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20210201 이승우.

사실 이승우가 못마땅해졌다. 많은 후배작가들이 수상 거부와 기고 거부를 하고, 심지어 윤이형이 절필 선언까지 하게 만든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면서 한 해 중단된 문학상의 명맥을 이었다. 올해 수상 작가 대부분은 나이 지긋한 중견 작가들이고 젊은 작가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 대한 코멘트 없이 손님 맞는 사무원에 수상을 비유한 것도 멋대가리 없었다. 뭐, 소설가 입장에서는 수록 지면이 사라지고 문학상이 없어지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거 막겠다는 사명감 같은 걸로 수상 수락을 할 수도 있겠지만, 후배들이 불공정한 관행 없애 보겠다고 그렇게 목소리 내고 난리였는데 개선이라 해야되나 어쨌거나 출판사가 시정안을 내놓은 뒤에 곶감만 쏙 꺼내 먹는 걸로 밖에 안 보였다.

그래도 뭐 사 놓은 책이니 뭐라고 하나 읽어 보았다. 뻔하다면 뻔한 소리고, 가장 기본이라면 기본인 이야기 담긴 짧은 책이다. 이전에 박상우의 ‘소설가’라는 책을 먼저 보았는데 그 책이나 이 책이나 작법서는 아니고,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 대상으로 이런 마음 가짐으로 해야지, 하는 훈수 정도였다.

이 책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말로 반복되는 이야기가 있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고 소설을 쓰기 때문에, 쓰는 동안 소설가로 불리는 것이다. 소설가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고 소설을 쓰기 때문에 소설가인 것이다.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사람이 소설가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2006년에 나온 초판1쇄를 중고로 샀는데 마지막에 완전 반대의 말이 나온다. 아무리 봐도 이건 실수 같이 느껴졌다.
‘소설을 쓰기 때문에 소설가인 것이 아니고, 소설가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것이다.’
실수가 아니라 소설가의 정신을 강조해서 일부러 다시 이런 말을 한 건가? 나름 역설적인 효과를 노린 건가? 그렇게 받아들이기에는 좀 후졌고 실패한 표현 아닐까 싶다. 왜 한 책에서 딴소리해! 하고 반발심만 생겼다.

읽는 동안에 그간 너무 쉬었으니, 다시 좀 써봐야하지 않겠니...하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으니 나름의 효과는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크게 효용이 있는 독서는 못 되었다. 말로 이렇게 저렇게 써라 이렇게 저렇게 쓰지 마라 하는 소리 백 번 읽으면 뭐해. 한 줄이라도 쓰고 또 지우고 하는 게 낫다. 아...소설가의 귓속말도 샀는데...읽기 싫어졌어...이승우 소설도 읽을 마음 사라졌어...역효과다 ㅋㅋㅋ
역시 소설가에게는 귓속말 보다 소설 한 편 더 읽는 게 낫지 싶다. 친구랑 제임스 설터 소설이랑 산문집 이야기하다가도 그 소리 했다. 산문집은 안 사도 돼...난 팔았어...뭐 이런 거...그런데도 이상하게 소설 좋아하면서도 소설 진짜 안 읽는 나새끼야...지난 달에 열일곱 권 읽었는데 그 중 일곱 권만 소설이야...이번 달에는 소설을 좀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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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1 23: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사면서 열반님과 같은 생각으로 자기검열 했습니다!ㅠ 그 결과 이승우작가님이라 타협했지만 속으로 음모론 여러편 썼네요!
아직 읽지 못했지만 다른 작가들을위해서 라도 이번 작품집이 좋았으면 합니다!ㅎ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6:58   좋아요 1 | URL
읽고 고견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소설들이야...좋겠지요 잘 썼으니 상을 줬을 것이고 그러길 바라고요. 속으로 쓰신 음모론 여러 편도 궁금하네요 ㅋㅋㅋ

청아 2021-02-01 2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런 쓴소리 올려주실 때 좀 많이 멋져요!!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6:59   좋아요 1 | URL
아...방구석 장비 여포라 글로만 이러고 실제로는 쭈글이일 걸요 ㅋㅋㅋ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Yeagene 2021-02-01 2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정말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세요...올해 이승우가 이상 문학상 대상 받았다고 해서 윙?했어요...아니 후배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단물만 빼먹는 것 같잖아요..;;; 진짜 황당...;;;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0   좋아요 2 | URL
제가 극단적인 표현을 썼습니다만 잘 썼으니 대상이겠지...그러나 아직은 저 수상작들을 읽을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싶네요 ㅋㅋㅋ그냥 그런 후배들의 노력 치사하는 말 한 마디라도 보탰으면 덜 꼴보기 싫었을 거 같아요.

scott 2021-02-02 00: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작가가 올해 갑자기 배로 늘어난 상금 오천만원 받고 한수상소감에서[소설로 소설가가 자기가 한일로 상을 받는 것은 규칙과 반복이 지배하는 사무원의 사무실로 갑자기 낯선 손님들이 찾아 오는것과 같은 사건으로 손님들에게 그이유를 따져 묻는 대신 다시 사무원처럼 내일을 하려고 한다.]ㅋㅋ후배들한테 전혀 미안함 부끄러움 없음요 ㅋㅋㅋ열반인님 지적 쵝오!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1   좋아요 2 | URL
소감 원문 인용해주셨군요 ㅋㅋㅋ상금은 심지어 늘었구나 거부할 수 없는 돈의 유혹도 있었겠네요....

바람돌이 2021-02-02 00: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작가가 이런 말을 했군요. 아 이건 정말 한국 문학계를 대표할만한 사람으로서 할만한 말은 아니지 싶은데 차라리 침묵하시지.... 뛰어난 문학적 능력이 작가에 대한 존경심으로 이어지지 않는 장면을 또 목격하게 되어 씁쓸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3   좋아요 2 | URL
저게 그냥 나는 이래서 받았다- 로만 들려도 괜찮겠는데 소설가가 사무원처럼 손님 맞이 해야지 그걸 거부하고 그걸로 쓰네 마네 난리니 하는 듯한 (후배들이 좀 지나쳤네) 느낌까지 받는 건 제가 망상이 심한 거겠죠...

붕붕툐툐 2021-02-02 02: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호오~ 적절한 비판에 끄덕끄덕.. 반열님의 글쓰기에 제가 다 기대가 되는군요~ 소설 별루라면서 소설만 읽어재끼는 나새끼도 있어요..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4   좋아요 1 | URL
읽다보면 언젠가는 붕붕툐툐님께 딱 맞는 소설에 빠져드시지 않을까요 ㅎㅎㅎ제가 적절하게 지적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기사문 보고 아 정말 심하네 하고 공감하며 옮겨온 수준이라 ㅋ

하나 2021-02-02 0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상문학상은 좀 씁쓸.. 저는 최근 소설은 괜찮게 읽었는데, 싫으셨던 문장 이승우 작법 특징인 거 같아요. 첫 문장에 했던 말 마지막에 뒤집기~ 주로 에세이에서 습관처럼 쓰시는 듯.. 저도 소설가의 귓속말 이후에 모르는 사람 손이 안 가서 소설 먼저 읽을 걸! 했었어여 ㅋㅋㅋ 산문집은 안 사도 돼... 하면서 또 사는 나새끼222 (이 시간에 댓글달면 혼날텐데...)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6   좋아요 2 | URL
지금은 쿨쿨 주무시겠군요ㅎㅎ(혼은 안 내기로 한다 내가 뭐라고 ㅋㅋㅋ) 저는 모르는 사람만 읽었는데 나쁘지는 않았는데 딱 맞는 작가는 아닌 거 같아요. 기독교적 사건에 대한 비유 같은 걸 산문집에서도 잘 하시는 거 같은데 그게 저랑 안 맞는 건지. 본의 아니게 이승우 성토장이 되어서 이승우 팬들이 몰려와서 때릴 게 또 걱정이 되고 말았다....

han22598 2021-02-02 0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능력과 인성(?)은 아주 별개는 아니지만 상관관계는 거의 없다고 보여져요. 이승우 작가 책 한권밖에 안 읽어서 덜 억울하네요 ㅋ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8   좋아요 2 | URL
능력과 인성의 상관관계 예술에 국한해서는 뭔가 음의 상관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ㅋㅋㅋ 저도 겨우 두 권째인데 이걸로 쉽사리 읽기 포기하시지는 않는 걸로 ㅋㅋㅋ소설가는 소설로 평가받는 게 맞긴 한 거 같아요. 그치만 저런 태도는 중견 작가 소설가들의 선배 소설가 지망생 가르치는 입장에서 좋은 본보기는 아니지 않나 싶은 마음에 불평이 길었네요 ㅋㅋㅋ

잠자냥 2021-02-02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승우에 대한 평 공감합니다. 수상 소감 정말 뻔뻔하기가... 휴......
게다가 지적하신 것처럼 이번 이상문학상에 실린 작품 대부분이 젊은 작가들을 배제했다고 하더라고요. 의도적 배제겠지요. 그런 상 받으면서 그런 수상 소감이라니..

반유행열반인 2021-02-02 10:05   좋아요 1 | URL
그냥 안 보고 굳이 수록작가 보고 싶으면 각자 단행본 내면 보는 걸로 소심하게 작년 수상 거부 작가들을 지지하려고 합니다... 윤이형 내놔 엉엉

syo 2021-02-05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똥이네..... 💩
문장으로 뭉개려 시도했군요 ㅋㅋㅋ 수상 소감 겁나 멋있었어도 용서해줄 가능성이 희박한데 뭐야 저게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2-05 16:03   좋아요 0 | URL
뭐야 저게 진짜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