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중고 판매자의 판매 페이지 둘러보다 보면, 그냥 통째로 내 서재로 업어 오고 싶은 때가 있다. 헌책 사다 파는 일 자체를 업으로 하는 분들도 있지만, 개인 소장품 내어 놓은 걸 보면 모으는 시리즈나 읽는 장르가 일관성이 있어서 그거 구경하고 줄줄이 낚아 오는 재미도 있다.
이번에 책 구매한 판매자 분도, 사고 싶게 만드는 문학 고전들은 물론이고 괜찮은 음반도 잔뜩 소장 중이라 일단 담아두고 침만 흘리고 있었다. 사려던 책이 다 최저가는 아니어서… 도어즈나 재니스 조플린 음반도, 나는 고등학생 때 시디피를 늦게 사서 테이프 밖에 없잖아… 시디 사고 싶어… 이러다가 정신차리고 음반 다 빼고 책만 모았다가 1월 1일을 기념해서(?) 싹 다 질렀다. 팔백작님이 광고(?)한 앙팡 떼리블과 필립 로스의 위대한 미국 소설을(최저가는 아니지만) 함께 팔고 계시니…더 참을 수 없군요…
박스를 받았을 때, 우와…쿠팡 박스 다 찢어져서 너덜너덜해져 왔어…책 괜찮니… 했는데 다행히도 내부에 알라딘에서 주는 나도 애용하는 뽁뽁이 비닐로 이중 포장을 해 보내 주셨다. 책은 파손 없이 멀쩡히 왔고, 처음에는 대체로 누리끼리 해서 상태가 괜찮은가 살피며 알콜 티슈로 소독 한 번씩 해주는데, 변색 이유는 책장/서재가 햇살 잘 드는 곳에 있었던 모양, 책머리 도장 없이 증정품도 아니고 새 책 사서 정갈히 보다가 좀 오래 꽂히긴 했지만 잘 있다 나한테 온 것이다. 오예. 7만원에 양서 14권 사면 능력자(?)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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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 비축분이 차곡차곡 늘고 있어서 흐뭇… 어디서 주워 들었던 작가들의 명작들을 고루고루 갖췄다. 한 달 두 권도 겨우 읽는 요즘 형편이라 이렇게 사 쌓으면 뭐하냐 싶지만… 언젠간 읽겠지…
책 배송 확인하는데 국회 내 우체국에서 보냈대서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국회에서 일하십니까…구글링은 친절하게도 노동단체 출신 환경노동위 소속 현직 국회의원의 보좌관의 소장 도서를 내가 팔아줬다고 알려줬다… 그렇군요… 정치에 가까운 사람이 책과 음악과 가까운 건 참 다행스러운 일… 나같은 남의 사연 궁금해서 꼬치꼬치 찾아보는 놈한테 책이 팔린 건 안타까운 일… 내가 팔겠다고 올리는 책이나, 읽고 써 올리는 독후감 뭉치에서 사람들은 어떤 인간의 형태를 조합해낼 수 있을지 문득 궁금했다. 다 나같이 프로파일러 놀이(빙자한 스토킹) 하고 사는 건 아니라굽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