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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경고 - 현대인들의 부영양화된 삶을 꼬집어주는 책
엘리자베스 파렐리 지음, 박여진 옮김 / 베이직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호주의 저자가 쓴 책은 거의 처음 인 것 같다. 이 책 '블러버랜드'는 건축학 박사이자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또한 그녀의 저서로 인하여 1993년부터 여러가지 상을 받은 저력있는 작가가 쓴 책이다. 우리는 요즘 행복에 대한 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쪽이 많다. 하지만 행복이란 것의 허상 내지는 경고에 대한 책은 접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너무나 많이 가진 편안함을 추구하고 그 어느 세대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현대인들의 삶을 꼬집고 부영양화된 삶을 객관적으로 파헤쳐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처음엔 너무나 많은 지식과 잡다해 보이는 여러 사람들의 인용등으로 어려운 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집중해서 읽으니 그렇게 재미있고 그렇게 쉽게 책장이 넘어갈 수가 없었다. 다 읽고 나서는 그녀의 통찰력과 인문학적 지식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녀의 생각 모두에 공감할 수 있지는 못했다. 번역을 매우 잘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문장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꼬였고(그건 작가자신의 문제였으리라) 다른 것들에는 경고나 비아냥거림까지 있었어도 옷에 관한 한은 좀 너그러웠고 실제로 옷을 잘 입는 것도 중요하다는 뉘앙스였다. 아마 그녀의 옷장은 매우 많은 옷으로 채워져있지 않을까. 그녀 자신 서문에서 운전을 지나치게 많이 하며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사들이며 소유하고 지나치게 버리며 살다보면 아이들을 방임하기도 한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인문학적이면서 개인적인 소망이 담겨 있는 현대에 대한 모든 것들에 대한 관점을 읽다가 그녀의 작은 욕망을 발견해도 다 이해가 된다. 똑똑한 그녀는 서문에 미리 밝혀놓은 것이다.
그밖에 현대인의 가면 즉 페르소나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화장의 역사, 마음의 창인 얼굴과 가면으로서의 집의 이미지 등 건축학 박사인 그녀는 집과 건축에 대한 것들을 인문학적인 것들과 잘 풀어내고 있다. 여기에서 그녀가 인용한 아르헨티나의 시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을 적어본다. "사람은 여러 해 동안 지역, 왕국, 산, 만, 배, 섬, 물고기, 방, 연장, 별, 말, 사람들의 이미지가 있는 곳에서 산다. 그리고 사람들은 죽기 전 짧은 순간, 복잡한 미로 같은 선들이 자신의 얼굴에 그 이미지들을 남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방가르드함과 앤디 워홀의 대량소비 대중적인 이미지는 거의 같다는 견해 즉 아방가르드와 키치는 비슷하다는...그것들이 천박하다는 것과 우리가 나중에 더 많은 돈을 벌면 가지게 되는 집의 크기는 항상 넓은 집을 원한다는 것은 묘하게 일맥상통한다. 그것이 자그마한 해변의 진짜 오두막에서 전체가 유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건축물로 변질되고 시드니 시외에 맥맨션이라는 거대한 주거지들에 틀어박혀 살아가는 부유하고 개인주의적인 현대인을 보여준다. 정말이지 부자인 사람들을 위해 유지되는 것들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며 수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다른 책에서 읽었지만 하루동안 전세계의 골프장에 물을 뿌리는 것은 전세계인의 하루동안의 물 사용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실제 내 주변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 몇몇 부유층을 위해서 아낌없이 쓰여지는 자원의 낭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저자는 아무 죄의식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건드리고 있다. 마지막 9장에서는 그녀가 상상하고 이루어지길 원하는 내가 꿈꾸는 도시에 대해 맘껏 말하고 있는 장으로 끝나는데 정말 굉장하다. 다 실현할 수는 없어도 몇가지는 실현가능성이 있다. 정말 그런 도시가 생기지 않는다면 인류로 인해 지구는 곧 모든 자원이 고갈될 것 같은 위기의식이 생긴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은 천국일지 몰라도 백년후의 우리의 후손들에게는 어떤 지구가 기다리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