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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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작가다. 김혜진 작가. 전작(「중앙역」)이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예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첫 작품에 놀라움을 금치 못해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서도 엄청 보고 싶어했었다. 이제서야 겨우 읽었지만, 손에 넣기가 힘들었지 역시 글도 좋고 이야기도 잘 읽혀서 금세 읽었다.
 혼란스럽고 폭력적인 사회에 대항하는 굳건한 그녀만의 세계가 있다. 단단한 그녀의 내면이, 그 힘으로 밀어붙여올린 이 단단한 캐릭터들과 이야기들이, 그녀의 사회 의식이, 그녀의 시선이 너무 매력적이다. 물론 비교도 안될 정도로 뛰어난 작가분들이 어마어마하게 많겠지만, 나는 김혜진 작가의 세계가 좋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어쨌든 더 나은 일을 구해야 했다.
저도 이제 제대로 취업을 해야죠.‘

‘궁핍이나 허기 같은 것들은 모든 사람들을 다 비슷비슷하게 만들어 버리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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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애하는 적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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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에 대한 느낌 때문이었을까. 허지웅이 비교적 올바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고 그의 날카로운 말도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라는 생각도 자주 했었지만, 그의 책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글을 잘 쓰는 것 같지는 않은데, '글 쓰는 사람'이라는 허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저런 선입견에 의해 이제서야 내 손에 들어온 책이다.
 그의 이야기 1/3, 영화 이야기 1/3, 정치나 생각 이야기 1/3 쯤으로 이루어진 듯 한데, 내게는 그의 이야기가 크게 다가왔다. 영화는 오래된 영화거나 제목만 들어봤던 것들이 많아서 살짝 빠르게 읽었다.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처럼 읽은 책을 말해주면 참 재밌게 읽게 될텐데, 그러기엔 내가 읽은 책이나 본 영화들이 너무 적었다. 어쨌든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책이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는 계속  이마와 코 사이를 찡그리며 읽었던 것 같다. 결국 엄마 이야기에는 무너져 버렸지만.

 

 

 

‘그녀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아는 이들 가운데 가장 작고 약한 사람이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엄마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엄마 생각을 하면 나는 늘 조금 울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엄마 무릎 위에서 울고 싶다. 하지만 나는 엄마 앞에서 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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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김미월 지음 / 창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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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책속 한 구절에 눈이 뜨여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겠지.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이라는 제목처럼 제목과 작가를 찾아 한참을 서성이고도 겨우 발견한, 정말 그럴 것 같은 책이었는데 내용은 탄탄했다. 의외로 기대 이상이라서(작가분께는 죄송하지만, 잘 들어보지 못했던 이름이라) 감탄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생활을 꾸리는데 바빠 잘 읽지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다 읽었다. 단편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하나 다 괜찮았다.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할아버지도 지금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으리라는 점이다. 그도 내 나이 때에는 뭔가 다른 꿈을 품었을 것이다. 당신의 육체처럼 젊고 단단하고 아름다운 꿈을. 그러나 별수없었으리라. 잘못한 것이 없어도 꿈은 떠나가고, 젊음도 떠나가고, 사람도 떠나가고. 가난은 자꾸만 새끼를 치고, 자식은 자꾸만 사고를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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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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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그마치 두 달이 걸렸다. 아파서 끙끙 앓고 난 뒤 몸을 추스리며 마저 읽었다. 정이현 님이 선물한 세계는 참 좋았다, 이번에도.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비현실적인 세계. '서랍속의 집'을 읽으면서는 살짝 무서워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은 책의 첫 작품과 마지막 작품. 짧은 소설로 이렇게 큰 세계를 보여준 그녀의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원망하기 위해서, 욕망하기 위해서, 털어놓기 위해서.‘

‘아니에요. 고통은 울퉁불퉁한 자갈길에서 맨발로 혼자 버둥거리는 것과 비슷해서, 누가 손을 내밀면 조금 덜 어렵게 빠져 나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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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면 네가 보인다
전아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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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 깊은 소설이다. 고전들을 보면 소설을 읽다 중간에 덮고 나중에 다시 읽어도 바로 이야기가 이어질 만큼 강렬한 뭔가가 있다. 이 소설은 캐릭터가 끌린다거나 특별히 강렬하지도 않고, 플롯이 맘에 드는 것도 아닌데 이 소설만의 독특한 느낌을 잘 전달하는 것 같다. 말 그대로 몽환적이다. 색은 보라색에 가까운 짙푸른 파랑이고, 맛은 마치 피맛처럼 비릿하다. 혹은 생선 비늘맛. 캐릭터가 거부감이 드는데도 계속 읽고 싶게 빠져드는 소설이었다. 공감되지 않으면서도 왠지 깊이 알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는 아주 이상한 소설이었다.

 

 

 

"어차피 판타지 아닌가요."
그는 ‘뭐가?‘라고 묻는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진심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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