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20210620 황정은.

디디의 우산에서 아마도 먼저 가 본 낡은 전자상가를 이 책에서도 드나들었다. 거기 어둡고 좁은 방 안에서 기계 속을 들여다보고 고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은교와 무재는 냉면과 갈비탕을 먹고, 메밀국수도 해 먹고, 배드민턴도 치고, 섹스는 안 했다. 가진 게 없고 그냥저냥 하루하루 일해서 먹고 사는 삶인데 사람들이 불안이 없고 감정도 없이 덤덤해서 나는 그게 이상했다. 겨우 분노라고는 가동 헐어낸 자리에 벌어지는 시끄러운 무대 소음에 씨팔 씨팔 일을 못하겠네, 하는 여씨 아저씨의 푸념이 금세 당구장으로 멀어진다. 야만적인 앨리스씨에서는 아주 씨팔로 도배가 되어 있던 것에 비하면 이 소설은 진짜 맑게 끓여낸 조개탕 마냥 담담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무재씨랑 갯벌에 삼만원 짜리 중고차를 타고 달려 가서 조개탕이나 먹고 구운 약단밤이나 까먹으며 천천히 사찰을 향해 올라갔으면 싶었다. 가마 가마 슬럼 슬럼 하고 같은 말을 주고 받고도 싶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딱히 그런 모습과 별 다르게 살고 있지도 않구나 싶었다. 날이 좋아서 집안 온창을 열어두고 드나드는 바람을 읽으며 책이나 읽고 앉아 있으니 담담한 하루 아닌가. 그리고 무재랑 은교처럼 치킨도 시켜 먹었다. 다섯이서 순살 한 마리를 나눠먹으니 적긴 했지만 그러고나서 또 닭가슴살 삶은 걸 겨자 양념을 해서 야채랑 섞어 먹었는데 겨자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맵고 쓰다고 엄마한테 투덜거려서 조금 덜 담담한 하루였다.
그래서 그림자가 어쨌다고. 나는 쨍한 해 아래나 저녁에 환히 켠 노란 스탠드불 아래에서나 있구나 하던 그림자를 황정은 선생은 일으켜도 보고 따라가도 보고 그림자 따라 가는 사람 붙잡게도 시켜보고 이거저거 다 해 보았구나…그림자 따위 없으면 뭔가 더 가벼울 것 같은데.

+밑줄 긋기
-실린 것도 몇 가지 없이 박스 몇 개하고 스티로폼 조각하고 비닐 같은 것들이었는데 나는 그 앞에서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이런 것들 때문에 죽는구나, 사람이 이런 것을 남기고 죽는구나, 생각하고 있다가 조그만 무언가에 옆구리를 베어 먹힌 듯한 심정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예요.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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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6-21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으로 새하얀 느낌.... 저는 일독 때 다 읽고도 한참동안 흰 백자 백의 그림자인 줄 알았었어요. 좋음......😍

반유행열반인 2021-06-21 19:06   좋아요 0 | URL
왜인지 이슬아 선생님 엄마 아빠 연애담 듣던 생각도 나고 d랑 dd도 생각나고 그랬어요. 기왕 할 거면 만의 그림자 하지 스케일 작게 백이라서 헷갈리게 했네요. 하얀 그림자는 일도 안 나오면서 ㅋㅋㅋ

2021-06-21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21 19:05   좋아요 1 | URL
네 ㅎㅎ나쁘진 않은데 황정은님 팬? 빠? 우르르인 게 신기해요 ㅎㅎ저는 연년세세가 제일 잘 읽혔어요.

유부만두 2021-06-25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좋았는데, 로쟈는 이번 ‘한국작가‘ 신간에서 황정은 소설인물들을 까고까고 갈아버렸더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5 20:44   좋아요 0 | URL
그럴 것 같아서인가 저는 이현우 선생님 책을 하나도 안 읽었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습니다 ㅋㅋㅋ
 
불곰의 왕초보 주식투자 - 쉽고, 가볍고, 재미있는 실전 투자 입문서
불곰.박선목.박종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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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8 불곰 외.

이 책은 직장인이라면 짬짬이 나는 시간으로 단타쳐야지-하는 다른 책이랑 함께 빌려서 함께 보았다. 이거 뭐 열탕 갔다 냉탕 갔다 하는 기분이었다. 두 책 다 계좌 여는 법부터 홈/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까는 법까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그런데 기본 개념과 기초 중에 기초(막대기 빨간 거 파란 거에 꼬챙이 꿰어진 거는 양봉 음봉이고 최고가 최저가야 같은)는 책이름에 왕초보 붙은 값 하듯 이 책이 조금 더 친절했다.
다트의 공시 자료 들어가서 보고서와 재무제표 보는 법 자세하게 다뤄주는 건 친절하긴 하지만 어 뭔말이여 이렇게까지 알아야 하는구나 맞아 내 돈 들이 부을 곳인데 조목조목 알아야지 암암 하면서도 졸렸다…
딱 열 권만 보고 쉬자 했는데 주식 들어가는 책이 순식간에 네 권 쌓였다. 책마다 사례 드는 주식들 현재 그 회사들은 어떠한가 궁금해서 네이버 금융에 쳐 보는데 대다수가 안습이었다. 씨제이 씨지브이 들어가니 막 빨간 마이너스가 회사 실적에 한 가득…코로나한테 쳐맞다 못해 아주 쭈그러들겠다.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극장에 갔던게…브래드피트랑 리오날드디캐프리오(ㅋㅋㅋ그냥 이렇게 써보고 싶었어 나도 ㅋㅋㅋ)가 맨슨패밀리 두드려패고 활활 태우던 게…맞나…극장 가고 싶다…혼자 조조영화 보고 흑흑 울고 깔깔 웃고 싶다. 생각해보니 아무도 안 가면 나 혼자 가면 개꿀일 거 같은데 그래서 좋은 영화가 별로 없을 것도 같다.
책을 보면서 주식 사는 건 너무 쫄려서 펀드 두 개랑 ETF(펀드인데 주식같이 생겨 먹은 거) 몇 개를 막 쪼개서 곁의 사람이랑 분야 안 겹치게 이거저거 막 골라 사봤는데…이제 한 주 지났는데 내 돈 몇 만원 녹아 사라졌어…그래 주식 책 봤으니 시험 삼아 주식 사는 연습해보자 하고 건자재 관련 회사의 주식을 꼴랑 네 개 사 보았는데…와 왜 사흘 동안 가격이 진짜 일도 안 변하고 횡보한다…그냥 마음 가는대로 방탄소년단을 믿고 하이브에 질러 볼 것을….(이 회사는 오늘 주식이 막 만얼마씩 올랐다. 그런데 주식 하나에 삼십 만원씩 하는 걸 어떻게 사죠…)
조만간 인생 수업료 제대로 치르고 다시 책으로 돌아온 저를 만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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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2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석달전에 카카오를 딱 하나 샀어요 … ㅎㅎㅎ 아 왜 하나만 샀니…

반유행열반인 2021-06-18 20:57   좋아요 1 | URL
그럴 때 더 사는 거 아닌가 ㅋㅋㅋㅋ카카오톡 안 하는 일인으로 카카오 왜 뜨니 과대평가 아니니 하고 구매욕구 억제중임미다… ㅋㅋㅋㅋ

- 2021-06-18 20:59   좋아요 2 | URL
카카오뱅크 안써봤구나 ㅋㅋㅋ 암튼 카카오 지금 난리 났어요 ㅋㅋ 계속 올라서 ㅋㅋㅋ

Yeagene 2021-06-19 1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주식...넘나 어려워요..일단 공부하기로 맘먹으신 것도 대단한 거에요..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6-19 11:33   좋아요 2 | URL
어려워서 하다 말 거 같아요 망하기 전에 말았으면 ㅋㅋㅋㅋ

syo 2021-06-19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웹툰 <모죠의 일지> 211화~212화 ˝주식 대결하는 만화˝ 권합니다.
모죠 선생님은 요즘 제가 제일 존경하는 드립퍼십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19 15:01   좋아요 2 | URL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웹툰은 또 언제 보시는지 부지런하심 ㅎㅎㅎㅎ

syo 2021-06-19 15:03   좋아요 2 | URL
백수의 하루는 길고 기니까요. 😁
 
[전자책] 이중 연인 로망 컬렉션 13
전경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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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8 전경린.

소설 다달이 다섯 권은 보기로 해 놓고선 7권 연짱으로 비문학 에세이, 주식 책 이런 것만 보았다. 5,6월 읽은 소설이 겨우 3권이라니 깜짝이야. 그래서 하나 빌렸다. 이번에는 연애소설이네, 했는데 생각해보면 소설이란 장르가 거진 다 연애담이다. 주제가 연애가 아니래도 꼭 연애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연애는 삶의 고갱이 같은 건지. 나를 고갱이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한 삶이고, 그런 나는 연하지만 또 꿋꿋이 버텨나가야 하는 삶이다.

그런데 마냥 재잘재잘 말을 해야 먹고 사는 사람이, 기침을 자꾸하고 목소리가 안 나오는 나날인데도 또 말을 계속 해야 한다…병원을 며칠 줄창 다니는 데도 안 나아…오늘은 성대 사진 찍는다고 혀를 죽 빼고 목구멍에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자꾸 엑엑 거리니 막 마취제 뿌리고 그러니까 막 침이 샘솟고 기침도 나고 콧물도 또 나고 그런데 입에 약을 물고 기다리라고 하고 그러다가 못참은 기침에 푸엑 하고 마스크 안에 침이 팍 튀고 다시 진찰실 가서 엑엑 하며 사진 찍고 확인한 게 겨우 성대가 부어서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라는 소리를 듣는다. 뭔가 비참한 기분도 들고, 기진맥진 축축한 마스크를 걸치고 병원을 나와서 약을 받아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왔다. 비가 와서 날이 선선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말없이 걷는 길은 여름인데도 서늘했다. 아프면 내 몸 건사하느라 주변을 제대로 못 돌본다. 사랑하려면 건강해야 한다…
성대는 두 근육이 얇게 닿을 듯 말 듯 근접한 채 파르르 떨며 울림을 만드는데, 거기에는 굳은살이 끼어도 안 되고, 혹이 나도 안 된다. 그러면 맑은 소리대신 쉰 소리가 난다. 소리도 키워지지가 않는다. 그럴 때는 말을 줄이고 물을 잔뜩 마시고 쉬어야 해. 그게 안 되면 그래서 혹이 굳어지면 영영 스스로는 사라지질 않아서 전신 마취를 하고 칼로 뚝 떼어내야 한다. 몇 년 전에 해 봤다. 마음이, 몸이 빨간 불을 보여준다. 잠시 쉬라고, 멈추라고, 안 그러면 견디지 못할 거야. 그래서 나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말을 멈추고, 어쩔 수 없이 주말이 끝나면 또 재잘재잘 떠들어야 한다.

제목이 이중 연인이라 오, 양다리냐, 하고 빌렸다. 딱히 양다리라기도 애매하고, 어쩌다 보니 두 남자가 동시에 인생에 들이닥쳤는데 한놈은 오해로 틀어지고 그냥 적당히 알고 지내고, 또 한놈은 돌싱남인데 너무나 예쁘게 생겼는데 이혼한 전부인이 자꾸 여자한테 협박 전화를 해대고 죽여버린다고 난리를 친다. 불안한 주인공이 돌싱남 뒤를 캐고 다녔더니 남자가 빡쳐가지고 막 다그치니까 여자도 빡쳐서 손절, 하고 헤어지려고 하니 남자새끼가 막 집앞에 찾아와서 전화통에 불나고 초인종에도 불나고 그러다가 집앞에 화분도 막 패대기치다가 잠잠해진다. 그 사이 주인공은 교통사고를 당해서, 돌싱남의 전부인 협박이 사실이었나, 허언증 아니고 진짜 해코지 하나 싶었는데 그냥 우연이었다. 그러고 또 얼마 뒤 헤어진 남자가 평소 즐기던 익스트림 산행에 나섰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이전에 오해로 틀어진 남자랑 다시 잘해볼락말락 할 때 전남친 사망 소식 들으니 얘도 마음이 황폐하고, 또 잘해볼락말락한 새 남자는 엄마가 갑자기 암투병을 해서 병바라지에 장례까지 또 피폐해지고, 그렇게 엇갈렸다가 한참 후 다시 만나지만 이미 둘이 잘 될락말락 했던 그 마음은 지나간 것 같고. 뭐여. 허망한 연애사.
남자들은 자꾸 반말 쓰는데 여자는 존댓말 쓰는 발화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 식으로 말고는 인물 구분이 안 되는 걸까. 조금 더 부지런해집시다.
스토리는 진부한데 문장은 막 이런저런 비유를 쳐발쳐발해서 문학이란 이런 건가요. 열심히 쓰셨네요. 그런데 소화가 안 되요. 삶은 그냥 삶이고 연애는 그냥 연애인데 그게 글로 옮겨지면 참 희한한 뭔가가 되는 구나 싶었다. 점점 잘 쓸 자신이 없어졌다. ㅋㅋㅋ 그래도 이제 다시 좋아하면서도 미뤄두던 소설읽기를 힘내야겠다.

+밑줄 긋기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누군가 나를 버릴 것을 먼저 걱정하지 않고, 붙들고 놔주지 않을 것을 먼저 두려워했다. 실은 둘을 똑같이 근심하면서. 최악은 갇힌 채 버려지는 것이었다. 나는 마치 갇힌 채 버려진 기억이라도 있는 것처럼 생생한 공포를 지니고 있었다. 사실, 나는 누가 가두지 않아도 스스로 갇히는 성격이었다. 왠지, 어느 사이에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난 상대보다 나 자신이 걱정이고 내가 두려웠다. 그러니 갇히거나 버림받거나, 그것은 내 연애의 난제였다. 내가 스스로 갇히면 어느새 알고 나갈 길을 열어 주고, 그러면서도 늘 가까이 있는 이상적인 남자, 그것은 사랑에 관한 나의 꿈이었다.

-하나의 얼굴이 운명인지, 우연한 실수에 불과할지는 미리 가늠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가까이 다가온 기회를 두려움 때문에 회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문을 열면 전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삶이 그렇듯이, 사랑과 함께 상처 역시 각오해야 한다.

-“계속 네 생각이 나. 너는 내게 항상 상관이 있어. 너라는 현상 자체로.”
이열이 솜털이 돋은 여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일말의 감동과 통증이 동시에 몰려왔다.
“네가 살아가는 거, 그냥 너 말이야. 그게 늘 내게 상관이 있는 거야.”

-사랑은 좋은 사람과 하는 게 아니다. 사랑은 좋고 나쁜 것을 초과한다. 사랑은 특별한 사람과 하는 것이다.

-“몰라. 난 네 인생을 몰라. 너의 지난 일, 너의 가족. 난 내 눈앞의 너만을 알고 그것으로 충분해. 그러니 너도 보이는 나만 보도록 해. 나를 파고들지 않길 바라. 이거 진심이야. 누구의 인생이나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폐허인 거야. 무너진 잔해들로 가득한 폐허이지. 폐허를 덮기 위해 다시 뭔가를 하고, 또 하는 거야.”

-“수완, 그 남자의 곁에서 네가 어떤 모습인지 알아야 해. 사랑을 위해 사랑하지는 마. 그런 사랑은 너를 해쳐. 너를 위해 사랑하도록 해. 희망 없이 사랑하는 건 차라리 괜찮아. 하지만 힘들거나 불편하고 슬프고 불안한 건 사랑이 아니야. 사나워지는 것도 사랑이 아니야. 힘들어지면 언제든 그만두도록 해.”
“내가 힘들어 보여?”
이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 삶이 인간을 파고들어 숙주로 삼는 질병인 것처럼 사랑도 인간을 숙주로 삼는 질병이야. 둘 다 인간을 숙주로 해서 파고들었다가 재를 남기고 떠나가지. 인간은 죽지만 삶과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불멸을 향해 가. 그러니, 삶과도 사랑과도, 그 모든 것과도 거리를 두는 편이 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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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6-18 19: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사실 건강이 하는 거예요.
다 나을 때까지 재잘재잘을 재잘로 줄이시길 바라보지만, 될 일이 아니군요.... 😥

반유행열반인 2021-06-18 19:06   좋아요 3 | URL
건강아 부탁해 사랑 좀 대신 해 주렴 ㅎㅎㅎ

2021-06-18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8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자책] 나의 월급 독립 프로젝트 - 3년 만에 30억 벌고 퇴사한 슈퍼개미의 실전 주식투자 생중계
유목민 지음 / 리더스북 / 2019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20210617 유목민.

독서 목록에 주식 책이 섞이기 시작하자 블로그 이웃님들이 댓글로 이 책 저 책 읊어 주시는 걸 담아봤다. 이 책은 어느 이웃님이 희망을 보았다면서 말씀하셔서 빌렸다.
다 읽고 난 소감은 나는 이 책에서 희망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독 같은 걸 먹은 심정이랄까. 희망보다는 희망 고문이 가득한 책 아닌가.
종잣돈 작게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책에 다룬 자신이 수익 본 사례는 최근이라 막 20억원 어치 주식 사서 몇 천만원 수익을 봤네, 하는 내용이다. 여기서부터 괴리감.
수백퍼센트대 수익을 목표로 하라는데, 일단 1%라도 수익 나면 팔고 튀라고 한다. 직장인이라도 업무에 지장 안 가게 짧은 시간만 들여도 가능하다는데. 일하는 중에 단타로 치고 빠지려면 그게, 제대로 된 종목 잡았더라도 좋은 매수 타이밍 놓치고 할 텐데 애초에 양립 가능한 소리인지.
모두가 결과론적인 얘기라 나는 했고, 벌었고, 그러니 너도 공부 제대로 하면 할 수 있고, 못 하면 네 실력, 네 공부 부족, 하고 말하긴 쉽지만 결국 책 마지막으로 갈수록 재테크 컨설팅과 클래스 플랫폼인 사이다경제 최대 주주의 홍보…였는가 싶게 크게 남는 바는 없었다. 주식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나 같은)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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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6-17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보고 궁금했는데..이런 내용이었군요 ㅠㅠ 제목만 그럴싸한 느낌이네요.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6-17 2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파는 목적으로 제목은 잘 뽑은 거죠 ㅎㅎㅎ독립은 저자만 한 걸로 ㅋㅋㅋ

붕붕툐툐 2021-06-18 1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식 10억 만들기 쉽다던데요? 종잣돈으로 20억을 넣으면요~ㅎㅎㅎㅎㅎㅎ(넘 옛날 개그인가욤?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6-18 19:00   좋아요 1 | URL
오호 그래서 내 돈이 자꾸 수렴하는가 보다요…은 파생 ETF이런 구린 거 사고 한 주만에 6퍼센트 녹아 없어지는 걸 보며 10퍼센트 사라지면 10만원 인생공부 한 셈 치고 빼야지 하는 1인입니다 ㅋㅋㅋㅋ
 
[전자책]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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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4 김준기.

예전에는 영화를 제법 많이 챙겨 보는 편이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이것저것 많이 보고 좋아하는 영화는 여러 번 반복해 보기도 했다. 뭐 그래서 영화에다 심리학을 합쳐 놓았다는 제목에 끌려 빌렸다. 다양한 영화 속 사례와 트라우마의 원인, 증상, 치유 과정 등을 풀어 놓은 책인데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과거에 겪었던 많은 심리적 문제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 돌아볼 수 있던 점은 좋았다.

아직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신입 시절에 임시로 참여한 어떤 프로젝트에서 마지막 날 뒷풀이로 술자리를 가졌다. 뭐 이상한 노래주점 같은데를 엉겁결에 따라 갔는데 어둑한 곳에서 함께 일하던 아저씨 하나가 술에 취해 나는 니가 좋다, 너는 남자들이 이렇게 푸는 걸 이해해야 한다, 개뻘소리를 하다가 급기야 남들이 안 보는 사이 갑자기 뒤편에서 껴안았다. 놀라서 울고 항의했지만 일을 무마하려는 다른 관리자들 때문에 별다른 책임을 묻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다. 몇 달 후에 단체 회식 자리에서 직장 동료들과 노래방을 갔는데 갑자기 노래를 부르라며 여러 명의 나이든 사람들이 호들갑 떨고 일으켜 세우는 순간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발작을 일으키듯 울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비슷한 환경에 놓이면 공황 같은 게 생기는 걸 그때 알고는 몇 년 동안 노래방을 못 갔다. 그때 그런 증상을 보인 게 성희롱을 겪는 상황에서 트라우마가 생겼던가 보다, 뒤늦게 돌아보게 되었다.

트라우마는 커다란 재난, 사고 상황에서 생존한 사람들이 겪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지난 봄에 본 만화 ‘홀’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사람들의 구조에 도움을 주었던 의인이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접하고 구하지 못한 것에 자책감을 가진데다 사람들의 편견에 부딪히고 제대로 된 사과와 진상 규명을 접하지 못하면서 점점 더 괴로워하는 모습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트라우마는 큰 사건사고 뿐 아니라 일상 속의 지속적인 소외와 상처로 인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울증, 정서 장애 등으로 진단 내려지는 수많은 증상들도 그 원인을 돌아보면 트라우마를 야기하는 수많은 환경들이 배경이 될 수 있다.

‘ACE 연구(아동기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s)는 우선 아동기의 부정적인 경험 열 가지를 1)심리적 학대 2)신체적 학대 3)성적 학대 4)정서적 방임 5)신체적 방임 6)가족의 약물 및 알코올 남용 7)부모의 별거나 이혼 8)가족의 정신질환 9)가족 내 폭력 10)가족의 범죄행위로 규정했다.’고 한다. 와, 나 해당 항목 최소 네 개…했지만 해당 연구 결과 4개 이상 항목에 해당하는 응답을 한 사람이 12.5%였다고 한다. 해당 항목의 점수가 높을 수록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위협받는 상관 관계도 나타났다. 내가 겪던 불안과 우울의 배경에 아빠의 알코올 중독, 부모의 이혼, 아빠의 조현병 발작과 입원 목격, 아빠가 엄마와 동생에게 가하던 폭력 등이 충분히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장면들에서 내가, 내 뇌가 그 상황에 적응하려는 나름의 신체, 정서적 반응을 보이고, 그게 굳어져 습관화 되어 내 성격이나 행동이나 인지 경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단점도 있지만 그걸 바탕으로 내가 이루고 강점처럼 삼은 부분도 있다.
어쨌거나 주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내가 양육자로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에 있으면서 좋게 작용하지 않는 부분들은 끝없이 의식하고 나아지려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양육자의 태도가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반성할 점이 많았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내가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는 게 역시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계속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내가 나를 가장 좋아하는 날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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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14 19: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일들 너무 많네요. 저도 생각나는일 몇가지 있지요ㅠㅇㅠ아우... 여자들은 모두 주짓수라도 배워야하나 별의별 생각 다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14 20:57   좋아요 5 | URL
저 아는 언니는 길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하고… 복싱을 배워 프로복서 데뷔도 했어요ㅎㅎㅎ저는 그런 호신 기술은 또 안 챙겨놨네요. 어느 공동체든 거기서 제일 왕(?)을 골라 약점 나오면 소리지르고 두들겨패며 혼내는 스킬(?)은 익혔는데 덕분에 다들 가까이 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반대로 약자에겐 한없이 약해요ㅋㅋㅋ

2021-06-14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4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4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6-15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열님, 저는 10개 중 2개가 해당하는 듯요.. 하.. 살기가 가끔 힘이 듭니다.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에 격한 공감을 하며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그날까지 파이팅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15 07:04   좋아요 1 | URL
넴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이유를 찾는 것도 나아지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이팅!!!

Yeagene 2021-06-15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나를 가장 좋아하는 그날까지 같이 노력해봐요!ㅎㅎ
열반인님도 저도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1-06-15 11:32   좋아요 1 | URL
제일 중요한 과제네요 ㅋㅋㅋ화이팅입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