PD는 라디오 시청을 하게 되면서 저절로 이름만 들어본 사람. 그런데 그가 작가였다니 처음 안 사실이었다. 이 책의 띠지에 컬투쇼의 작가가 선사하는 이야기라고 쓰여 있는 게 아닌가! 카시오페아 공주의 그림으로 어울려 보이는 아름다운 소녀가 쉬잇~ 하고 입술에 손을 대고 있는 만화체의 일러스트는 정말이지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특히 눈동자 색깔이 신비로웠다. 책을 먼저 휘 둘러보자 이 신비로운 아름다운 구체관절 인형처럼 예쁜 그림들이 모두 한 일본 사람의 컬렉션이었다. 시오리 마츠모토의 2006년 작품. 바로 저 표지의 그림은 <비밀약속>...이 책의 첫 단편인 '카시오페아 공주' 의 내용과 정말 절묘하게 부합되는 제목과 그림이었다.
 
어딘지 비밀스러운 이 책...한번 읽어보자. 1975년생이면 서른 여섯살이다. 첫번째 단편 카시오페아 공주의 주인공도 서른 여섯살의 남자 미연이 아빠 희준이다. 5년전 아내를 강도에 손에 잃은 남자. 다행히 첫돌된 딸은 외가집에 맡겨져 있었고 오붓이 둘이 비슷한 시간대에 퇴근을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들어갔던 아파트에서 그만 강도의 칼에 찔리고 만 것이다. 아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고 장모님과 부모님의 도움으로 미연이를 이쁘게 키우고 있었다.
 
약사인 아버지는 성실한 성품으로 돈을 모아서 강남의 4층짜리 건물과 아파트를 한 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부자가 되었지만 아내에게 벤츠를 선물하고도 자신은 전철만 타고 다니고 강남에서 세를 놓으면서도 몇년 동안 세를 올리지 않는 것으로 부처처럼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한 집안..
 
미연이의 유치원 선생님을 만나게 된 희준은 아내가 죽은 뒤로 처음으로 여자에게 끌리게 된다. 아내를 죽게 만든 강도를 꼭 처단하고 싶어서 이종격투기 선수까지 된 희준은 밤에 경기가 있는 날에는 강한 파이터이다. 트레이너인 형은 알 수 없는 슬픔에 가득한 사람..둘은 의기투합하여 지금에 이르렀고 최고의 트레이너이자 큰형과도 같은 사람이 되었다.
 
유치원 선생님의 정체는 외계인. 카시오페아의 다섯번째 별에서 왔단다. 몇 달 뒤면 우주선이 자기를 데리러 와서 떠나야만 해서 유치원도 그때쯤은 그만두어야 한단다. 이 사실을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너무나 진지한 지혜씨는 이후에 희준의 아내일도, 산에서 실족한 아버지를 찾는 일도, 말을 못하는 이모부의 병수발을 하는 이모에게 이모부가 미안해 하고 있더라는 말을 전해주는 것도,  딸인 미연이와 코타키나발루에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던 것도 모두 알아맞춘다. 지혜의 정체는 정말 뭘까. 알 수 없는 감정에 서로는 사랑하게 되지만 희준은 아내의 범인에게 집착하고 지혜의 능력으로 범인을 알려달라고 하는데...
 
정말 지혜가 떠난 날 광화문에선 유에프오가 출몰했었다. (이 부분 정말 기사에서 본 기억이 난다. 아마도 작가는 이 사실에서 소설의 줄기를 찾지 않았을까..)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였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만이 알 수 있는 일상의 묘사라든가 개인간 대화들이 참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재미로 쓴 글이 아니라 소설가 이재익이 맞았다. 다른 작품들, '섬집 아기'는 마지막에 호러같은 섬뜩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소설이었고 '좋은 사람'은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이 실감나는 연쇄살인범에게 쫓기게 되는 운명을 가진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였다. 모두 어려움에 처하는 사람들의 옆에는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마지막 희망의 메세지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소설이 무조건 어둡지만은 않다. 정말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집이었다. 이재익..그를 기억해 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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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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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저자는 강세형이라는 이름을 가진 라디오 작가이다. 그동안 김동률이나 테이, 이적과 같은 유명 가수이자 디제이들과 같이 작업했던 작가였단다. 나이가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책내용으로 보아 서른을 넘긴 나이 같았다. 같이 나이들어가는 세대여서 살짝 반가웠고 더 공감이 가게 되었다고나 할까. 제목을 보고 끌려서 책을 들기는 했지만 혹시나 별로일까봐 걱정을 했던 것은 이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몇장만 읽어야지 했는데 그새 술술 반이 넘게 읽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만이 그러한 것은 아니구나..하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묘하게 위로받는 느낌을 받게 한다. 어떻게 이런 것까지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게 감정의 세밀한 묘사라고 할까, 그 어떤 상황을 기억하고픈데 다음날 아무리 기억해내려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아 낭패를 볼 때 바로 그런 상황을 정확히 기재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너무나 놀랍고 즐거운 경험적인 책읽기였지만 반대로 샘도 났었다. 나는 왜 이런 글솜씨가 없는 걸까. 왜 이런 기억력이 없는 걸까 하고..

그런데 몇 페이지도 지나지 않아 그녀도 도무지 머리를 짜내도 글을 쓸 수가 없어서 절망에 빠져 커피만 연신 마시고 밤을 샜다는 대목을 읽으니 그녀도 그랬었구나...하는 안심이랄까. 역시 동질감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조금 슬퍼지고 말았다. 너무 딱딱해져 버린 내 마음. 사랑도 그리움도 아픔도 품어본 지 너무 오래됐구나 싶어서. 넘쳐나는 세상의 사랑 이야기가 어느새 모두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듯 싶어서.(25P)

 

이 부분도 내 얘기 같았다.

 

'어제 저녁에 내가 뭘 먹었더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나질 않고 방금 몇 번이나 되뇌며 외웠던 누군가의 이름이 돌아서자마자 아 까먹었다, 생각나지 않을 때.

"나도 이젠 늙었나봐. 그래도 어렸을 땐 꽤나 총명하단 얘기도 듣고 그랬는데 갈수록 머리가 나빠져." 이런 푸념이 절로 새어나오는 순간, 그런데 언젠가 한 선배가 그렇게 투덜거리던 내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갈수록 무언가를 기억하는 게 어려워지는 건 우리가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팔을 스치는 바람에서 가을이 느껴지자마자 나는 제일 먼저 긴팔 옷을 찾으려 옷장을 뒤졌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옷이 없는지. 도대체 나는 작년 가을에 무슨 옷을 입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거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아주 오래전에 입었던, 이젠 낡아서 더 이상 입을 수도 없는 그 옷만은 선명히 기억났다.

"어? 오늘 예쁘게 입고 나왔네?" 그 말과 함께 빙긋 웃어 보이던, 그 사람의 얼굴과 함께.(42p)

 

나도 그렇다. 초등학교 4학년때 엄마와 함께 내 옷을 사러 갔던 길, 나는 이 옷을 사고 싶었는데 엄마는 얼굴이 어두워 보인다며 내가 사고픈 원피스 대신에 평범한 옷을 사주셨을때. 그 사고 싶었던 원피스가 아직도 선명히 기억났다. 해지청 옷감으로 된 원피스...그리고 중학교때 조다쉬에서 돌청바지와 주황빛 체크 반팔을 사서 친구들의 눈길을 느꼈을 때. 바로 그 옷이 마치 어제 입었던 옷처럼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정작 작년에 입었던 옷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옷에 관심없고 만화책을 좋아하고 늦잠 자는 것을 좋아하고...다른 독자들보다 더 저자와 비슷한 성향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반한 책일지도...하지만 다른 독자들도 아하 하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책일 것이다. 그래서 더 멋지고 신기한 책이다. 마치 누가 읽어도 내 얘기 인 것처럼,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독자들도 그렇게 느낄까? 갑자기 궁금해져온다..

 

아, 작가도 이런게 궁금할 때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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