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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아스와 수호천사 ㅣ 읽기의 즐거움 2
수산나 타마로 지음, 우테 크라우제 그림, 유혜자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마르티나의 이야기를 읽고 마르티나의 답답한 마음과 땅에 떨어진 자의식과 자꾸 상상의 친구를 만들어 내어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이 강아지가 되는 생각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걱정되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이 이야기에 푹 빠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더운 방학기간 동안에 아이들과 더 붙어있게 되니까 아이들에게 자꾸 소리지르고 특히 첫째딸아이에게 왜 그렇게 말을 못 알아듣느냐고 왜 항상 멍한 얼굴이냐고 막말을 했습니다. 요즘의 나의 생활도 정말 이상합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마르티나의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부정하고 싶지만 일부분 비슷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마르티나의 마음과 행동에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나의 딸아이도 속으로는 엄마의 잔소리와 큰소리를 들을때마다 다른 일을 생각하며 회피하려고 점점 더 반응이 느려지는 것은 아닐까. 겁이 덜컥 났습니다.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든 것입니다.
어떤 육아서를 보아도 그때뿐입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을 그린 이 한편의 동화가 나를 일깨워 줍니다. 마르티나의 생각- 부모님이 차라리 내가 태어나지 않기를 바랬던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그의 부모가 물건을 집어던지며 엄청난 싸움을 하고 잠시 둘 다 못살겠다며 집을 나간 사이에 마르티나는 밤나무의 음성을 듣고 집에서 가출을 합니다. 전래동화에서 엄지공주를 버렸는데 다시 집으로 찾아온 엄지공주를 보고 부모가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고 따뜻하게 키웠으므로 너도 집을 나가보라는 밤나무의 지원에 힘입어서요- 학교에서도 영점만 받고 친구들은 바보라고 놀리고 부모들은 왜 저렇게 답답하냐고 서로 당신을 닮은 것이 아니냐고 막말을 할 때의 마르티나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물론 아빠는 실직자였고 엄마는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 싶었던 여자였습니다. 그 부모는 자신들의 문제만으로도 힘든데 딸까지 자신들을 괴롭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적인 마르티나의 반응이 없어도 이 동화를 읽다보면 그 아이의 슬픔이 느껴집니다. 너무 추워서 발효가 되어 따듯한 쓰레기통에서 잠을 자려던 마르티스는 정신이상자인 트룰라 부인에게 목숨을 건져(음식쓰레기통을 아침에 분쇄하는 차로 바로 던져버리므로) 이 부인과 같이 있었지만 토끼 아토스 덕분에 이 집에서 나갈 생각을 합니다, 마침 그때 사회복지사가 경찰과 함께 마르티나를 구출하러 오고 마르티나는 도망을 가고 맙니다. 마르티나는 지하철 앞에서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합니다. 전세계 어린이 중에서 아마 유일할 것입니다. 자신의 수호천사를 만난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수호천사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수호천사가 있다는 믿음은 마르티나를 안심시키고 그녀는 결국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게 됩니다. 부모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경찰서에서의 행동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초췌하게 마르티나를 찾기 위해서 백방으로 돌아다니고 전단지를 뿌리고 다녔던 지난 며칠은 아마 지옥이었을 것입니다. 마르티나는 만난 순간 엄마는 으스러져라 껴안고 아빠는 구석에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웁니다. 다행입니다. 마르티나는 그렇게 막장인 부모를 가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번 기회로 그 부모는 크게 변화할 것을 느낍니다. 할아버지는 왜 안 오셨을까요? 그것도 책의 말미에서 모두 의문이 풀립니다. 아이의 책으로 인해서 어른인 내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변화의 첫 단계를 맞이했습니다. 내일부터라도 당장 큰소리부터 줄이고 조용히 말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말을 먼저 들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