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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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투쇼의 이재익 PD는 라디오 시청을 하게 되면서 저절로 이름만 들어본 사람. 그런데 그가 작가였다니 처음 안 사실이었다. 이 책의 띠지에 컬투쇼의 작가가 선사하는 이야기라고 쓰여 있는 게 아닌가! 카시오페아 공주의 그림으로 어울려 보이는 아름다운 소녀가 쉬잇~ 하고 입술에 손을 대고 있는 만화체의 일러스트는 정말이지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특히 눈동자 색깔이 신비로웠다. 책을 먼저 휘 둘러보자 이 신비로운 아름다운 구체관절 인형처럼 예쁜 그림들이 모두 한 일본 사람의 컬렉션이었다. 시오리 마츠모토의 2006년 작품. 바로 저 표지의 그림은 <비밀약속>...이 책의 첫 단편인 '카시오페아 공주' 의 내용과 정말 절묘하게 부합되는 제목과 그림이었다.
 
어딘지 비밀스러운 이 책...한번 읽어보자. 1975년생이면 서른 여섯살이다. 첫번째 단편 카시오페아 공주의 주인공도 서른 여섯살의 남자 미연이 아빠 희준이다. 5년전 아내를 강도에 손에 잃은 남자. 다행히 첫돌된 딸은 외가집에 맡겨져 있었고 오붓이 둘이 비슷한 시간대에 퇴근을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들어갔던 아파트에서 그만 강도의 칼에 찔리고 만 것이다. 아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고 장모님과 부모님의 도움으로 미연이를 이쁘게 키우고 있었다.
 
약사인 아버지는 성실한 성품으로 돈을 모아서 강남의 4층짜리 건물과 아파트를 한 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부자가 되었지만 아내에게 벤츠를 선물하고도 자신은 전철만 타고 다니고 강남에서 세를 놓으면서도 몇년 동안 세를 올리지 않는 것으로 부처처럼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한 집안..
 
미연이의 유치원 선생님을 만나게 된 희준은 아내가 죽은 뒤로 처음으로 여자에게 끌리게 된다. 아내를 죽게 만든 강도를 꼭 처단하고 싶어서 이종격투기 선수까지 된 희준은 밤에 경기가 있는 날에는 강한 파이터이다. 트레이너인 형은 알 수 없는 슬픔에 가득한 사람..둘은 의기투합하여 지금에 이르렀고 최고의 트레이너이자 큰형과도 같은 사람이 되었다.
 
유치원 선생님의 정체는 외계인. 카시오페아의 다섯번째 별에서 왔단다. 몇 달 뒤면 우주선이 자기를 데리러 와서 떠나야만 해서 유치원도 그때쯤은 그만두어야 한단다. 이 사실을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너무나 진지한 지혜씨는 이후에 희준의 아내일도, 산에서 실족한 아버지를 찾는 일도, 말을 못하는 이모부의 병수발을 하는 이모에게 이모부가 미안해 하고 있더라는 말을 전해주는 것도,  딸인 미연이와 코타키나발루에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던 것도 모두 알아맞춘다. 지혜의 정체는 정말 뭘까. 알 수 없는 감정에 서로는 사랑하게 되지만 희준은 아내의 범인에게 집착하고 지혜의 능력으로 범인을 알려달라고 하는데...
 
정말 지혜가 떠난 날 광화문에선 유에프오가 출몰했었다. (이 부분 정말 기사에서 본 기억이 난다. 아마도 작가는 이 사실에서 소설의 줄기를 찾지 않았을까..)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였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만이 알 수 있는 일상의 묘사라든가 개인간 대화들이 참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재미로 쓴 글이 아니라 소설가 이재익이 맞았다. 다른 작품들, '섬집 아기'는 마지막에 호러같은 섬뜩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소설이었고 '좋은 사람'은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이 실감나는 연쇄살인범에게 쫓기게 되는 운명을 가진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였다. 모두 어려움에 처하는 사람들의 옆에는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마지막 희망의 메세지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소설이 무조건 어둡지만은 않다. 정말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집이었다. 이재익..그를 기억해 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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