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학교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전의우 옮김 / 달팽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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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자기 전에 취침용(ㅋㅋ)으로 읽느라 내용에 대한 기억이 다 나지도 않지만, 정말 딱~한 부분에서 필 받아 그저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책이지요. 제가 필 받은 구절 소개해 드릴께요~  

 

이제껏 교육은 하얀 백짓장 같은 아이들의 머리와 마음에 무엇인가를 쏟아 넣어주고 끊임없이 가르치고 선도해야 한다고 믿으셨다면 조금 다른 관점으로 한 번 아이를 관찰해 보세요. 아이 안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씨앗'이 있다고, 부모로써 할 수 있는건 그 '씨앗'을 '발견'하고 '자라게 돕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나님이 아이들 안에 완전히 다 자란 나무를 심어놓지 않고 마치 죽어있는 것 같은 보잘것 없는 '씨앗'을 심어 놓으신 이유는 부모에게 숙제를 내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 고유의 그 씨앗은 발견할 생각도, 발견도 못하고 밟아 버리고 발견했다 하더라도 시류나 유행에 따라 내 눈에 보기 좋은 '다 자란 나무'를 가져다 아이 마음속에 심어놓는 것은 아닌지....  

 

단 몇 줄의 구절에 깊이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이 책을 읽고 우리 둘째 녀석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우리 J의 마음속엔 하나님이 무슨 씨앗을 심어 놓으셨을까?" 했더니 대뜸 "포도씨요~"그럽니다. "왜?" "포도 먹을 때 포도씨를 다 삼켜버렸거든요. 내일이면 포도나무가 자랄 것 같아요~키키 

 

<교육은 우리 자신의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준 영감으로 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은 하나님이 이미 아이들 안에 심어놓은 씨를 발견하고 자라게 돕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하나님께서 기억하고 돌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 어른들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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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쓰는 초등 수학 교과서 - 도형 - 초등학교 4~6학년
박영훈.나온교육연구소 지음 / 동녘주니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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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이 되면 기본적으로 교과가 어려워 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학업에 대해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것 같아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6년을 좀 더 즐겁고 편하게 다닐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기초쌓기인거죠.. 


저학년때까지 엄마표를 고수하다가도 고학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기관으로 아이를 보내지만 제 생각엔 초등학교 때까지 엄마와 함께 공부하고, 스스로 하는 습관을 들이다보면 그런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때 스스로 하는 저력이 생기더라구요.  


4학년인 큰 딸은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데요 전 고등학교때 수포자였기 때문에(수학포기자 ㅡ.ㅡ;;)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잘 유지시켜주고 아이의 장점을 잘 개발해 줄까 많은 관심이 있답니다.  

 

이 책(?)은 부엉이 아빠의 <초등 과목별 독서비법> 책을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4~6학년 아이들의 수학을 주제별로 공부할 수 있게 만든 책이예요. 문제집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개념서이고 자습서이죠. 기존의 문제집과 다른 점은 학년별로 나눈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나뉘어 있어서4~6학년까지 해당 주제를 통합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문제만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이야기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보며 자연스럽게 개념을 익히게 하고 있어서 아이 수학 고민하시는 엄마들은 한번쯤 참고하셨음 좋겠어요.    

 

이미 선진국 수학 교과에 쓰이고 있는 MIC 방식의 수업내용이라는데 (뭐 자세한건 잘 모르지만요) 좋은것은 아이로 하여금 실제 <분수>를 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지. <소수><약수,배수>등이 공식이나 수학개념뿐만이 아니라 내 생활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방식이라네요.  

 

저희 아이는 4학년이라 요새 <분수>와 <소수> 편을 보고 있는데요 일반 동화책 같은 형식이라 아이도 좋아하고 저도 좋아하며 보고 있어요. 저도 아이와 같이 공부하다보면 수능 볼 실력까진 되지 않을까(ㅋㅋㅋ) 내심 기대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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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만드는 책
칼 필립 모리츠 지음,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박원영 옮김 / 아이들판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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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별 다섯개가 모자를 정도로 좋은 책입니다. <생각을 만드는 책> 제목에 몇 글자 더 붙이고 싶은 마음도 드네요. <생각을 만드는 정말 좋은 책> 이라구요^^아주 얇아 보이고 크기도 작아 손에 쏙 들어가는 크기가 주는 첫번째 선입견. 그리고 표지에 붙어 있는 노란 원형 금딱지 - 2003년 구텐베르크상 수상-가 주는 두 번째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게 하는 책입니다.

첫번째 선입견은 80페이지가 안될 정도로 간단한 책이라 어쩌면 이 책은 정말 내용이 없거나 (대충 그림으로 떼우려는) 아니면 정말 함축적으로 철학적이거나 할거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 책의 80페이지 중 40페이지는 정말로 온전히 그림이지만 내용만큼은 참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두번째 선입견은 보통 책을 홍보하기 위해 상 받은 것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었는데 책을 읽고 나면 이 부정적인 선입견은 금새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충분히 상 받을 만한 책이고 금딱지 붙을 만하다~는 것으로요.

천방지축인 8살 아들을 옆에 끼고 자기 전에 아빠가 꾸준히 두 주제를 읽어주었는데 얼마나 그 시간을 기다리며 짧은 에피소드와 삽화를 보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는지요. 그 광경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꾸밈없는 행복> 이라는 챕터를 잠깐 살펴보면

< 한 나그네가 샘물 곁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 있습니다.
그는 손을 모아 샘물을 떠 마십니다.
그의 모자와 지팡이는 옆에 놓여 있습니다.
그의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빗겨져 있습니다.
시원한 샘물로 말라 있던 목을 적신 나그네는 만족해 합니다.
손으로 직접 떠서 마시는 차가운 물맛은 매우 좋습니다.
부자들이 황금잔으로 마시는 값비싼 와인보다 훨씬 맛이 좋습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아주 천천히 손으로 직접 떠서 마시는 물맛을 음미하듯 천천히 정성스레 읽어주는 소리에 아이는 귀를 기울이다 여러가지 질문들을 합니다. 때론 감탄도 하구요. 손을 모아 물을 떠마시는 것, 값비싼 것, 와인, 황금잔,, 그리고 행복한 삶에 대해 어려운 단어나 사고가 아니라도 아이 수준에 맞는 질문과 대답들이 오고갑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평소 생활에서 생각해 보지 않음직한 질문들을 잠시나마 생각해 보고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네요.

더 짧은 문장의 챕터도 있습니다. 각기 다른 삽화들과 본문들을 읽고 들으며 아이는 죽음과 삶과 동물과 사람과 생활에 대해 짧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요새 시대처럼 거창한 제목을 달고 쏟아지는 책들에 묻혀 사는 때가 없고 각 책들은 저마다 사람들에게 많은 지식들을 주려고 애를 씁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목적은 결국 지식을 얻고 사고를 확장하려는 데 있는데 오히려 너무나 많은 활자들과 말들은 사람의 머리와 마음을 지치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담백하고 심플하지만 뒷편에 넓은 지식과 통찰의 세계가 숨어있는 이 책은 보기 드문 수작이라 평하고 싶네요.

이 책은 연령을 불구하고 아이 혼자 읽게 두기 보다는 부모가 함께 읽어주고 또는 따로 함께 읽고 담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아이의 생각과 마음에 쉼을 주기도 하고 깊은 사고의 세계로 가는 것을 도와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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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갈증, 실컷 논 아이가 명문대 간다
이미경.이화득 지음 / 서울문화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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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공화국 시민으로서 행복한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교육열과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비율,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학생들의 공부 시간...너도나도 교육을 이야기하고 좋은 대학이 목표가 되어 엄마 아빠 아이, 아니 온 집안이 함께 뛰고 있는 이 대한민국에서 교육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초등학생이 된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여전히 매일 드는 의문이자, 나를 늘 긴장하게 하는 물음이다.


아이가 4살쯤이었을까, 강남에서도 유명한 동네에 잠시 살았던 나는 놀이터 나가기가 무서웠었다. 놀이터에 나가면 3~4살쯤 되는 우리 아이 또래들 엄마들이 늘 나와있었고, 항상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게 되면 늘 결론은 항상 아이들의 교육이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당시에도 조기 한글교육 바람이 거세게 불 때였고, 각종 한글교육 교구들이 -그것도 아주 고가의- 범람하던 때였기에 엄마들은 늘 어떤 것이 좋다, 어떤 것을 시켜야 한다...등등의 정보들을 주고 받았다. 나도 첫 아이라 교육에 관심이 무척 높았고 경험없는 육아를 하며 도대체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늘 확신이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그 엄마들의 말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교육 정보에 목말라 있는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아닌건 아니다 싶었다. 3~4살..기껐해야 3돌이 채 지나지 않은 아이를 위해 백만원이 넘는 한글교육 프로그램을 시켜야 하는 이유 자체에 공감할 수 없었고, 다른 무엇보다 그것이 꼭 거쳐야 하는 일종의 진리처럼 여겨지는게 아주 불편했다. 엄마들은 그런 교구는 일단 기본이었고, 그 외에 부가적으로 어떤 것들을 시켜야 하는지 날이면 날마다 정보를 주고받았다. 그래...정보를 주고받는 것 까지는 괜찮다 치자. 더 가관인것은 그런 교구를 사지도 않고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지도 않았던 나를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엄마, 아이를 방치하는 나쁜 엄마로 여기는 그들의 태도였다. '어떻게 4살이나 되었는데 한글을 아직도(!!) 안 가르치냐...'는 것이 그 엄마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난 지금 궁금하다. 그 엄마들은 지금 그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있는지...그렇게 비싼 교구로 '남보다 빨리' '먼저' 한글을 가르치고 싶어했던 그 마음으로, 여전히 선행 학습과 비싼 학원 순례로 아이들을 돌리고 있지나 않은지 심히 걱정된다. 중간에 어떤 깨달음으로 아이들을 편안하고 여유있게 키우게 된 엄마들이 생겨났길 진심으로 바란다. 솔직히, 이렇게 말하는 내가 아이를 잘 키웠다고 말하기엔 스스로 부끄러운 점이 많다. 하지만 그때, '4살임에도 한글을 몰랐던' 우리 아이는 지금 책을 너무나 사랑하고 교내 글쓰기 대회에서 상도 잘 받아오며, 성적도 좋은 그런 아이이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어쨌든 옛날부터 조기교육과 엄마의 조급함이 근원이 되는 학습에 늘 의문을 가졌기에 이 책은 나에게 또 한 번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이 책의 저자는 고등학교, 중학교에서 오래도록 지리과목을 가르치고 계신 현직 선생님이자, 세 아이들의 아빠인데 조기교육, 선행, 학원, 과외...이런 것들의 폐해에 대해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아주 세세하게 풀어내면서 어렸을 땐 아이들은 무조건 놀리라~는 주장을 한다. 이 책은 내가 평소때 가지고 있던 소신을 확신으로 바꿔주었다고도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근거가 있다. 어떤 학술적인 데이터나 이론, 저명한 학자의 연구 결과로 도배된 다른 학습서에 비하면 이 책은 그저 학부모들에게 조언하는 선생님의 '조근조근한 말투'로 씌어진 평범한 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겪어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경험할 수 없는 생생한 아이들의 실제 사례들을 현장에서 보고 느낀 바 그대로를 기술했기에 가치가 있다.


중,고등학교 아이들을 둔 엄마들이 초등학생 아이들을 둔 엄마들을 만나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있다. "초등학교 때는 놀려.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초등생 엄마들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대학입시와 직접적으로 하등 관련없는 초등학교 시험에도 일희일비하고, 옆집 아이 뒷집 아이, 하다 못해 건너 건너집 아이의 성적과 경력까지 쫙 꿰고 앉아 우리 아이가 그 아이보다 더 잘하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비는 것. 누구나 자기 아이가 탑이 되길 바라고, 발군의 실력으로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 그 어느 엄마들 보다 초등생 엄마들이 그것이 가장 심할 것이다.


얼마나 시야가 좁은가...고등학교 때가 되어 진짜 공부해야 할 시기에 아이들은 나가 떨어진다. 물론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 했던 아이가 죽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잘 하는 케이스들도 많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한 경우도 상당하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의 자리엔 초등학교 때는 튀지 않던 그 누군가가 뒷심 발휘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인가? 이 책에선 잘하다가 떨어지는 아이들과, 잘 못하다가 올라오는 아이들에 대한 생생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고, 그것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엄마 아빠도 잘 모르는 우리 아이의 학교 생활, 그 중심에 있는 현직 선생님의 경험담과 조언은 막연한 추측과 예상으로 아이의 미래를 보고 있던 나에게 하나의 좋은 실례로 다가오니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경험담 이외에, 큰 아들(지금 대학생)을 키운 이야기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가 된다. 게다가 이 아들의 중학교, 고등학교, 수능 성적표를 실사로 공개하며, 초등학생 때는 충분히 놀고, 중학교 때까지도 중간 성적으로 신나게 놀던 아이가 고등학교 때 어떻게 마음을 먹고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대학을 가게 되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소수 공부 잘 하는 몇 %의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 책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다. 저자도 밝히고 있지만 늘 놀기 좋아하고 놀고 싶어하는 중간 정도의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둔 부모를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실컷 놀려라~라고 하는 것을 방치와는 다르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놀려라>라는 말 속에는 중,고등학생 아이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보장해 주라는 것, 인스턴트 식품 말고 집에서 정성이 들어간 밥을 먹이라는 것, 채근하지 말고 공감하라는 것, 책도 자기가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는 것...등이 포함된다. 실컷 놀려라~라는 말속엔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원하는대로 그대로 내버려 두라는 말이 아니라, 엄마 아빠와의 충분한 교감속에 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놀리는 것>과 관련해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주었던 구절이 있는데...


"눈치 보고 야단맞으면 노는 것과 마음 편하게 실컷 노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눈치 보며 노는 아이는 아무리 많이 놀았어도 '한번도 제대로 놀아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논 아이는 별로 많이 놀지 않았어도 난 '실컷 놀았다'고 생각한다. – 137쪽"


"공부할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놀리는 게 낫다.-쓸데없이 학원비 내면서 선생님들 눈치나 살피고 시간만 때우다가 집에 가는 허접한 생활태도가 아이에게 습관으로 굳어져버리면, 그건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된다...'난 실컷 놀았다'는 기억이라도 심어주어라. '난 실컷 놀았다'는 기억-그것은 나중에 철이 들었을 때 '나도 공부를 하고 싶다'는 강한 동기를 만들어준다. – 133쪽"


"공부시간도 아닌데 공부 소리를 계속해 대는 것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행동이며 부모가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는다면 (계속 공부 소리만 해대면) 아이 입장에서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는다.(계속 놀려고만 한다.) – 92쪽 "


얼마나 찔리는 말이던지. 왜 우리 큰 아이가 노는 시간이 그렇게 많으면서도 어디 나가서는 공부만 한다...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엄마가 보기엔 하루 30분 공부 외엔 계속 노는 것 같은데도 아이는 뭐가 불만일까 고민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가 놀면서도 엄마 눈치를 보게 만들었단 걸 깨달았다. 솔직히 밑도 끝도 없이 노는 아이를 바라보는 조급하고 욕심섞인 우려의 마음은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내 그런 의도가 아이에게 은연중에 전달되어지길 바라는 무언의 압력...이것도 일종의 폭력이리라. 놀 권리, 자기 시간을 마음껏 쓸 권리가 있는 아이들에게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조언이 아닌 지시와 압력이 아이들을 결국 병들게 하는건 아닌지 반성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정말 어떻게 하면 될까? 한 번 나가면 저녁 해지고 나서야 들어오는 아이들을 키워 본 엄마라면, 반신반의하겠지. 그렇게 하다가 우리 아이 망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고..솔직히 나도 그런 생각이 아주 안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놀리라'는 것은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거기엔 여러가지 다중적인 의미가 포함된다. 요새 '놀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아이'는 '학원을 많이 다니지 않는 아이'와도 같은 말이다. 많은 아이들이 학원을 다녀오고 저녁 먹기 전 시간 30분~1시간 정도만 놀 수 있다. 그것도 엄마가 너그러운 부류의 아이들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그러니, 실컷, 마음껏 놀려면 학원을 다닐 수는 없다. 과연 학원을 안다니고도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 따라갈까? 학원에 과외에 선행을 하는 아이들과 경쟁하려면 좀 더 해야될 처지에?


"학원 위주로 공부한 아이들의 실력엔 거품이 많다. - 학원을 다니지 않거나 다니더라도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혼자 공부했던 아이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성적이 올라간다. 당연하다. 누군가 떨어졌다면 누군가는 올라가야 앞뒤가 맞는다. – 121쪽"


"학원에서는 오랜 경력의 기술자들이 엑기스만 쏙쏙 봅아 반복 훈련을 시키고 시험을 앞두고는 방대한 기출문제 중에서 골라 뽑은 족집게 문제로 마무리 공부를 시켜준다...혼자 공부하는 아이들은 이렇게 프로들의 후원을 받는 아이들을 결코 따라갈 수 없다. 특목고는 그렇게 훈련시킨 아이들 중에서도 뽑혀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하지만,범위도 예상문제도 없이 자기 실력으로 풀어야 하는 고등학교 모의고사를 보면 중학교 때 받았던 등수 뒤에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는 아이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 124쪽"


"언어는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학생일수록 점수가 낮게 나왔고, 영어는 사교육비와 아무 관계가 없었고, 수학도 1,2등급 맞는 학생이나 5등급 이하로 맞는 학생들에겐 사교육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140쪽 " 된다.



난 저자가 말하고 경험한 것들이 사실이라고 '믿고'싶다. 그리고 내 소신도 그러하다. 지금 내 또래 엄마들은 당장의 학교 점수와 석차와 수상경력에 눈이 멀어 아이의 더 먼 미래와 꿈을 간과하고 있다. 학원으로 과외로 좀 더 좋은 교육 정보로...중고등학교 아이들은 학교 수업 시간에 잠을 자고 학원과 인강으로 공부를 하는 세상..소신있게 살고자 하는 엄마들은 이상주의자에 잘난척 하지만 곧 후회하게 될 왕따 엄마가 되는 이 세상에서...


책 뒤에는 아빠의 관점이 아닌 '엄마'의 관점에서 쓴 챕터가 있다. 엄마는 훨씬 더 현실적이다.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인으로 사는 것, 이상주의자 아빠와의 교육관에서의 갈등, 마냥 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조급하고 곱지 않은 시선...어쨌든, 난 엄마로서 아빠의 이상주의적 교육관에 힘을 얻었고, 엄마의 현실적 고민과 갈등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늘 바른 교육과 건강한 배움을 부르짖지만 몸과 마음은 잘 따라주지 않는 현실과 타협하는 이상주의자이니까 말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컸기에 '한글 조기 교육 바람'에서는 벗어났지만 매 순간 그런 유혹들과 '바람'들은 엄마인 내가 맞닥뜨려야 할 과제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과도한 학습과 과외, 선행의 유행에서 시들어가고 있다는 것. 여전히 학원을 보내지 않고 선행을 시키지 않으면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라 믿는 엄마들 틈에서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것. 무슨 경시 무슨 경시에 아이를 내 보내고 각종 인증시험을 위해 오늘도 아이를 쥐잡듯 잡는 엄마들 틈에서...그냥 맞닥뜨리거나 피한다고 끝날 문제도 아니다. 나에겐 늘 마음에 부담감이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이미 경험했던 현실과 사실을 엄마들에게 좀 더 알리고자 하는 노력까지 해야 할 거룩한 의무마저 든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 눈치 보지 않고, 성적에 매여 초등 시절, 중등시절 꽃 같은 시간을 문제집과 학원 숙제에 치여 살지 않고, 자신이 살아갈 세상에 대해 꿈을 꾸고, 그 길을 찾아가고, 실패와 성공을 맛보아 가며 그렇게 활기차게 살 세상을 꿈꿔 본다. 그렇게 자신을 믿어주고 용기 북돋아 주는 부모와 더욱 긴밀한 관계가 되는건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세상에서 제대로 역할을 감당해 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더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낄 부모로서의 내 자신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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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갈증, 실컷 논 아이가 명문대 간다
이미경.이화득 지음 / 서울문화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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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철이 드는 아이들은 열일곱 살 무렵부터, 늦되는 아이들도 열아홉살 무렵이면 철이 든다. 그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아예 공부와 담 쌓고 지내게 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저 학교생활 착실히 하고 틈틈이 이런저런 보고 싶은 책 사서 읽고 시험 때 공부 좀 하는 정도로만 옆에서 채근해 준다면, 너무 걱정할 것 없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때가 온다.-40쪽

괴롭힘 -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항을 하는 것이다. 욕을 하면 더 심한 욕으로 받아쳐주고, 머리를 툭 치고 지나간다면 따라가서 확 밀쳐버리고, 그러다가 만약에 주먹이 날아오면 같이 주먹을 날리는 것이다. 용기가 없는 아이들은 아마 이 부분이 두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용기를 내야 한다.....이길 필요도 없다. 세 대 맞고 한 대밖에 때리지 못해서 졌다고 해도 좋다. 한 번만 저항해 주면 된다.-47쪽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엄마나 아빠가 이틀 정도만, 이틀이 어려우면 하루만이라도 직접 해보면 된다. 평소 적정수면 시간보다 두 시간만 적게 자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보라. 그렇게 하고도 공부가 잘되면 계속 그렇게 하고, 그게 아닌 것 같으면 아이를 재우면 된다. 해보지도 않고 그저 짐작과 욕심만으로 정신력을 강조하는 것처럼 무식하고 무책임한 말도 없다.-56쪽

부모와 이야기하다 보면 언제나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대화가 끊어지는 것은 모든 것이 끊어지는 것이다....다른 사람에게도 그렇지만 자식에게도 대접해 준 만큼 이 다음에 대접을 받는다. 상대방은 세상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 - 나의 분신, 나의 자식이다.-62쪽

당신은 자신보다 서른 살 또는 그 이상 나이 많은 사람의 생각을 공감하고 그분의 취미를 기꺼이 공유할 수 있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일, 살아보지 않은 인생에 대해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아이가 어른에게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당신이 젊었을 때의 마음과 생각이 어땠었는지 돌이켜볼 수 있다면, 당신보다 어린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67쪽

"아빠는 내 마음을 잘 알아줘!" "엄마는 내 기분을 잘 이해해 줘!"
만약 도리에 크게 어긋난 부분이 있을 땐 "그건 아닌 것 같은데"라고 지적해 줄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부분만 지적하고 범위를 넓히지 말아야 합니다. -69쪽

공부는 으레 그렇게 얼굴 붉히고 불쾌한 분위기에서 했던 기억만 아이의 뇌리 속에 남겨줄 수 있다면 아이는 절대로 공부를, 아니 공부 비슷한 분위기조차도 좋아할 수 없을 것이다...공부는 누구에게나 하기 싫은 일이라는 것만 명심하고 있어도, 우리 아이가 특별히 총명하거나 바보는 아니라는 사실만 명심하고 있어도, 아이에게 무리한 요구를 들이대며 공부할 때마다 얼굴 붉히는 과오는 범하지 않을 수 있다...아이를 가르치다가 화가 나면 즉시 그만두어야 한다.-78쪽

공부할 때와 졸 때의 구별이 확실해야 한다. 무얼 잘하는 아이일수록 그런 구별이 확실하다....놀때는 마음껏 놀게 하되 공부를 시작하면 철저하게 공부에 전념하도록 하는 버릇.
공부시간도 아닌데 공부 소리를 계속해 대는 것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행동이며 부모가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는다면 (계속 공부 소리만 해대면) 아이 입장에서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는다.(계속 놀려고만 한다.)-92쪽

우리 학교에도 아이큐는 높은데 공부 못하는 아이들, 아이큐는 높지 않은데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많다. 머리는 그야말로 합리화이고 핑계...부모의 양육태도, 생활습관, 성실성, 집중력 등이 훨씬 중요하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도 모두 부모 탓이다.-96쪽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으면 수학능력시험에서 언어영역과 사회 또는 과학탐구 공부는 반 이상 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아이들은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공부를 시작해서 짧은 시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중학교 때 계속 학원숙제만 하고 문제집만 푼 아이들은 고등학교 올라가서 필경 독서량 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102쪽

만약 엄마의 도움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스스로 공부하는 길을 찾아가지 않고 또 다른 사교육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면...아마 대학은 좀 더 나은 학교로 진학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만을 기다리는 무능한 학생이 -106쪽

아이를 철저하게 믿어주라 - 아이도 사람이다. 몸이 안 좋을 수도 있고 마음이 복잡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른들이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속이는 수밖에 없다...정정당당히 요구할 만한 것을 요구했고 그대마다 그것이 충족되었던 아이라면 어른들을 속이지 않는다. 아이에게도 자존심이 있고 명예가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요구는 정당하게 받아들여진다고 믿는 아이는 결코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더럽히며 거짓말하지 않는다.-109쪽

학원 위주로 공부한 아이들의 실력엔 거품이 많다. - 학원을 다니지 않거나 다니더라도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혼자 공부했던 아이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성적이 올라간다. 당연하다. 누군가 떨어졌다면 누군가는 올라가야 앞뒤가 맞는다.-121쪽

학원에서는 오랜 경력의 기술자들이 엑기스만 쏙쏙 봅아 반복 훈련을 시키고 시험을 앞두고는 방대한 기출문제 중에서 골라 뽑은 족집게 문제로 마무리 공부를 시켜준다...혼자 공부하는 아이들은 이렇게 프로들의 후원을 받는 아이들을 결코 따라갈 수 없다. 특목고는 그렇게 훈련시킨 아이들 중에서도 뽑혀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하지만,범위도 예상문제도 없이 자기 실력으로 풀어야 하는 고등학교 모의고사를 보면 중학교 때 받았던 등수 뒤에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는 아이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124쪽

공부할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놀리는 게 낫다.-쓸데없이 학원비 내면서 선생님들 눈치나 살피고 시간만 때우다가 집에 가는 허접한 생활태도가 아이에게 습관으로 굳어져버리면, 그건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된다...'난 실컷 놀았다'는 기억이라도 심어주어라. '난 실컷 놀았다'는 기억-그것은 나중에 철이 들었을 때 '나도 공부를 하고 싶다'는 강한 동기를 만들어준다.-133쪽

눈치 보고 야단맞으면 노는 것과 마음 편하게 실컷 노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눈치 보며 노는 아이는 아무리 많이 놀았어도 '한번도 제대로 놀아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논 아이는 별로 많이 놀지 않았어도 난 '실컷 놀았다'고 생각한다.-137쪽

언어는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학생일수록 점수가 낮게 나왔고, 영어는 사교육비와 아무 관계가 없었고, 수학도 1,2등급 맞는 학생이나 5등급 이하로 맞는 학생들에겐 사교육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140쪽

모범생 만드는 비법 - 아이 앞에서 선생 흉을 보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어깨 너머라도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부모의 시각 그대로 선입관을 가지게 되어 필경 선생님과 학교를 불신하게 되고, 수업에도 진지하게 참여하지 않게 되어 결코 공부를 잘할 수 없다. 선생님에 대한 판단은 아이 본인이 한다.-152쪽

수학능력시험 - 수학능력시험의 목적이 바로 문제집을 풀고 암기하는 공부보다 여러 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 즉 독서능력 테스트이기 때문이다.-159쪽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 - 독서는 공부가 아니라 취미활동이라는 사실이다...밥 세끼 편식하지 않고 먹었으면 군것질은 무엇을 하든 간섭하지 마라. 그것이 불량식품이 아니라면 아이가 무엇을 먹든지 따라다니며 간섭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고 월권행위이다.-164쪽

책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 방법 - 책은 아이가 직접 골라야 한다 /아이가 책을 고를 때 참견하지 마라 / 책은 반드시 사서 읽는다 / 책은 한번에 한 권씩 산다 / 책꽂이는 집 안 곳곳에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 독서가지고 귀찮게 굴지 마라.-167쪽

사교육없이도 가능하다 - 나뿐 아니라 우리 학교의 다른 선생님도 그 흔한 단과반 한 번 보내지 않고 두 아들을 고려대에 보냈다....나는 잠을 충분히 재우기 위해 야간자율학습도 시키지 않았다...-244쪽

방목을 하는 목장에도 울타리는 있다. 다만 그 울타리가 매우 넓어서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아이는 그 안에서 제 마음대로 뛰놀며 큰다. 비바람을 맞기도 하고 혼자 멀리 갔다가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길을 잃어도 울타리 안에 있고 비바람을 맞아도 위험한 일은 없다.-257쪽

교육은 경험이다. 미래에 닥칠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시키는 과정이다.-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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