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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은 렌탈 로봇 ㅣ 읽기의 즐거움 7
다키이 사치요 지음, 미키 겐지 그림, 김보경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개암나무의 읽기의 즐거움 시리즈는 정말로 읽기의 즐거움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에서 벌써 서너권을 읽어보았는데 모두 재미와 감동이 살아있는 아동문학들이었다. 이미 시공사나 비룡소등에서도 아동문학들이 많이 나왔지만 깔끔한 표지의 눈이 편한 개암나무의 편집은 어른인 내게도 술술 읽히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책 판형도 시원시원하다.
이 책은 6학년 딸이 가장 먼저 읽었고 다 읽은 다음에 "엄마, 너무 재미있어. 그런데 동생(1학년)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이런 말을 했었다. 아 뭔가 어려운 책인가 보다 하고 있다가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는데 이럴수가. 이렇게 아동문학에 푹 빠져서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쉼없이 읽고 난 후에 그 찡한 감정이란...마치 일본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났을 때의 느낌과 사뭇 비슷했다. 이 책도 일본의 오가와 미메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 일본 작가인 다키이 사치요가 지은이이다. 그런데 미키 겐지의 그림도 이 책의 완성도를 함께 높여주고 있다. 그래서 일본 영화가 떠올랐을까.. 우리나라의 영화들은 눈물샘을 억지로 강요하는 듯한 작품들이 좀 있다. 하지만 일본의 영화는 치밀한 복선이 깔리면서 미묘하게 엇갈리는 안타까움이랄까 다 보고 나면 먹먹해지는 그런 작품들이 있다. 이 동화도 그랬다.
1학년인 아들이 드디어 이 책이 소파에서 굴러다니자 "어? 로봇?" 하면서 관심을 가지더니 읽기 시작하더니 한동안 조용했다. 다 읽고 나서는 "와 재미있다." 이 한마디가 다이다. "끝에 감동적이었지? 눈물 좀 찔금 나지 않았어?" 하니까 "아니, 그냥 재미만 있어." 휴우...1학년들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감동인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년들도 이 동화의 설정이나 내용이 재미있지 끝에 뭉클한 그 느낌을 제대로 알기는 힘들 것 같고 고학년이나 성인들이 더 좋아할 책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1학년인 아들은 너무 재미있다며 저녁에 한번을 더 읽는 것이었다.
내용인 즉슨, 초등학교 4학년인 겐타는 외동아들이다. 동생이 너무 갖고 싶었던 아이는 모든 것을 렌탈해 주는 상점에서 동생을 렌탈해 온다. 가진 돈을 다 가지고 오면 준다는 상점은 겐타가 가지고 있던 얼마 안되는 돈에도 렌탈을 해주고 돌려주기 싫으면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싫증 나면 돌려줘도 된다고 한다. '쓰토무'라는 똥그란 눈을 가진 귀여운 1학년 남동생이 생긴 겐타. 신기하게도 쓰토무에게서는 어떤 신경물질이 나와서 이 둘을 만나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겐타가 쓰토무라는 동생이 있었다고 여기게 된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집에서의 부모님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토무를 받아들이고 있다. 드디어 동생과 사이좋게 놀고 간식이나 식사도 같이 하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겐타. 그런데 역시나 갈등상황도 벌어지고...부모님을 빼앗기는 것 같고 자신의 장난감을 뺏기는 것 같은 질투심을 느끼게 된 겐타. 그런 겐타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쓰토무. 언젠가는 돌려질 운명을 미리 감지하는지...
결국 겐타는 여러가지를 오해하게 되고 쓰토무를 렌탈상점에 돌려주는데...그 뒷부분 이야기가 바로 엄청난 뭉클한 이야기들로 마무리지어 진다. 아이들은 로봇을 렌탈하고 동생과 티격태격 노는 장면이 재미있다고 할 것이고, 고학년이나 성인들은 그 뒷 마무리에서 큰 감동을 느낄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모든 연령에서 재미있게 읽을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동문학 한권 소개해 달라고 한다면 요 책을 꼭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