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중 연인 로망 컬렉션 13
전경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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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8 전경린.

소설 다달이 다섯 권은 보기로 해 놓고선 7권 연짱으로 비문학 에세이, 주식 책 이런 것만 보았다. 5,6월 읽은 소설이 겨우 3권이라니 깜짝이야. 그래서 하나 빌렸다. 이번에는 연애소설이네, 했는데 생각해보면 소설이란 장르가 거진 다 연애담이다. 주제가 연애가 아니래도 꼭 연애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연애는 삶의 고갱이 같은 건지. 나를 고갱이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한 삶이고, 그런 나는 연하지만 또 꿋꿋이 버텨나가야 하는 삶이다.

그런데 마냥 재잘재잘 말을 해야 먹고 사는 사람이, 기침을 자꾸하고 목소리가 안 나오는 나날인데도 또 말을 계속 해야 한다…병원을 며칠 줄창 다니는 데도 안 나아…오늘은 성대 사진 찍는다고 혀를 죽 빼고 목구멍에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자꾸 엑엑 거리니 막 마취제 뿌리고 그러니까 막 침이 샘솟고 기침도 나고 콧물도 또 나고 그런데 입에 약을 물고 기다리라고 하고 그러다가 못참은 기침에 푸엑 하고 마스크 안에 침이 팍 튀고 다시 진찰실 가서 엑엑 하며 사진 찍고 확인한 게 겨우 성대가 부어서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라는 소리를 듣는다. 뭔가 비참한 기분도 들고, 기진맥진 축축한 마스크를 걸치고 병원을 나와서 약을 받아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왔다. 비가 와서 날이 선선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말없이 걷는 길은 여름인데도 서늘했다. 아프면 내 몸 건사하느라 주변을 제대로 못 돌본다. 사랑하려면 건강해야 한다…
성대는 두 근육이 얇게 닿을 듯 말 듯 근접한 채 파르르 떨며 울림을 만드는데, 거기에는 굳은살이 끼어도 안 되고, 혹이 나도 안 된다. 그러면 맑은 소리대신 쉰 소리가 난다. 소리도 키워지지가 않는다. 그럴 때는 말을 줄이고 물을 잔뜩 마시고 쉬어야 해. 그게 안 되면 그래서 혹이 굳어지면 영영 스스로는 사라지질 않아서 전신 마취를 하고 칼로 뚝 떼어내야 한다. 몇 년 전에 해 봤다. 마음이, 몸이 빨간 불을 보여준다. 잠시 쉬라고, 멈추라고, 안 그러면 견디지 못할 거야. 그래서 나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말을 멈추고, 어쩔 수 없이 주말이 끝나면 또 재잘재잘 떠들어야 한다.

제목이 이중 연인이라 오, 양다리냐, 하고 빌렸다. 딱히 양다리라기도 애매하고, 어쩌다 보니 두 남자가 동시에 인생에 들이닥쳤는데 한놈은 오해로 틀어지고 그냥 적당히 알고 지내고, 또 한놈은 돌싱남인데 너무나 예쁘게 생겼는데 이혼한 전부인이 자꾸 여자한테 협박 전화를 해대고 죽여버린다고 난리를 친다. 불안한 주인공이 돌싱남 뒤를 캐고 다녔더니 남자가 빡쳐가지고 막 다그치니까 여자도 빡쳐서 손절, 하고 헤어지려고 하니 남자새끼가 막 집앞에 찾아와서 전화통에 불나고 초인종에도 불나고 그러다가 집앞에 화분도 막 패대기치다가 잠잠해진다. 그 사이 주인공은 교통사고를 당해서, 돌싱남의 전부인 협박이 사실이었나, 허언증 아니고 진짜 해코지 하나 싶었는데 그냥 우연이었다. 그러고 또 얼마 뒤 헤어진 남자가 평소 즐기던 익스트림 산행에 나섰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이전에 오해로 틀어진 남자랑 다시 잘해볼락말락 할 때 전남친 사망 소식 들으니 얘도 마음이 황폐하고, 또 잘해볼락말락한 새 남자는 엄마가 갑자기 암투병을 해서 병바라지에 장례까지 또 피폐해지고, 그렇게 엇갈렸다가 한참 후 다시 만나지만 이미 둘이 잘 될락말락 했던 그 마음은 지나간 것 같고. 뭐여. 허망한 연애사.
남자들은 자꾸 반말 쓰는데 여자는 존댓말 쓰는 발화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 식으로 말고는 인물 구분이 안 되는 걸까. 조금 더 부지런해집시다.
스토리는 진부한데 문장은 막 이런저런 비유를 쳐발쳐발해서 문학이란 이런 건가요. 열심히 쓰셨네요. 그런데 소화가 안 되요. 삶은 그냥 삶이고 연애는 그냥 연애인데 그게 글로 옮겨지면 참 희한한 뭔가가 되는 구나 싶었다. 점점 잘 쓸 자신이 없어졌다. ㅋㅋㅋ 그래도 이제 다시 좋아하면서도 미뤄두던 소설읽기를 힘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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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누군가 나를 버릴 것을 먼저 걱정하지 않고, 붙들고 놔주지 않을 것을 먼저 두려워했다. 실은 둘을 똑같이 근심하면서. 최악은 갇힌 채 버려지는 것이었다. 나는 마치 갇힌 채 버려진 기억이라도 있는 것처럼 생생한 공포를 지니고 있었다. 사실, 나는 누가 가두지 않아도 스스로 갇히는 성격이었다. 왠지, 어느 사이에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난 상대보다 나 자신이 걱정이고 내가 두려웠다. 그러니 갇히거나 버림받거나, 그것은 내 연애의 난제였다. 내가 스스로 갇히면 어느새 알고 나갈 길을 열어 주고, 그러면서도 늘 가까이 있는 이상적인 남자, 그것은 사랑에 관한 나의 꿈이었다.

-하나의 얼굴이 운명인지, 우연한 실수에 불과할지는 미리 가늠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가까이 다가온 기회를 두려움 때문에 회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문을 열면 전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삶이 그렇듯이, 사랑과 함께 상처 역시 각오해야 한다.

-“계속 네 생각이 나. 너는 내게 항상 상관이 있어. 너라는 현상 자체로.”
이열이 솜털이 돋은 여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일말의 감동과 통증이 동시에 몰려왔다.
“네가 살아가는 거, 그냥 너 말이야. 그게 늘 내게 상관이 있는 거야.”

-사랑은 좋은 사람과 하는 게 아니다. 사랑은 좋고 나쁜 것을 초과한다. 사랑은 특별한 사람과 하는 것이다.

-“몰라. 난 네 인생을 몰라. 너의 지난 일, 너의 가족. 난 내 눈앞의 너만을 알고 그것으로 충분해. 그러니 너도 보이는 나만 보도록 해. 나를 파고들지 않길 바라. 이거 진심이야. 누구의 인생이나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폐허인 거야. 무너진 잔해들로 가득한 폐허이지. 폐허를 덮기 위해 다시 뭔가를 하고, 또 하는 거야.”

-“수완, 그 남자의 곁에서 네가 어떤 모습인지 알아야 해. 사랑을 위해 사랑하지는 마. 그런 사랑은 너를 해쳐. 너를 위해 사랑하도록 해. 희망 없이 사랑하는 건 차라리 괜찮아. 하지만 힘들거나 불편하고 슬프고 불안한 건 사랑이 아니야. 사나워지는 것도 사랑이 아니야. 힘들어지면 언제든 그만두도록 해.”
“내가 힘들어 보여?”
이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 삶이 인간을 파고들어 숙주로 삼는 질병인 것처럼 사랑도 인간을 숙주로 삼는 질병이야. 둘 다 인간을 숙주로 해서 파고들었다가 재를 남기고 떠나가지. 인간은 죽지만 삶과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불멸을 향해 가. 그러니, 삶과도 사랑과도, 그 모든 것과도 거리를 두는 편이 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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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6-18 19: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사실 건강이 하는 거예요.
다 나을 때까지 재잘재잘을 재잘로 줄이시길 바라보지만, 될 일이 아니군요.... 😥

반유행열반인 2021-06-18 19:06   좋아요 3 | URL
건강아 부탁해 사랑 좀 대신 해 주렴 ㅎㅎㅎ

2021-06-18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8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