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이 내 몸을 망친다 - 의사도 알려주지 않는 건강기능식품의 비밀
이기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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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맘껏 뛰어놀고 세상 걱정 없던 환한 미소를 짓던 꼬마는 어디로가고 운동부족에 건강염려증에 하루중에 웃어본 기억이 얼마나 있나 싶은 마흔살 여자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제껏 별 생각없이 먹었던 먹거리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고 건강하고 소박한 밥상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면서 또 한가지 어떤 건강기능식품을 먹어야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하며 언제 받았는지도 모르는 정체 불명의 알약들에 대해서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집에는 초라하게도 오메가3와 비타민과 홍삼액 몇 봉지가 다이다. 그나마 비타민도 며칠에 한번씩 먹고 잊어버릴 때가 많고 오메가 3는 주로 남편이 먹는다. 그저 냉장고에 넣어두어야 오래 먹을 것 같아서 그렇게 두었는데 이 책 <건강기능식품이 내 몸을 망친다>를 읽어보니 완전 밀봉해야 하고 냉장보관이 맞다는 것을 읽고서 안심이 되었다.

 

의사도 알려주지 않는 건강기능식품의 비밀을 읽기 위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제대로 알고 먹고 무엇과 무엇을 같이 먹는 것이 좋으며 또 어떤 것은 좋지 않다라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고 여러가지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알게 되었다. 글루코사민, 코엔자임Q10, 감마리놀렌산, 스피쿨리나, 셀레늄, 토코페롤, 베타카로틴, 루테인, 키토산, 쏘팔메토, 옥타코사놀, 스쿠알렌, 알콕시글리세롤, 가르시니아캄보지아 등등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피로가 많이 쌓인 사람에게는 마그네슘이나 비타민B군 복합제와 필수 아미노산, 철분, 크롬(에너지 합성에 중요한 인슐린의 작용을 도움 특히 혈당이 놓은 사람에게 추천), 셀레늄 등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종 기능식품의 중독, 내성, 금단증상은 주로 심리적인 것이 많고 식품이므로 내성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어떤 사람의 대사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오래 먹음으로서 드물게 신체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이책에서 소개해주고 있는 수많은 건강기능식품의 순기능과 필요한 때, 필요한 유형의 사람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자신에 맞지 않은 기능식품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또한 오남용에 대해서 보자면 가장 흔하게 섭취하는 비타민 C의 경우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 속쓰림, 복통, 두통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어서 하루 2000mg이내로 복용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철분도 너무 많이 먹으면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고 마그네슘도 과다복용하면 두통이나 위장장애를 유발하고 셀레늄을 과량 섭취하면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머리카락이 부스러지거나 팔다리의 감각이 둔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는데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고 용량만 잘 지킨다면 문제는 없다고 한다.

 

저자인 이기호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원 석사과정과 연세대 대학원 노화과학박사과정을 수료한 가정의학과 교수라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고혈압이나 인슐린의 분비, 당뇨병이 되는 과정 등을 건강기능식품의 설명과 별도로 이 책에서 자세하고 쉽게 알려주고 있어서 이 책 한권이면 내 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옆에 두고 자주 들춰보는 나만의 건강의학서로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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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오의 하늘 6 -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다큐멘터리 만화 요시오의 하늘 6
air dive 지음, 이지현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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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재미있다. 어서 다음권이 기다려진다. 요시오의 하늘은 일본만화이며 왕년에 일본만화 숱하게 봤던 나로선 그림체가 왠지 익숙하지만 아직 이 만화는 아주 유명하지는 않은 무명이란다. 이해가 안된다. 이렇게 재미있고 전문적이고 감동적인 책이 왜...그림도 너무 멋지고 깔끔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는데..일본이란 나라에선 엄청난 망가들이 나오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가보다. 암튼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만화를 국내에서 발굴해서 출간해 주어서 반가울 뿐이다. 다만 가격이 조금만 더 낮춰진다면 시리즈물을 구입하는데 망설임이 없을 것 같다.

 

 

 

타카하시 요시오는 일본 의료계에서 아동의 뇌치료 연구에 획기적인 인물이다. 뇌수종 치료와 수술에 특히 일생을 바쳐 온 인물이고 이 방면으로 명의로 소문난 사람이다. 실제 인물의 아동기부터 청년기의 이야기가 6권의 주된 이야기인데 전후 일본의 성장을 요시오의 아동기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재미이다. 아 이런 식으로 일본이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구나. 소니와 같은 소형가전제품의 발달과 칼라TV가 나오기 전의 모습, 핵가족화가 진행되는 모습 등 요시오의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가 6권에서 새롭게 펼쳐진다. 지금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담임선생님의 일방적인 구타와 같은 일들도 겪었나 보다. 남자는 이런 일들도 겪고 맷집이 커진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어림없는 일이다. 크게 다치지 않는다면 남자아이들이라면 이렇게 강하게 자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말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너무 나약한 사람들이 많아서..암튼 요시오의 성장기를 읽기 전에 또 청년기의 의사로서의 요시오의 삶에 한 신입간호사가 등장한다. 6권은 이 신입간호사의 눈에 비친 소아병동과 뇌치료에 권위가 있는 타카하시 요시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자신이 맡은 아이들에 대한 그야말로 헌신적인 태도가 정말 고개를 숙이게 한다. 결국 한 아이는 하늘나라로 떠나고 평소에 아이가 즐겨 불렀던 노래를 우렁차게 부르는 타카하시 요시오의 노랫소리가 소아병동을 울리고 나도 울렸다. 정말 펑펑 울었다.

 

 

 

 

 

 

 

 

왠지 앞으로 이 간호사와 요시오의 로맨스가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해보는데 아니려나..그냥 신입간호사의 눈에 비친 요시오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등장인지...모르겠다. 정말 7권을 어서 읽고 싶어진다. 타카하시 요시오가 개발한 션트라든가 후기에서 당시 션트를 주문하면 그대로 만들어서 납품했던 업자의 인터뷰를 보자니 (이제 둘은 나이가 들었다. 만화에서는 젊을때의 요시오지만...) 무척 흥미롭다. 이 만화는 6학년인 딸과도 같이 볼 수 있는 정말 감동이 살아 있고 인간의 책임감과 본질이 무엇인지 느껴지게 하는 아름다운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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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전기 - 축복과 저주가 동시에 존재하는 그 땅의 역사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유달승 옮김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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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현 기독교인들에게 베들레헴과 예루살렘 이라는 도시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역사속 예루살렘 지역의 역사와 운명에 대해서는 얼마나 무지한가. 기독교는 유일무이한 종교라고 믿고 싶지만 실제로 아브라함의 종교의 한 갈래이다. 성경 특히 구약성경은 유대인의 역사이다. 이런 아브라함의 종교들이 충돌하는 각축장이자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근본주의의 성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이 곳은 각 제국들이 탐을 내는 장소이며 각각의 종교가 저마다 자신들의 성지라고 주장한다. 즉 예루살렘은 하나의 신이 사는 집이자 두 민족의 수도이며 세 종교의 사원인 것이다. 실제 예루살렘에 가보면 이 곳은 지상의 곳임과 동시에 천상의 도시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아마 성스러운 여러 건축물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유대인의 가정에서 태어나 예루살렘에 대한 태생적인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역사적 자료를 수집해서 예루살렘의 역사를 쓴 나름대로 세 종교 어느 곳에 치우치지 않도록 중립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는 책인데 무려 참조문헌까지 하면 9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다.

 

기독교인인 내가 아는 헤롯왕은 한 명 뿐인데 이 저서에는 엄청나게 많은 헤롯이 등장한다. 세례 요한을 죽이고 그 목을 살로메에게 주었던 그 헤롯은 바로 누구인가. 그 부분을 찾아 읽는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유대의 헤롯왕의 계보는 아주 복잡해서 따라 읽어가는 데만도 머리가 아팠다. 내가 왜 이런 역사까지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예루살렘의 역사를 모두 아우르기로 작정했나 보다. 중세의 가을 같은 저서처럼 읽다 보면 요점을 알수 있는 그런 저작물이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런 역사서의 특징이 보통 누가 이랬고 또 저랬다는 바로 그 세밀한 역사를 훑어보는 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인물들의 족적을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역사 속 사건을 목격할 수 있고 역사 속에서 내가 마치 뛰어 노는 것 같은 유희적인 감정도 느낄 수 있다. 악랄하고 잔인한 헤롯들과 덜 잔인한 헤롯들 사이에서 흥미롭게 읽다 보면 드디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다. 200페이지쯤 이르러서이다. 확실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보다는 지루하지만 이 책도 비슷한 계통의 책이다. 즉 1권에서 10권짜리 시리즈를 한 권에 묶어버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두꺼운 것이다. 예루살렘의 역사가 어디 몇 백 페이지에서 다 규명할 수 있겠는가.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는 세례 요한의 어머니와 사촌이었다. 예수는 나사렛에 와서 사촌 요한의 설교를 들었고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았다. 로마의 명령을 받았던 예루살렘을 다스리는 자는 헤롯 안티파스, 성경속에서의 그 헤롯이다. 당시 로마의 왕은 티베리우스였고 아버지 헤롯의 왕국 전체를 안티파스에게 주었다. 여기까지는 성경의 내용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차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예수가 태어나자 예수의 소문을 듣고 헤롯이 비슷한 연령의 다윗 가문의 아이를 제거하기 위해 모든 신생아를 학살했다고 하는데 실제 후대에 그 증거는 없다고 한다. 바로 이 헤롯은 헤롯 안티파스의 아버지인 헤롯이며 그때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지금 봐도 희한한 병으로 살아있는 썩은 시체와 같은 모습으로 부패되어 갔다고 한다. 내장이 타는 듯하고 온몸이 가렵고 액체가 흘러내리며 부종이 부패로 이어지고 곪아 문드러지고...무슨 병이었을까. 천연두는 아니었을까. 이때 18살의 장남인 아르켈라오스는 아버지의 죽음에 춤을 추고 즐거워했다고 하니 헤롯 가문의 기괴함은 그 이전 페이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놀라울 뿐이었다. 이 10대 폭군 장남은 착실한 동생 필립에게 책임을 맡기고 로마에 왕위계승을 승인받기 위해서 떠났는데 바로 그때 막내인 안티파스가 먼저 로마로 달려가 왕국을 차지하려 했다고 하며 후에 바로 이 안티파스가 세례 요한을 죽이는 헤롯왕이 된다. 아버지 헤롯의 모든 것을 안티파스가 물려받고 중년에 조카인 헤로디아와 사랑에 빠지게 되며 헤로디아의 딸인 살로메가 일곱 개의 베일을 벗으며 추는 춤에 매혹당한 헤롯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하여 세례 요한의 머리를 달라는 소원을 빌었다는 것이다. 이때의 요세푸스의 기록과 살로메의 인생이 짧게 아래 주석에 달려 있는데 무희에서 여왕으로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헤롯 가문에는 살로메가 여럿 있어서 확실하지는 않을 것 같다.

 

성경과 이슬람과 실제 역사속의 예수의 모습과 헤롯 아그리파의 이야기와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체제 그리고 예수 종파의 분열까지 읽다 보면 성경속의 단적으로 알고 있던 예수님의 모습을 역사 속에서 재조명하는 의미가 있었다. 그리스도교의 창시자는 바로 바울이다. 우리가 성경속에서 존경해 마지 않을 수 없는 인물 사도 바울. 성경속에 바리새인으로 알려진 바리사이파의 이야기. 이 책은 로마의 역사가 아니므로 헤롯 아그리파의 누이인 베레니스 여왕의 이야기는 매우 생소하다. 하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한 역사가 펼쳐진다. 요제푸스로 하여금 '유대전쟁사'를 집필하게 한 티투스는 예루살렘의 왕이며 기원후 70~ 312년의 이야기 역시 매우 파란만장하다. 베레니스는 오빠인 티투스와 결혼을 하며 유대인의 클레오파트라라고도 할 수 있는 베레니스의 삶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 시기에 이교들이 난립한다. 별의 아들 시몬이니 주피터 성전이니 그노시스파니 마니교니 미트라교들이 그리스도교보다 득세를 했으나 313년 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그리스도교만 인정했으며 일요일을 안식일로 선포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지금의 그리스도교와는 매우 달랐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그리스도교를 태양신과 동일시 하기도 했으며 어머니인 헬레나가 초기 그리스도교 개종자여서 아마도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인 것 같다. 그리고 역사 교과서에서는 나와 있지 않은 콘스탄티누스의 잔인함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왕권이 바로 그리스도교에서 뒷받침 된다고 믿었고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후처를 강간했다고 믿어 아들을 처형시키기도 하는 등 무서운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또한 피식 웃음이 나왔는데 최초의 고고학자 헬레나 라는 소제목 때문이다. 황제의 어머니인 헬레나는 엄청난 고고학적 성공을 거두는데 예수님의 처형 당시에 쓰인 나무팻말과 실제 사용된 못을 발견했던 것이다. 또한 예수 생애의 모든 유적지를 방문했다는 헬레나 덕분에 그리스도교가 창대하게 된 불씨가 된 것 같다. 이후의 예루살렘의 역사들을 모두 적을 수는 없고 이런 식의 예루살렘 전기는 엄청나게 두꺼운 책임에도 어떤 부분에서는 술술 읽혀지고 어떤 부분에서는 멈칫 해진다. 하지만 한번쯤 예루살렘의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한 권으로 어느 정도는 지적 충만감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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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가을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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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하위징아는 <호모 루덴스> 의 저자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알려져 있다. 호모 루덴스는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아마 사람만이 유희를 안다고 해서 지어진 것 같다. 네덜란드 출신의 요한 하위징아는 1872년에 태어나 1945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20세기 인물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근대 인물인 줄 알았었다. 교과서에서 익힌 이름 같은데 나이 마흔이 되니 그것도 가물가물하다. 중세의 가을 역시 저명한 저술인데 이제야 호모 루덴스, 요한 하위징아, 중세의 가을이 모두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것인 것 같다.

 

연암서가의 중세의 가을은 이전에 나왔던 번역본들 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일단 판본도 까다롭게 결정되었고 한권만 참고하는 것이 아닌 여러 나라의 판본으로 번역했으며 일반인이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을 좀 더 의역하고 나누어서 일반 대중들이 읽기 편하게 했고 원작에는 없는 소제목이 있어서 이 두껍고 웅장한 책을 거뜬히 며칠만에 다 읽게 했으니 말이다.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옮긴이의 말과 네덜란드어판 서문과 독일어판 서문도 함께 소개해 주고 있어서 책을 읽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고 읽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처음에는 뭐가 뭔지 알 것 같으면서 모를 것 같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책을 다 읽고 다시 옮긴이의 말을 읽으니 한번에 정리가 되는 게 아닌가! 요한 하위징아는 아주 많은 언어에 통달한 언어의 천재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중세의 시나 문학들이 더욱 다가왔다고나 할까. 이 책은 주로 1300년대 중반부터 1400년대와 1500년대 초반까지의 프랑스와 부르고뉴 공국과 잉글랜드와 독일의 이야기를 아우르고 있지만 주로 프랑스와 부르고뉴의 역사와 중세의 시와 문학 그리고 여러가지 유희들, 그리고 플랑드르 지역의 화가 얀 반 에이크에 대한 저술이 양적으로 많다. 그러니까 책을 읽으면서 대담공 필립이니 무외공 장이니 선량공 필립이니 하는 왕들은 부르고뉴의 왕이었고 샤를 5세, 6세, 루이 11세 등의 왕들은 프랑스의 왕이었던 것이다. 이들이 합쳐져서 나오니 헷갈리기 일쑤였는데 옮긴이의 글을 읽고서 확실히 정리가 되었다.

 

중세의 가을은 중세 후반기를 그리고 있어서 르네상스의 태동기와도 겹친다. 부르고뉴 공국은 서구의 책이나 역사를 보면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알고 있는 것은 전무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알게 된 것 같다. 지금의 네덜란드는 예전의 플랑드르 지역이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아주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플랑드르와 부르고뉴 지역은 남북으로 함께 존재하기도 하였고 잉글랜드와 프랑스와 부르고뉴 사이에 백년 전쟁도 일어났으며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잔 다르크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화가들의 초상화만 보고 부인감을 정했던 샤를 왕의 이야기나 부르고뉴 안의 아라스시의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며 중세 특유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죽음의 춤의 '당스 마카브르'의 풍속과 메멘토 모리의 정신을 알게 된다. 굳이 인간의 몸이 흉하게 변하는 것들을 조각하고 그려서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하고 죽음의 황폐함과 인정사정없는 무자비함을 그리다 보니 자녀가 죽어서 애틋해 하는 그런 모습들도 중세의 기록에서는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중세인의 이러한 특징들은 현대인에게는 조금 낯설다.

 

라블레나 에라스무스, 보카치오등의 작가들의 작품들과 기사도를 보여주는 각종 시들, 그리고 에로틱한 이야기인 '장미 이야기'의 소개등은 중세에 대해 무지했던 나를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중세의 민중들은 오히려 축제나 놀이를 통해서 유희하는 인간들이었고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며 성스러움과 욕설이 결합한 사람들이었다. 중세의 상징주의 또한 특징인데 교황과 수도사들의 세계에서 님프며 그리스신화적인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14세기 무렵의 알레고리들은 신화속 님프와 올림푸스 산의 모습과 경합하기도 하는 것 같다.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그림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 의 화가 얀 반에이크의 중요도 역시 이 책의 예술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당시 플랑드르의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보여주고 분석해 줌으로서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 책은 중세 후반기 즉 중세의 가을을 너무도 여실하게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실제 작가가 이 책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장소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역사적 자료들을 모으고 조사하고 또 편집하고 엄청난 인내심과 노력 그리고 천재성으로 태어난 작품을 우리가 편히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동적이다. 이 책은 두고두고 몇 번은 읽어야 조금 더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읽는 동안의 즐거움은 매우 컸다. 다 읽고 나서 정리가 안되고 금방 잊어버려서 그렇지. 그건 나이탓으로 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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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여인천하
양이 지음, 이지은 옮김 / 비즈니스맵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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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여인천하. 삼국지를 읽을 시도만 여러번, 결국 제대로 한 번 읽어보지 못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니 집에 삽화가 들어있는 열권짜리 삼국지가 있었다. 그 중에서 초선이 나오는 이야기를 읽었었나 보다. 적토마를 타고 다니는 여포의 이야기도...이번에 '삼국지 여인천하' 를 읽어보니 그때의 기억들이 비로소 떠오른다. 그런 부분들만 골라서 읽었나 보다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 책은 그만큼 삼국지에서 나오는 여인들 위주로 남자들의 이야기와 '삼국지연의' 의 대략적인 줄거리들을 알 수 있게 된다. 골라서 읽은 만큼 흥미로운 부분들이라서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위 촉 오 난세속의 영웅들의 이야기와 지략들을 같이 읽을 수 있으니 삼국지연의에 방대함에 놀라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 권만 읽어도 대략의 내용과 전술적인 부분까지 알 수 있는 이 책을 단연 권하고 싶다. 이 책에서는 전설과 민담에서의 그 여인들의 또다른 이야기도 소개해 주고 있어서 아주 재미있다.

 

조조와 관우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 주인공인 '두부인'의 이야기에서 여자를 좋아하는 여포와 황제의 자리를 탐하는 야심가 원술의 이야기도 같이 읽을 수 있다. 영화 적벽대전을 보면 미인을 좋아하는 조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시 이 책에서도 그런 모습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여포 또한 마찬가지. 또 다른 여인 '채염'의 이야기는 중국의 역사 속에서 종종 등장하나 보다. 기구한 운명의 여인은 첫번째 남편을 보내고 흉노족에게 잡혀가 좌현왕이라는 흉노족 왕의 여러 처 중에 하나가 되었다. 두 아들을 낳고 기르던 중 조조가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를 원래대로 보내달라고 하여 잘 살고 있던 그녀는 좌현왕과 헤어지게 된다. 지명도가 높지 않은 부하 중 동사에게 시집을 보내버리는 조조는 동사가 처형당할 일이 생기자 그녀를 까맣게 잊은 채 처형을 명하고 채염은 봉두난발을 한 채 조조에게 자비를 빈다. 결국 조조는 그녀의 아버지의 유명한 도서 중에서 유실되었지만 400여권을 기억한다고 하자 그녀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을 확인하고 책으로 정리하게 하였다고 한다. 나관중의 삼국연의에서는 아주 잠깐 등장한다고 한다. 이 책의 묘미는 그렇게 역사와 나관중의 삼국연의 그리고 여러가지 설 중에서 이리저리 맞춘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많은 조사를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마치 책 속으로 들어와 때로는 잔소리처럼 때로는 현명한 해설가 같이 하는데 그것이 더욱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가인 학자의 저술같지 않은 단점이 있다. 하지만 학술적인 책 보다는 이런 책이 훨씬 더 남는게 많은 것 같다. 쓸데없이 현학적인 것 보다는 말이다.

 

유비의 아내가 죽고 손권과 형주 지역에 대해서 쟁탈전을 벌이고 있을때 여동생인 손상향을 유비에게 시집 보냄으로서 형주를 자신의 것으로 영원히 만들려는 손권의 계략은 제갈량에 의해서 완전히 봉쇄되는데...손상향과 유비의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다. 손상향과 손권에게는 무서운 어머니인 '오국태'가 있는데 그 오국태의 카리스마가 아주 멋지다. 천하의 손권이지만 어머니에게 거역하지 못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결국 계속해서 손권이 집요하게 굴자 손상향은 오라버니와 어머니에게로 전략상 돌아가고 유비는 그런 그녀를 결국 잊게 된다. 손권은 219년에 유비가 보낸 관우를 맥성으로 내몰아 죽이는데 성공하고 장비마저 반란군에 손에 죽고 두 동생의 복수를 다짐하던 유비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오나라를 공격했지만 대패하여 223년에 백제성에서 화병으로 죽고 만다. 오 이런 재미로 삼국지를 읽는 것이구나. 결국 제대로 한 번은 삼국지연의를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또 다시 들게 만드는 삼국지 여인천하. 그래도 이 책으로 먼저 읽은 후에 삼국지를 읽으면 더욱 이해가 빨라서 이번에야 말로 일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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