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 처음으로 읽는 우리 새 이야기
우용태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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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새할아버지' 우용태 교수님이 들려주시는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는 처음으로 읽는 우리 새 이야기라는 부제만으로도 왠지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대한민국 새할아버지 우용태 교수님의 명성은 방송이나 기사에서도 여러번 뵌 것 같다. 다른나라새가 아닌 우리새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고 어떤 이야기들이 얽혀 있을까. 실로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서문만 읽어보아도 얼마나 새를 좋아하는 분인지 알 수 있었다. 소쩍새나 까마귀, 부엉이,꿩,두루미,학,까치 등이 우리새라면 서양에서는 피닉스라고 불리우는 불사조의 이야기와 아라비안 나이트의 로크라는 거대한 새가 있어서 신밧드가 그 새에 매달려 가는 장면 등을 언급해 주시는데 나 역시 어린 시절 그런 이야기를 만화나 영화에서도 보았고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라 이 책이 너무 좋겠구나 직감할 수 있었다. 이야기 보따리가 넘쳐나겠구나 라는..


이 책의 강점은 또한 까마귀며 까치, 갈매기 등을 시작할 때에 나오는 사진이 사진이 아닌 세밀화인데 기가막힌 세밀화라는 것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다른 새의 삽화들도 다 정교하고 너무 예쁘다. 실제 사진에서의 새는 살짝 무서워 하는 편이라 똑바로 못 쳐다 보는데 이 책은 세밀화라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까마귀'로 시작하는데 까마귀에 그렇게나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을 줄 몰랐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풀이부터 정몽주와 얽힌 까마귀 이야기까지. 까마귀는 썩은 고기와 동물의 사체는 물론 사람의 시체까지 뜯어먹는 습성이 있는데 독수리와 마찬가지로 전쟁이 나면 시체 주변에 모여들기도 한다. 영화에서도 이런 장면을 많이 봤지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이는 먹이 사슬과 같은 생태계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미생물이나 곤충 이런 동물들이 분해를 해주지 않는다면 지구는 죽은 사체들로 골머리를 썩을 것이다. 까마귀는 겉은 검지만 속도 검지는 않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조근조근 밝혀주고 있다. 행동이 활달하고 언제나 한결같은 울음소리를 내어 새로서 속임수를 쓰지 않으며 조선 태종때 '이직'이라는 분이 노래한 시조는 다들 알고 있을텐데 놀라운 사실은 필자가 죽은 까마귀와 백로의 표본을 만들면서 그들의 깃털안의 살이 까마귀는 하얗고 백로는 숯처럼 검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직'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을까?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 그는 자연 과학에 많은 지식이 있었을 것이다. 위의 실험등을 통해서. 그 시조는 이렇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겉 희고 속 검을손 너뿐인가 하노라> 너무나 잘 알려진 시조 그 시조 맞다.


'까치'는 우리나라에서 국조로 지정되었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여러 도와 시에서는 까치를 선정하기도 했지만 잘못 알려진 사실이란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새인데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길조라고 여겼으나 서양에서는 블길한 새로 취급했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관찰한 까치의 습성은 잔인하고 야비한 데가 있단다. 새를 조사하던 중에 멧비둘기 둥지에서 알을 훔쳐 먹는 것을 관찰하셨고 부상당한 멧비둘기를 여러 마리의 까치가 달려들어 잡아먹는 모습도 보았다고 한다. 꿩의 번식을 막는 것이 바로 까치라는데 꿩의 어린 새끼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요즘은 전봇대에 둥지를 틀어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그런데 이를 보고 산야의 나무가 줄어들어 전봇대에 많이 만든다 혹은 제비가 감소한 이유를 두고 농약때문이라고 한다는데 필자는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까치나 제비의 습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그 습성에 대해서도 책에서는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만큼 우용태 교수의 새 사랑와 새에 대한 지식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이 밖에 비둘기, 갈매기, 기러기, 원앙이, 가마우지, 매, 독수리, 소쩍새와 두견이, 부엉이, 꾀꼬리, 파랑새, 두루미, 황새등을 소개하고 까마귀나 까치처럼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가끔 돈이 아까운 책이 있다면 이 책은 그 반대의 책이다. 책 한권에 이렇게나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와 흥미로운 사실들이 들어있다니. 초등학생들과 청소년들도 읽으면 너무 좋을 책이다. 우리네의 속담과 옛이야기와 옛인물들과 우리네 새에 대한 자연과학적인 지식들이 어우러진 정말 책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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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트루먼 - 지도력 있는 아이 위인들의 어린시절
윌마 허드슨 지음, 오소희 옮김 / 리빙북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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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북의 어린시절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읽어본 책은 해리 트루먼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그 트루먼이요. 미주리의 어린 농부라는 부제에 걸맞게 어린 시절에 정말 미주리에 있는 부모의 농장에서 온갖 일들을 도왔더군요. 그것이 아이들을 혹사하는 그런 노동이 아니라 학교도 잘 다니고 부모님의 보살핌과 조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장남으로서 남동생과 여동생을 잘 돌보고 부모님의 말씀과 가업을 돕는 그런 일들을 솔선수범했던 아이였습니다. 해리가 서너살이었을때 밥이라는 고양이를 쫓다가 그만 길을 잃고 해가 지려고 하는데 아이는 없어져서 온 식구가 비상에 걸려 아이를 찾는데 하마트면 정말 큰일날 뻔 했답니다. 드넓은 옥수수밭에서 길을 잃는다면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아이는 그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도 찾을 수도 없을 뻔 했으니까요. 다행히 충성스런 집안의 개인 탠디가 찾아내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는데 어머니는 다시는 말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혼을 냈다고 해요. 미국의 옛날 가정에서는 매우 무섭고 엄격하게 가정교육을 했던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잘못하면 회초리로 단단히 혼났고 그래서인지 무례한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적었지요.


여름에 해리슨 삼촌이 가져온 멋진 선물들로 인해 여름의 크리스마스인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던지 영 할아버지와 장터에 간 일들을 읽을 때에는 내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돌아오는 기분이었어요. 나도 초등학교 이전에 아스라한 기억속으로 너무나 기분좋았던 어떤 느낌에 사로잡혔어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우리 어린 시절에는 지금의 아이들과는 다른 어떤 추억들이 가득했지요. 어떻게 보면 요즘 도시의 아이들은 정말 불쌍하답니다. 집안일을 돕다가 남들보다 한 해 늦게 학교에 들어갔는데 무척 똘똘한 아이여서 학교수업을 아주 잘 따라잡았고 디프테리아에 걸려서 6개월이나 재활을 하다가 다시 학교에 들어가서도 금방 따라잡아서 원래 해리가 속해야 할 학년에 자리잡았답니다. 십대였던 트루먼이 항상 친구들하고 자연을 벗삼아 즐겁게 지냈던 일이나 어린 나이에도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일화 그리고 졸업후 아버지인 존 트루먼의 요청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그 와중에 사랑을 듬뿍 주셨던 영 할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더욱 책임감이 강한 어른이 됩니다. 어릴때부터의 소꼽친구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십년간 상원의원이 되고 미합중국 부통령이 되었다가 대통령이 돌아가시자 대통령직을 받아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재선을 하게 되지요. 세계적으로 2차 세계대전에 미국을 이끌고 마샬플랜과 트루먼 독트린을 시행한 것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6.25와도 깊은 관련이 있게 되지요. 관심은 있었지만 잘은 모르고 있었던 인물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성인이 되어 이룬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안 읽혔는데 어느 정도 지나면 술술 읽혀요. 다른 어린시절 시리즈도 다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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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꼬마 디자이너 - 보고 이해하고 따라해 보는 어린이 디자인 학교 토토의 그림책
김지영 글, 최혜인 그림 / 토토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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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어린이출판사 토토북에서 해외 작가의 작품이 아닌 국내 작가진으로 만들어진 멋진 꼬마 디자이너북이 나왔다. 김지영씨와 최혜인씨가 그 주인공인데 책을 읽다보면 와 이거 국내책 아니고 해외책 같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기획과 구성력을 가지고 있다. 유아부터 초등저학년~ 중학년까지 읽고 따라해 보면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해서 틀림없이 어느 정도의 개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부모와 함께 읽는 것이 좋다. 우리 둘째와 함께 읽으면서 같이 그림을 그리고 책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하다보니 아이와 재미있는 할 것들이 생겼다. 막상 시간을 내어 아이와 놀아주려고 해도 마땅히 할 것이 없었는데 아주 좋은 시간들이었다. 어린이 디자인 학교 워크북이 함께 부록으로 딸려와서 가능한 일이었다. 의자 디자인도 해보고 액자 디자인, 구두디자인, 목걸이 디자인도 해본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활동들이 풍부하다.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라고 한다. 삼성가의 이건희 회장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삼성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자리매김을 하게 된 것도 애플처럼 디자인에도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이들은 더욱 비주얼적인 것들을 보고 배우며 성장할 것이라 이제 디자인은 일상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미래에 필요한 직업군에는 이러한 디자인에 관한 직업들도 각광을 받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디자인이란 것에도 눈을 뜰 수 있게 하려면 책으로 먼저 디자인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줄 수밖에 없다. 워크북으로 재미있게 놀았다면 본책인 '나는냐, 꼬마 디자이너'에서는 여러 작품도 보고 감상하면서 디자인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는 멋진 책이었다.


나를 드러내기 위해 옷과 가방 구두같은 것에도 신경쓰는 나같은 주부도 사실은 디자인과 밀접한 것이였으며 디자인이란 나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고 즐거운 공간을 만드는 일이며,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고 우리 주변을 가꾸는 일이고 나를 표현하고 알리는 일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마포구의 밤에 범죄가 자주 일어났던 서민들이 사는 주택가를 예쁜 벽화로 꾸몄더니 범죄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기사를 엊그제 접하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었다. 그만큼 디자인은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며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도 디자인의 중요성과 쓰임을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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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성격이 아이 인생을 결정한다 - 타고난 성격대로 크게 키워라
김영훈 지음 / 이다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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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60분 부모에서 단골로 나오셨던 소아신경학의 권위자인 김영훈 박사의 저서이다. 타고난 성격대로 크게 키우라는 두뇌성격 육아법을 제시해 준다. 신경학 박사답게 여러가지 사례와 인지적인 실험을 소개해 주며 351페이지란 꽤 두꺼운 책 빼곡히 아이의 두뇌발달과 성격 두뇌육아법의 전반적인 내용을 아우르고 있다. 웃는 얼굴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이 좋으신 김영훈 박사는 왠지 보기만 해도 신뢰가 가는 사람인 것 같다.


아이의 기질은 엄마의 자궁속에서부터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태어나서부터 영유아기를 거쳐서도 아이들 저마다 다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을 주변의 아이들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부모가 안된다고 하고 만류를 하는데도 늘 밖에서 모르는 아이의 집에 가서 넉살좋게 저녁까지 얻어먹고야 돌아오는 아이도 봤고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는 안된다고 하면 쉽게 부모의 말을 듣고 지금까지 키우면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키운 아이들이었다. 첫째인 딸아이와 둘째인 아들아이를 데리고 나가서도 아주 어릴때를 제외하곤 식사를 하는데 부산해서 못 한 적도 없었고 얌전히 자리에 앉아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타입이 아니어서 정말 키우기 수월했음에도 성격이 급한 엄마의 성격을 받아주고 있으니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암튼, 우리 아이는 어떤 기질을 가지고 있을까? 를 표를 통해서 우리 아이의 성향을 체크해 보는데서 이 책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아이의 기질이 두뇌성격을 만드는데 이때 좌뇌형 아이인지 우뇌형 아이인지 판가름나며 그 기질에 맞는 양육법이 따로 있음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지금 얌전하다고 해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안으로 쌓아두고만 있는 아이인지 원래 쿨한 아이인지 그런 기질을 살펴보아서 아이의 마음을 다독거려야 할 것이다.


감 성적인 아이와 이성적인 아이의 특징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게 하고 있고 피아제의 만 5세 아이들을 데리고 한 실험결과도 흥미로왔다. 번연계와 이마엽의 발달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는 타인을 고려해 감정을 표현하거나 자기의 감정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 자기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아동심리치료사 마고 선더랜드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도구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아이의 뇌는 '지금 여기' 만 존재한단다. 이마엽의 개입없이 변연계만으로 두려움,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을 조절할 수 없어서 이마엽의 발달이 미성숙한 아이들이 자기중심적으로 감정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은 뇌 발달상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아직 어린 아이의 행동만을 두고 너무 성급하게 어떤 진단을 내려선 안될 것이다. 


아이의 두뇌를 형성하는 5가지 기질을 살펴보았고 신경질적인 아이, 공감능력이 뛰어나는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는지, 우리 아이가 이성좌뇌형인지, 이성우뇌형인지, 감성좌뇌형인지 파악해서 감성좌뇌형 아이라면 잭 웰치처럼 키우라는 양육법, 문제행동 대처법 등 각 아이들의 성격에 따른 어드바이스가 너무나 많고 좋다. 굳이 이런 경계를 나누지 않더라도 아이를 향한 일관성 있는 대화법, 칭찬법등이 너무나 유용한 책이다. 한 권 읽어보는 것이 안 읽는 것 보다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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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대왕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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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대왕. 싱긋 웃고 있는 초로의 남자를 그린 초상. 다 읽고 나니 이 모든 것들이 나도 역시 한 쪽 눈을 찡긋거리며 웃듯이 이해가 된다. 근래 읽어본 소설 중에선 가장 재기넘치고 재미있었고 소설다웠던 소설. 호어스트 에버스의 팬이 되어버렸다. 택시기사와 집배원으로 일했던 경력, 그리고 만담가. 이 모든 삶의 경험들이 이 책을 풍성하게 만들었으리라. 특히 주인공이 처한 상황, 대화들은 정말 웃겼다. 그러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도 하고 은퇴한 경감을 통해서 진지한 발언들을 듣게 되기도 한다. 베를린이란 독일의 가장 중심적 도시로 오게 된 경감 라너. 그는 촌뜨기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동료들은 이미 뒤에서 라너를 조종하고 비웃으려든다. 하지만 악질적이지는 않다. 그냥 읽는 독자들이 낄낄거리게 만들 정도..


이 소설을 통해서 드러나는 콜베의 행동거지나 라너를 놀리는 에피소드는 정말이지 입체적이고 유머스럽다. 만담가라는 것이 괜히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리고 소설 곳곳에서 큭큭하고 웃음이 터져나는데 라너경감이 변변치 못한 순찰차를 끌고 다니다 급하게 사건을 쫓을 일이 있어 아무곳에나 주차한 곳이 하필이면 교통마비를 야기하는 곳이어서 견인되어 버리고 그 일은 일간지에까지 실리게 된다. 라너의 작은 증명사진과 함께. 콜베와 다른 부하들은 이 일로 또 하나 라너뒤에서 웃을 일이 생기고..은퇴한 경감 림쇼프를 찾아가는 길에선 림쇼프의 집을 찾는 탐문중에 만난 아주머니가 라너를 의심쩍게 쳐다보며 믿지 않으려 하자 자신을 설명하려고 애쓰는데 결국 그 아주머니가 나중에 하는 말-"그리고 여기서는 아무 걱정 안 해도 돼요. 아무 데나 주차해도 사진찍을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 아주머니에게 자신이 진짜 경감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밝히려 애썼던 것은 이렇게 허무하게..이런 상황들이 너무 웃겼다. 하지만 재미있는 대화나 상황은 소설에 그냥 녹아나고 소설이 나아갈 방향을 절대 잊지 않는다. 다 읽고 나면 모든 아귀가 딱 맞는 느낌이 든다. 대단한 구성력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인물이 마치 살아있는 듯 입체적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 참 재미있다. 도시의 뒤에서 거래된 뒷거래, 그리고 음모이론 아니 실제로 있을 법한 일들.


진정한 베를린의 대왕은 마칼리크 영감이었을까. 쥐를 혐오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랑했던 마칼리크. 그의 돈버는 방식과 바람기. 그 모든 것이 이 소설의 시발점이 된다. 맘마라는 단체는 무엇인가. 림쇼프의 과거에 있었던 안타까운 소녀의 일은. 그리고 마칼리크의 남겨진 심약한 두 아들 그 중에서도 특히 막스는 참 인간적이다. 그리고 마칼리크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마테스 부인 그녀는 어디까지 이 비밀을 알고 있을까. 그 밖의 라너경감과 함께 하는 경제사범팀의 여형사 카롤라, 폴란드 출신의 해충 방제사 토니와 그의 부하인 게오르크 볼터스(라너경감의 고향친구이자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또 하나의 중심인물)의 이야기는 흩어졌다가 모이고 그러면서도 정신없지 않고 결말을 향해 착실히 모여간다. 정말 웰 메이드 소설이다. 소설을 쓰려면 습작같은 소설말고 이런 소설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소설도..


읽다가 공감했던, 여운이 남았던 부분을 끝으로 적어본다. 128페이지. 

- 라너는 옛날 교관이었던 롤프 페터센이 교육 중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페터센은 함부르크에서 오랫동안 형사로 일하다 말년에 좀 편하게 쉬라는 뜻에서 클로펜부르크의 경찰학교 교관으로 발령받아 온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수사관이었다. 그는 이 직업에 몸담은 사람들을 밤에 뒤척이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수사 중에 맞닥뜨리는 잔인성, 폭력, 부도덕성, 변태성 같은 것이 아니라 무의미함이라고 했다. 라너는 자기 질문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어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이렇게 입을 열었다. "아이의 부모는 잘 견뎌 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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