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섯개가 모자를 정도로 좋은 책입니다. <생각을 만드는 책> 제목에 몇 글자 더 붙이고 싶은 마음도 드네요. <생각을 만드는 정말 좋은 책> 이라구요^^아주 얇아 보이고 크기도 작아 손에 쏙 들어가는 크기가 주는 첫번째 선입견. 그리고 표지에 붙어 있는 노란 원형 금딱지 - 2003년 구텐베르크상 수상-가 주는 두 번째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게 하는 책입니다. 첫번째 선입견은 80페이지가 안될 정도로 간단한 책이라 어쩌면 이 책은 정말 내용이 없거나 (대충 그림으로 떼우려는) 아니면 정말 함축적으로 철학적이거나 할거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 책의 80페이지 중 40페이지는 정말로 온전히 그림이지만 내용만큼은 참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두번째 선입견은 보통 책을 홍보하기 위해 상 받은 것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었는데 책을 읽고 나면 이 부정적인 선입견은 금새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충분히 상 받을 만한 책이고 금딱지 붙을 만하다~는 것으로요. 천방지축인 8살 아들을 옆에 끼고 자기 전에 아빠가 꾸준히 두 주제를 읽어주었는데 얼마나 그 시간을 기다리며 짧은 에피소드와 삽화를 보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는지요. 그 광경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꾸밈없는 행복> 이라는 챕터를 잠깐 살펴보면 < 한 나그네가 샘물 곁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 있습니다. 그는 손을 모아 샘물을 떠 마십니다. 그의 모자와 지팡이는 옆에 놓여 있습니다. 그의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빗겨져 있습니다. 시원한 샘물로 말라 있던 목을 적신 나그네는 만족해 합니다. 손으로 직접 떠서 마시는 차가운 물맛은 매우 좋습니다. 부자들이 황금잔으로 마시는 값비싼 와인보다 훨씬 맛이 좋습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아주 천천히 손으로 직접 떠서 마시는 물맛을 음미하듯 천천히 정성스레 읽어주는 소리에 아이는 귀를 기울이다 여러가지 질문들을 합니다. 때론 감탄도 하구요. 손을 모아 물을 떠마시는 것, 값비싼 것, 와인, 황금잔,, 그리고 행복한 삶에 대해 어려운 단어나 사고가 아니라도 아이 수준에 맞는 질문과 대답들이 오고갑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평소 생활에서 생각해 보지 않음직한 질문들을 잠시나마 생각해 보고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네요. 더 짧은 문장의 챕터도 있습니다. 각기 다른 삽화들과 본문들을 읽고 들으며 아이는 죽음과 삶과 동물과 사람과 생활에 대해 짧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요새 시대처럼 거창한 제목을 달고 쏟아지는 책들에 묻혀 사는 때가 없고 각 책들은 저마다 사람들에게 많은 지식들을 주려고 애를 씁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목적은 결국 지식을 얻고 사고를 확장하려는 데 있는데 오히려 너무나 많은 활자들과 말들은 사람의 머리와 마음을 지치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담백하고 심플하지만 뒷편에 넓은 지식과 통찰의 세계가 숨어있는 이 책은 보기 드문 수작이라 평하고 싶네요. 이 책은 연령을 불구하고 아이 혼자 읽게 두기 보다는 부모가 함께 읽어주고 또는 따로 함께 읽고 담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아이의 생각과 마음에 쉼을 주기도 하고 깊은 사고의 세계로 가는 것을 도와 줄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