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파는 아이들 문학의 즐거움 37
린다 수 박 지음, 공경희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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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사금파리 한 조각>으로 뉴베리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인 린다 수 박. 그래서 그녀의 이름을 다시 만나고는 매우 반가웠다.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이 새 책을 낸 것처럼 그렇게 뿌듯한 느낌이랄까. 사실 이 책을 받자마자 바로 읽었었는데 이제야 리뷰를 써본다. 6학년 딸아이도 단숨에 읽고 눈물을 글썽거렸던 저력의 작품이다. 개암나무의 책들은 읽기의 즐거움은 저학년에서 중학년용 문고이고 문학의 즐거움은 고학년부터 성인까지 읽어도 생각거리를 줄 수 있는 조금 쉬운 청소년 소설들인 것 같다. '문학의 즐거움' 중에서 처음 읽어본 이 책은 정말 이 시리즈를 계속 만나고 싶게끔 만들었다.

 

수단이란 곳에 대해선 이전에 무지했었다. 아프리카의 나라이고 내전중이라는 것 밖에는..사실 수단은 남수단 북수단 합쳐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라고 한다. 이태석 신부님을 기린 다큐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서 수단이라는 곳을 조금 더 가까이 접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2008년에 하루종일 물을 뜨러 다니는 남수단의 소녀인 열한 살 니아의 이야기와 1985년 역시 남수단에서 내전을 겪게 되는 소년 살바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시작된다. 아프리카에서 부유하게 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물이 귀한 기후도 그렇지만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하게 살고 있다. 완전히 원시적이지도 않고 완전히 현대화되지도 않은 곳에서 살바는 그래도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아버지는 부유한 편이었다. 소를 많이 쳤고, 마을의 판사로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코카콜라를 마셔본 거의 유일한 소년이 살바이기도 했다.

 

그랬던 살바의 마을에 반군이 들어온다. 살바의 이야기를 통해서 1983년부터 시작된 내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정부의 근거지인 북부와 남부 출신의 반군들이 정부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 내전은 아이들을 끔직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했다. 소년병이 되기도 하고 소녀들은 강간을 당하고 반군들의 첩이 되기도 하고. 살바는 목숨을 걸고 전쟁통에 가족을 잃고 반군에 잡히기도 했다가 난민 캠프로 들어가기로 한다. 기적적으로 삼촌을 만나 같이 가던 중에 삼촌은 결국 목숨을 잃고...수단에서 에티오피아의 난민 캠프로 가기 위해서 악어가 득시글한 강을 건너기도 하고 죽음의 사막을 건너기도 한다.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의 문고본이지만 너무나도 절박한 상황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잘 썼다. 가슴이 아프다. 잔인하지 않으면서도 절절히 이들의 아픔을 매우 잘 그려내고 있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2008년의 니아의 이야기도 있다. 하루종일 더러운 물을 긷기 위해서 8시간씩 걸어서 물을 떠와야 하는 소녀 니아의 이야기도 너무나 가슴아프다. 한창 뛰어놀고 장난치고 배우러 다닐 나이에...다섯살난 여동생을 데리고 가라는 엄마의 말에 동생은 너무 힘들거라고 해도 엄마는 "이제 그 아이도 배울 때가 되었다" 는 냉정한 말을 한다. 세상에 다섯살이면 아직도 아가가 아닌가. 그 어린 아이를 데리고 몇시간이 걸리는 곳으로 물을 뜨러 갔다오라고? 이들에게는 모정도 먹고 살아나서 남은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만 하는 생존의 갈림길에서는 그닥 따스하게 피어오를 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마무리가 되고 다행히도 새드 엔딩이 아닌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희망은 저 구석에 숨어있을 지라도 언젠가는 튀어나온 다는 것을.. 1985년과 2008년의 만남은 정말로 가슴 벅찬 이야기였다. 딸도 이런 결말은 처음이라며(초등학교 6학년이니 얼마나 신선한 결말이었을까) 오랫동안 가슴 아파하며 한편으로는 잘 써진 문학작품을 읽고 나서의 여운을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너무나 편하게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과 자녀들...힘든 일도 견뎌낼 줄 알아야 하고 세상에는 아직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굶주리고 다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알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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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세요, 당신의 가치는 무한대입니다
스미 레이주 지음, 최종호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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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를 찾는 56가지 레슨. 이런 류의 책은 많이 읽어서 도움이 될까 싶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읽어나가자 오호 이거 참 좋은데? 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데?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내 책에 빠져 들었다. 스미 레이주라는 인물에 대해서 궁금해서 책 뒤 저자소개를 읽어보니 꽤나 간략히 나와있다. 미국최면협회에서 인정한 최면요법사이자, 일본커리어개발협회 인정 경력 개발 전문가로서 삶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며 개인 심리 상담부터 강연 워크샵까지 진행하며 2004년부터 시작한 메일 잡지 '자신이 좋아지는 멘탈 뷰티 트레이닝'으로 아마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게 된 것 같다. 정신분석의나 정신과의사의 책이 아니라서 덜 전문적이면서 순전히 나에 대한 생각속으로 침잠하게 해주는 책이랄까. 정말 좋았다.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정말 많은 고민과 깊은 내면의 생각 끝에 내린 결심등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밀어 붙이는 것(물론 사회규범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령, 학교 앞 신호등이 없는 짧은 횡단보도에서 혼자 건너가는 아이들이 많은데 아직도 차로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데려오느라고 차를 많이 주차하는 학부모들과 학원차량들이 있다. 그들은 건널목이 짧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그러겠지만 차를 대고 빼느라 유턴을 하며 중간에 천천히 차를 빼는 중일땐 아이들의 시야가 탁 가려져 버린다. 오는 차를 못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신호등이 없으면 일단멈춤을 하다고 운전면허를 딸 때 배웠는데 그런 차량은 거의 없다. 그냥 오는 속도로 지나가 버린다. 아이들이 이렇게 오는 차량을 다른 차량 때문에 못 보고 그냥 냅다 뛰어서 건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아무도 나와 같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학교에서 차를 가져오지 말라고 가정통신문을 보내지도 않고 녹색어머니회마저 그 장소에는 서지 않는다. 얼마전 비오는 날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를 쳤던 '운동장김여사' 사건을 모르는 모양인지...누구 하나 다쳐야 고칠 것인지...지금 교장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야 할지 구청에 말을 해야할지 혼자서 가끔 고민을 한다. 이런 고민을 거쳐서 결정을 내린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하겠지. 그것이 바로 나만의 밀어붙임이겠지.

 

이런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을 위하는 이런 일일때는 나만의 의지라 하더라도 밀어붙일 수 있는 것. 이것이 나에게는 필요한데 생각으로만 그칠 때가 많다. 남의 이목이나 남이 뭐라고 한마디만 해도 의지가 바로 약해지곤 하는 나의 성격...을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은 위로를 받고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당신의 가치는 무한대라는 사실, 이렇게 시작하기 딱 좋은 날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작은 고민을 통한 큰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다. 포기할 것과 포기하지 말 것을 알게 해주었다. 할 만큼 했으면 결과는 하늘에 맡기라는 이야기에 위안을 받았다. 이러한 56가지 레슨은 얇지만 큰 힘을 주는 책이다. 자존감이 떨어질때 자신감이 없을때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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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 우리가 알고 있던 만들어진 아프리카를 넘어서
윤상욱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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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우리가 아는 아프리카는 어떤 것인가. 우리는 과연 아프리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굿네이버스등의 구호기관등에서 보게 되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의 처절한 배고픔. 더러운 물을 마셔야 하며 그 물로 인해 기생충에 감염되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음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한비야씨 덕분에 알게 된 후로 문화방송의 일밤에서 단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것이나 아프리카 아이들의 입을 빌린 청소년 소설들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전부이다. 우리나라의 뉴스에서는 의외로 아프리카의 실상이나 전쟁등에 대해서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아프리카는 제대로 아는 것일까. 그런 물음에서 나온 책이 아마 이 책일 것이다.

 

이 책은 외교관인 저자가 쓴 책 치고는 매우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인문학적이기도 하다. 다소 놀라서 다시 저자의 이력을 읽어보니 서울대학교에서 서양사를 전공하고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공정정책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서양사를 전공하였으므로 문과출신 특유의 단아한 문체가 돋보인다. 개도국 개발문제를 담당하게 되면서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재 주세네갈 한국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외교관이기 이전에 역사학도인 저자의 눈으로 아프리카의 의외의 구석구석을 짚어주고 있다. 가령 아프리카인들이 문자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오해에 대해서 게즈어가 들어간 사진자료등을 첨부하며 사하라 이남의 대표적 문자 체계인 에티오피아 문자는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게즈어나 암하라어로 된 종교문학(성경 창세기)등을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자보다는 후손에 전승되는 구전 즉 이야기꾼인 '그리오'라는 문화를 더 선호했다고 한다. 게다가 아프리카 대륙이 지도상에 그려지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메르카토르 세계지도는 남반구에 있는 아프리카 대륙을 실제보다 훨씬 축소시켜 보여준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수많은 부족과 언어가 얽혀서 대립각을 많이 세우기도 하는데 그래서 아프리카인들에게 지도상으로만 아프리카인이냐고 물어보면 실제로는 아프리카인이 아니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인이기를 부정하는 아프리카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서구에서는 이런 아프리카인들을 일찌기 인간적으로 보지 못하고 마치 동물이나 짐승을 보듯이 하여 노예를 삼거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구경꾼으로서 그들을 대하는데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으로 너무나 고통을 받게 된 아프리카인들...특히 어린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이미 지난 역사이지만 지금도 남몰래 인신매매나 노예상인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유독 아프리카에는 독재자가 많다. 이미 내전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아프리카 곳곳에서 자기배만 불리려는 독재자반군이나 혹은 독재자 왕권으로 인하여 국민들만 죽어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역사학도로서 이러한 아프리카의 역사와 세계 각국에서 발견되는 여러가지 노예사례들을 통해 이 책의 한장한장, 엄청난 이야기들로 채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다 읽고나서도 가슴이 답답한 것이...그토록 신앙심이 투철한 그들에게 왜 그토록 많은 시련들 (자연재해, 가뭄, 더러운 물, 기아, 전쟁 등등등..) 이 있는지 지구의 한쪽편에서는 음식이 남아돌아 버리는데 한쪽에서는 밀가루 죽조차 없어서 죽어가는 아이들이 누구의 잘못 때문인가. 방송을 통해서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하고 그들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 출발하고 그 곳에서 아파했던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돌아와서 그 무엇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아파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느낌이 바로 그랬다.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아프게 읽었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도대체 아프리카는 어떻게 살아날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 것인가. 그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들의 지배자가 바뀌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인 것 같다. 그래도 희망은 언제나 맨 밑바닥에 판도라의 상자에 남겨져 있다. 그 희망을 믿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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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는 왜 엄마를 울렸을까? - 찾아라! 생활 속 숨은 경제
석혜원 지음, 김진이 그림 / 풀빛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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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의 아동도서들은 너무 좋지만 이번 책도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둥글둥글 지구촌 시리즈에서도 눈에 익었던 석혜원님이 쓴 책이라 더욱 반가웠다. 역시나 깔끔하고 예쁜 삽화가 눈길을 끈다. 이번 삽화는 김진이님인데 책구성도 이번 책도 역시 깔끔하고 한눈에 잘 볼 수 있도록 잘 편집되어 있어서 한챕터 한챕터 읽는 재미가 있다. 장바구니는 왜 엄마를 울렸을까? 라는 재미있는 제목에 일단 호기심을 가져본다.

장바구니 가정경제교육 밥상머리교육 모두 작은 경제활동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나 상황들을 소재로 삼고 있어서 아이들이 아하 그래서 이렇구나 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번 책에서도 재래시장, 백화점, 대형마트, 과수원, 공장, 은행등을 마치 직접 찾아가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경제활동들을 구경하고 재미나는 상식들을 배울 수 있었다. 백화점에서는 창문이나 시계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유리와 거울이 많아서 고객의 시선을 제품에 쏠리게 만들고 시간을 잊게 만든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칸막이가 없는 물건들을 나열하고 저렴한 것으로 고객의 발을 붙들어 좀 더 비싼 매장을 둘러볼 수 있게 한다. 좌측통행이면 왼쪽에, 우측통행이면 오른쪽으로 진열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문화센터나 식당가가 높은 곳에 있는 이유를 '샤워효과'며 '분수효과' 라는 재미있는 용어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1층에 화장품이나 악세서리등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배치하는 이유도 쉽게 알 수 있다.

 

백화점의 역사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고 대형 마트의 유래라든가 계산대에 껌등을 파는 이유등 실생활에서 아이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에 대한 내용도 물론 자리잡고 있다. 소비란 돈을 내고 누군가가 생산한 것을 사용하는 활동이라는 전제하에 여러 가지 소비활동을 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재래시장이며 과수원, 공장, 은행에서의 일들과 상식이며 세계 무역과 세무서에 대한 내용까지 담고 있는데 '아동용 경제원론' 같은 느낌이다. 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을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었었는데 이 책은 초등학생용으로서 아주 훌륭한 경제서이다. <찾아라! 생활 속 숨은 경제>라는 부제가 딱 알맞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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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은 렌탈 로봇 읽기의 즐거움 7
다키이 사치요 지음, 미키 겐지 그림, 김보경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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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나무의 읽기의 즐거움 시리즈는 정말로 읽기의 즐거움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에서 벌써 서너권을 읽어보았는데 모두 재미와 감동이 살아있는 아동문학들이었다. 이미 시공사나 비룡소등에서도 아동문학들이 많이 나왔지만 깔끔한 표지의 눈이 편한 개암나무의 편집은 어른인 내게도 술술 읽히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책 판형도 시원시원하다.

 

이 책은 6학년 딸이 가장 먼저 읽었고 다 읽은 다음에 "엄마, 너무 재미있어. 그런데 동생(1학년)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이런 말을 했었다. 아 뭔가 어려운 책인가 보다 하고 있다가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는데 이럴수가. 이렇게 아동문학에 푹 빠져서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쉼없이 읽고 난 후에 그 찡한 감정이란...마치 일본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났을 때의 느낌과 사뭇 비슷했다. 이 책도 일본의 오가와 미메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 일본 작가인 다키이 사치요가 지은이이다. 그런데 미키 겐지의 그림도 이 책의 완성도를 함께 높여주고 있다. 그래서 일본 영화가 떠올랐을까.. 우리나라의 영화들은 눈물샘을 억지로 강요하는 듯한 작품들이 좀 있다. 하지만 일본의 영화는 치밀한 복선이 깔리면서 미묘하게 엇갈리는 안타까움이랄까 다 보고 나면 먹먹해지는 그런 작품들이 있다. 이 동화도 그랬다.

 

1학년인 아들이 드디어 이 책이 소파에서 굴러다니자 "어? 로봇?" 하면서 관심을 가지더니 읽기 시작하더니 한동안 조용했다. 다 읽고 나서는 "와 재미있다." 이 한마디가 다이다. "끝에 감동적이었지? 눈물 좀 찔금 나지 않았어?" 하니까 "아니, 그냥 재미만 있어." 휴우...1학년들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감동인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년들도 이 동화의 설정이나 내용이 재미있지 끝에 뭉클한 그 느낌을 제대로 알기는 힘들 것 같고 고학년이나 성인들이 더 좋아할 책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1학년인 아들은 너무 재미있다며 저녁에 한번을 더 읽는 것이었다.

 

내용인 즉슨, 초등학교 4학년인 겐타는 외동아들이다. 동생이 너무 갖고 싶었던 아이는 모든 것을 렌탈해 주는 상점에서 동생을 렌탈해 온다. 가진 돈을 다 가지고 오면 준다는 상점은 겐타가 가지고 있던 얼마 안되는 돈에도 렌탈을 해주고 돌려주기 싫으면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싫증 나면 돌려줘도 된다고 한다. '쓰토무'라는 똥그란 눈을 가진 귀여운 1학년 남동생이 생긴 겐타. 신기하게도 쓰토무에게서는 어떤 신경물질이 나와서 이 둘을 만나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겐타가 쓰토무라는 동생이 있었다고 여기게 된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집에서의 부모님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토무를 받아들이고 있다. 드디어 동생과 사이좋게 놀고 간식이나 식사도 같이 하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겐타. 그런데 역시나 갈등상황도 벌어지고...부모님을 빼앗기는 것 같고 자신의 장난감을 뺏기는 것 같은 질투심을 느끼게 된 겐타. 그런 겐타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쓰토무. 언젠가는 돌려질 운명을 미리 감지하는지...

 

결국 겐타는 여러가지를 오해하게 되고 쓰토무를 렌탈상점에 돌려주는데...그 뒷부분 이야기가 바로 엄청난 뭉클한 이야기들로 마무리지어 진다. 아이들은 로봇을 렌탈하고 동생과 티격태격 노는 장면이 재미있다고 할 것이고, 고학년이나 성인들은 그 뒷 마무리에서 큰 감동을 느낄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모든 연령에서 재미있게 읽을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동문학 한권 소개해 달라고 한다면 요 책을 꼭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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