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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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하다. 이 책을 서점에서 만나기 이전부터 장류진이라는 이름에 주목했었다. 이후 책이 출간되자마자 사보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정말 현대적이고, 말끔하게 군더더기 없는 모습의 소설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사람의 시선을 가지고 그려낸 책이기에 더욱 와닿는 것 같다. 그리고 단편 소설이라면 일단 짧은 이야기 자체로 독자를 휘어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 점에서도 합격이었다.
 책의 첫 작품이자 재밌게 읽었던 '잘 살겠습니다', 얼마전 드라마 스페셜로 방영된 작가의 데뷔작 '일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책을 읽다가 무서워서 소름까지 끼쳤던 '새벽의 방문자들'을 비롯한 여러 편이 있다. 모두 제목만 봐도 무슨 이야기였는지 또렷히 기억난다. 나에게 이런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작가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언급하며, 그에게는 '소설'이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일을 하면서 소설로 도피를 했고, 소설을 쓰다가 막힐 땐 일한 만큼의 보상이 보장된 세계에서 일을 하며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노력한 만큼 이렇게 멋진 결실을 맺어준 그녀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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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ibbong 2020-12-0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KBS 드라마 스페셜도 찾아봤다. 책 기본 내용 토대로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직장인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 그들의 애환... 이런 것들이 담겨있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11/21 방영) :-)

artcode 2020-12-06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헛 뽕님: 오랫만에 소설 소개인듯해요ㅎ 소설을 잘 찾아읽지 못하는 저는 뽕님께 좋은 책들을 소개받곤 하는데 이번 책두 읽어볼께요^^: 드라마로도 나왔다니ㅎ 요즘 잘 지내구 계시죠? 이러저러한 일들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기회들이 최근 있었는데.. 우리 사회가 이렇게 살아도 돼나 싶은게 점점 모르겠다 싶구.. 그렇네요. 뽕님두 주말 차분히 보내구계시죠? 오늘은 외출하려다 그냥 하루 뒹굴거렸어요. 잠두 자구. 집에서 마시던 것 말구 머신에서 내린 커피 생각이 나 좀전에 슬슬 걸어 편의점 아아를 샀습니다ㅎ 요즘 편의점 커피머신에서 내린 맛이 좋은데요^^.. 편히 잘 주무시구 낼두 좋은 주말 돼세요.. 뽕님

milibbong 2020-12-15 19:10   좋아요 0 | URL
답이 많이 늦었네요. 두부님 첫눈 재밌게 잘 즐기셨나요? ㅎㅎ
요새 좀 춥다고 하는데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시구요 ㅎㅎ
주말엔 역시 뒹굴거리는 게 맛이죠 ^^ 밀린 휴식 충전! 넘 좋은데요 ㅎㅎ
요새 편의점 커피도 맛있어요 ㅎㅎ 편의점 음식이 많이 발전했죠 ㅎㅎ 커피도 ^^
제가 책을 지지부진하게 읽다보니 영 리뷰를 올릴 수가 없네요. 음... ㅠ
그나저나 다시 확진자수 폭증과 추위에 더 집콕모드로 돌아왔어요.
이래저래 조심하라는 인사뿐인 요즘이네요 ㅠ ㅎㅎ
조만간 새책 리뷰로 다시 두부님의 답글을 기다리겠어요! 호호
화이팅 넘치는 한 주 보내시구요! 연말 같진 않지만 12월 알차게 시간 보내시고
잘 마무리 하시길요 ~ ^^
 
깨끗한 존경 - 이슬아 인터뷰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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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님의 인터뷰집이다. 어쩌다보니 (혹은 계획 하에) 이슬아 님이 쓰는 글을 계속 읽고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재미 반, 읽기 쉬워서 반 정도의 이유였다. 책을 계속 읽다 보니 '읽기 쉬운 책'이 되려면 생략과 축약, 다듬는 기술 및 기타 기본 자질이 많이 필요하단 걸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이젠 약간 배우는 마음으로도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이 책은 인터뷰집이다 보니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겠다 싶어 인터뷰한 사람의 이름만 살펴보고 패스했었다. 유진목 시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결국 찾아 읽게 되었지만, 편하게 읽은 것 치곤 내가 듣거나 읽을 수 있는 범위 이상의 것을 느낀 것 같았다. 이슬아 님이 인터뷰한 정혜윤 님, 김한민 님, 유진목 님, 김원영 님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그녀가 바라보는 세계, 그녀가 그녀의 외부로 확장시키는 시선, 타인을 존경의 마음으로 대하는 방법 같은 걸 기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 내겐 너무 큰 책인 것 같다. 자꾸 다시 펼쳐서 읽게 된다.  


정혜윤 : "미치오, 그렇게 추워?"
저는 그 말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그 지방에선 나무가 귀하거든요. 더 추워지면, 사람들에게 그 나무가 더 절실하게 필요하겠죠. "그렇게 추워?"라고 물으면 순식간에 쪼그라들지요. 저도 가끔 저에게 물어요. "그렇게 힘들어?" 그럼 저절로 이 대답이 나와요. "그렇게는 아니고." 그러니까 "그렇게 추워?"도 저를 형성한 말 중에 하나에요.
이슬아 : 그래서 힘들다는 말을 안 하시는 거군요.
정혜윤 : 네, 안 하려고 해요. 이건 저하고 한 약속이에요.
이슬아 : 누가 ‘그렇게 힘들어?‘라고 물어보면 갑자기 염치라는 게 생길 것 같아요. 내가 필요 이상으로 징징댔구나, 이럴 때가 아니구나, 하고요.

살아오는 동안에 나는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의 신이 되어야 하고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옥타비아 버틀러, 『야생종』

한 집에 있기 좋은 사람이 되는 것. 남의 좋음을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 혼자서도 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스스로의 보호자가 되는 것. 그러다 혼자가 아닌 사람이 되는 것.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망설임 없이 부르는 것. 노브라로 무대에 서는 것. 닮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 밥을 먹는 것. 사랑 속에서 아무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는 낮과 밤을 보내는 것. 기쁨과 슬픔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셔터를 내리는 것. 떠나는 것. 불행한 시간에 굴복하지 않는 것. 때로는 삶에 대해 입을 다물며 그저 계속 살아가는 것. 울다가 웃는 것.
이런 성취들을 나는 ‘작은 전지전능‘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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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11-16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뽕님 주말 밤 어찌보내구 계실까요. 짐쯤 주무실까요ㅎ 저두 슬슬 자려구하는데.. 늘 그렇듯 이것저것 뒤적이고 찾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할일이 많은 한 주. 그런 시간의 반복. 그렇게 시간이 누적되고 올해도 낙엽처럼 스르륵 조용한 이별을 준비하는 듯 합니다. 그래두 올해 잘 버텨가고 있는거겠죠?^^
이슬아 님 글을 여러차례 뽕님 서재에서 접하고 있는데.. 흠. 제가 들여다보기엔 좀 다른 결이 느껴지는것 같아요
뽕님이 번역해 전달해주시는 느낌을 느끼고 있습니다ㅎ
따뜻하게 푹 주무세요.. 뽕님

milibbong 2020-11-20 22:55   좋아요 0 | URL
두부님이 보시기엔 어떤 결이 느껴지시나요?
질문 뒤에 말줄임표도 없이 흠으로만 사라져버린 두부님의 긴 생각이 궁금해지네요 ^^
벌써 20일이에요. 어제는 따져보니 20일 동안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더라구요;
그 말은 즉... 이제 올릴 글이 없다는 ㅋㅋㅋㅋㅋ
조금 해이해진 것 같아요. 서점 대출 서비스도 종료되고... ㅋㅋㅋㅋ
10일 안에 네 권의 분량은 어려울테니 읽던 책이라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다시 주말이 돌아왔네요. 책상 달력에 다음달 포인트들을 체크하다보니
벌써 ...? 12월이고 25일도 보이더라구요. 새삼... 마음이 ... 벙찐?
그런 느낌이었네요 . 다시 코로나도 확산세고... 백신 뉴스가 종종 나오는 것 같지만
내 팔에 놔질 때까지 상용화라는 느낌은 와닿지도 않을 것 같고...
이제 예전같은 예전은 정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다시금 뼈에 박히는 기분이었어요. 하하... 그러거나 어쨌거나...
그래도 삶은 지속되고, 살아내야 하는 것이므로 ㅎ
주말은 기쁘고 알차게 보내기로 해요. ^^ 한주간도 고생 많으셨어요~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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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에 1판 1쇄가 발행된 김연수 님의 산문집이다. '지지 않는 삶', 다른 말로 '애써 이기려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말하는 책이라고 책 설명에 나와있다. 무척 드문 일이지만 책을 읽고 리뷰를 쓰려고 책 내용을 다시 검색했다. 이 책은 그가 생각해온 것들에 대해, 그가 인생을 살면서 혹은 달리기를 하면서 느꼈던 바에 대해 쓴 글들이다. 그런데 그걸 내가 다시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 포털창에 나온 책 설명을 다시 읽어보니 이렇게 책 설명을 쓰는 사람도 있을텐데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책의 중심 주제는 '달리기'라고 할 수 있다. 달리기라고 하니 무라카미 하루키도 생각나고 하정우도 생각이 났다. 오래 달리거나 혹은 신체의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뭔가를 해내도 해내는 느낌이 들었다. 난 달리기 혹은 그 외의 다른 어떤 운동에 대해서도 아주 취약한 편이지만, 오래 달리는 사람, 혹은 달릴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로망이 있다. 정말 멋진 것 같다. 이 책에도 달리기 그 자체가 신나고 재밌고 쉽다는 이야기보다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는 묘사가 나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사람 같았고 자기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 같아보였다.
 짧은 글들의 묶음이었던 것에 비해 잘 읽히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건 첫째로 내가 그의 글에 적응 혹은 단련되지 않아서일 수 있고 둘째로는 작가라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압축해서 적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랫동안 누적해서 적어온 그의 생각들, 삶에 대한 통찰들이 깊이 있게 우러나있는 글이고, 나도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며 읽었다.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삶의 수많은 일들을 무감각하게 여기는 사람은 순식간에 노인이 될 것이다.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행복해하고 괴로워하라.

고통이 아니라 경험에 집중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건 삶을 살아가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고통과 경험이 혼재하는 가운데, 거기 끝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자발적으로 고통이 아니라 경험을 선택할 때, 그리고 달리기가 끝나고 난 뒤 자신의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걸 확인할 때, 그렇게 매일 그 일을 반복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삶을 만끽하려는 이 넉넉한 활수의 상태가 생기는 것이라고.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시작할 때 그렇지 않다면, 끝날 때는 반드시 그렇다.

결국 최고의 삶이란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는 삶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이런 청춘이라니. 하고 싶은 일투성이인데,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니.

되돌아볼 때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 놓지 않고,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다. 세상의 기쁨과 고통에 민감할 때, 우리는 가장 건강하다.

외로운 밤들을 여러 번 보낸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의 속마음을 안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휴식이란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와중에 잠시 시간을 내서 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나를 둘러싼 반경 10미터 정도, 이게 바로 내가 사는 세계의 전부구나.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몇 명, 혹은 좋아하는 물건들 몇 개. 물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세계가 그렇게 넓을 이유도, 또 할 일이 그렇게 많을 까닭도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딱 한 번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영영 멀어진다. ... 가을이니까 그 사실이 나를 아프게 하지만, 또 나를 일깨우기도 한다. 나뭇잎이 또 저렇게 졌다가 봄이 되어 다시 돋는 동안, 사람들은 한 번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게 진짜 인생이다.

2009년에 나는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됐다. 마흔 살이 된다는 건 우리의 부모 세대가 돌아가시는 연배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평생 철들지 않고 애처럼 살 것 같았는데 이제 우리 또래는 하나둘 고아들이 되어 갈 것이다. 어떤 고아들도 철부지로 살지는 못한다. 마흔 살이 된다는 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나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더 이상 "그따위는 모르고 살아도 아무 상관없어!"라고 소리칠 수 없게 됐다.

자연이라는 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만, 때로 그건 너무 잔인하다. 어떤 일을 두고 누군가 "자연스러운 일이지"라고 말한다면, 그게 잔인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인생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가?"로 집약될 수 있으리라.

시간만 지나면 누구나 늘어나는 나이가 아니라 그가 한 행동들로 그 사람을 구별짓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남들보다 몇 년 더 살았다는 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오래 산 사람과 그보다 덜 산 사람이 서로 뒤엉켜 살아가되 오래 산 사람은 덜 산 사람처럼 호기심이 많고, 덜 산 사람은 오래 산 사람처럼 사려 깊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달리기의 고통이란 앞면은 거울이고 뒷면은 유리로 된 이중창 같은 것이라 지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달릴 때는 정말이지 죽을 것 같았는데, 달리고 나면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 매번 그렇다.

두 번째로 달린다면 아마도 고통보다는 다른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고 관찰하고 경험할 것이다. 그걸 아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고통에 끌려가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더 달리면 그 정도로 집중해야만 하는 고통은 많지 않다는 걸, 사실 고통이란 내가 얼마나 많이 달렸는가를 알려주는 신호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된다.

소설가란 참으로 고독한 직업이구나는 생각을 했다. 혼자 있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으니 살아서도 고독하고, 그렇게 살아왔으니 사회적인 인연을 맺은 사람이 많지 않아 죽어서도 고독한 것이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요즘 들어서 자꾸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점점 더 소중해지는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물론 우리는 언젠가 헤어질 것이다. 영영.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나고 난 뒤에 우리가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기댈 곳은 오직 추억뿐이다. ...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대개 어른들이 그런 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일 위주로 생활하면 인생에서 후회할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늙을수록 시간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해야만 한다.

인생은 이다지도 기니까 지금 할 일은 꼭 지금 하고 지나가는 게 좋겠다. 나중에는 또 그때 할 일이 있을 테니까.

왜 항상 돌아보면 삶은 그제야 그 의미를 가르쳐 주는 것일까?

"내 인생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있는데, 내가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어."

20대가 지난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제야 나는 최고의 작가가 아니라 최고의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작가가 되는 건 정말 어렵지만, 최고의 글을 쓰는 사람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매일 글을 쓰기만 하면 된다.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 주기 위해서 온 우주가 움직인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주 우주는 내 소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마라톤 완주가 아니라 매일 달리기를 원해야만 한다. 마라톤을 완주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매일 달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달리기는 이 이론에 가장 부합하는 운동이다. 말하자면 ‘Get Running Done‘, 즉 ‘일단 끝까지 달리기‘가 가장 중요하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끝까지 달려야만 한다. 중간에 포기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 어떤 계획이든, 시작한 것은 반드시 끝낸다. 그렇게 습관을 들이다 보면 역시 나중에는 제 버릇 못 버리고 일단 뛰기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42,195킬로미터도 기어이 완주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단 끝까지 달리는 게 중요하다는 말은 바로 그런 의미다. 도중에 포기하면 완주했을 때보다 더 몸이 아프고 기분이 나빠진다.

우리도 모두 나름의 방식대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겠는가? 할 일 리스트에 빼곡하게 적힌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한 사람으로는 우리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지 않을까?

30대 후반은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시절이다. 끝없이 일어나는 일들과 당장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은 욕망, 암울하고 불안한 앞날, 외로움에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퇴근길의 나날이 있으면, 또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밤들, 내일의 일들이 기대되는 완벽한 나날도 있다.

절망을 좋아하는 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고통과 슬픔을 참아 내는 것은 오직 인간으로서의 관용 덕택이다. 그렇지만 삶은 고급 예술이다.

존경하거나 사랑하거나 친밀한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서로 각자의 생각에 잠긴 채로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큼 아름다운 광경은 없다고 생각한다.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절망과 좌절, 두려움과 공포가 거기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다. 거기에는 오직 길과 바람과 햇살과, 그리고 심장과 근육과 호흡뿐이다. 터널에서 빠져나와 나는 다시 땀과 거친 숨결의 세계로 귀환한 것이다. 한 달에 2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는 대신에 숙면을 보장하는 단순한 삶이 나를 환영했다.

생각은 결국 내 몸을 통해 다 드러나는 것, 그러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르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구나.

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경험한다는 얘기다. 경험한다는 것은, 절대로 잊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 대통령이던 빌 클린턴이 달리기의 ‘구루‘이자 ‘철학자 왕‘이라고 일컬은 조지 쉬언이란 사람이 있다. ... 이 사람이 한 말 중에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몸의 형태가 정신을 규정한다는 말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철학적인 얘기다. 건강해야 건전한 정신을 지닐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몸 자체가 생각한다는 뜻에 가깝다.

다들 먼저 온몸으로 경험하기를. 온몸으로 수없이 부딪히고 실패하고 좌절하기를. 더 이상 갈 수 없는 데까지 가 보기를.

내가 생각하는 인과관계란, 노력의 결과를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즉석복권과 같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 그 보답이 즉각적으로 내게 찾아온다. 서른 살이 넘으면서 나는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해 봤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면 먼 훗날 큰 보답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부록 같은 것이다. 진짜 최선을 다하면 그 순간 자신에 얻는 즐거움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즐거움이 얼마나 컸던지 지나가고 나면 그 순간들이 한없이 그립다. 내가 하는 행동과 말과 일을 통해서 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보여 줄 수 있다는 것. 한없이 투명해진다는 것. 그 누구 앞에서도 어개를 움츠르지 않는다는 것. 내게 아무리 많은 돈과 명예를 가져다준다고 해도 그처럼 살아갈 수 있었던 순간들과 바꿀 생각은 하나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지 않는 자는 유죄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 삶을 마음껏 누리는 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고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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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11-1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잠언같기도 하고 뛰면서 뽕님 말씀처럼 고통을 인내하며 얻어진 독백같기도 하네요.. 뽕님이 모처럼 진짜 많이 인용글 올리신 이유이기도 한 것 같구. 이런 스스로 고통을 인내하며 뭔가 성취해본 경험이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ㅠ 암튼 이왕 뭐 대단한거 못할바엔 즐겁게라두 지내봐요^^

milibbong 2020-11-10 21:08   좋아요 0 | URL
^^ 두부님께서 봐주시니까 한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고 메모해서 적어봤어요. 기억력이 나쁜 저를 위한 일이기도 하구요. ㅎㅎ 너무 많이 적긴 했죠? ㅎㅎㅎ
그런 의미에서, 즐거운 한 주 시작하셨을지 모르겠네요. 왠지 하루하루가 더 빠르게 가는 것 같은 요즘인데, 두부님도 그러신지 모르겠네요 ㅎㅎ 오늘도 마무리 잘 하시고 이번주도 화이팅하세요 ^^*//
 
산책과 연애 말들의 흐름 5
유진목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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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절대로 쓸 수 없는 유형의 글이다. 마치 잠언을 읽는 것 같은 글이다. 쉽게 말하자면 '의식의 흐름대로' 기록한 수기 기록을 편집해서 나열한 글이다. 글의 양이 적고 쉽게 읽혀서 말하는 것이 적게 보인다. 하지만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이 많아서 다른 어떤 글보다 무거운 글이다. 아픔이 없는 글과 있는 글은 다르다. 이 글은 당연히 후자이다. 그래서 무겁게 마음을 건드린다.
   취향 차이가 있겠지만, 나도 아팠던 사람이고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지금은 작가처럼 슬프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많은 부분에 깊이 공감되었다. 공감가는 글을 모두 옮겨적어 박제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그런 글이 너무 많았다. 사실 이 책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연애의 책』이라는 작가의 전작도 너무 감명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녀의 이름을 단번에 기억하고 바로 책을 선택했다. 하지만 난 아직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다. 『연애의 책』에서 내가 받은 느낌과 이 책에서 받은 연애의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팠다. 아팠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이 더 마음다워진 느낌이었다.

 

사람과의 좋은 순간은 늘 그리운 것이었다. 살면서 가져본 적 없는 순간인데 그랬다.

서른다섯 살이었고 모든 게 어그러진 때였다. 한다고 했는데. 나는 안 되나 보다 싶었고.

사는 일은 싫은 일 없이 살아지지 않는다. 싫은 일은 흔하고 좋은 일은 드물다. 하지만 사는 일은 좋은 일 없이 살아진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시간이라는 것이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닌 순간이 온다. 저절로 흐르던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데. 끝난다. 그때 사람은 무엇이든 감행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모험 같은 것. 실은 도박과 다름이 없는.

인간은 사랑이 결여된 채로 이 세계를 건설하고 통치한다. 사랑 말고 다른 많은 것이 이 세계를 장악하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품은 사람은 사랑이 없는 사람에게 거의 매번 지고 만다. 사실이 그렇다. 사랑이 결여된 세계는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 속에 살아가게 내버려둔다. 사랑이 결여된 세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방치되어 무능력한 존재로 낙오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너무 많이 반성한다.

그나마 한번 자자고 하는 인간이 낫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섹스 대신에 연애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그렇다. 어떤 사람은 섹스하자는 말을 연애하자고 한다. 인간은 연애라는 단어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그것을 섹스의 용도로 사용할 때 나는 바로 구분할 수 있다. 그 말을 하는 표정이 매우 역겹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걷다 보면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기분 같은 걸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격렬한 산책은 기분을 압도한다. 격렬한 산책은 인간을 제압한다. 격렬한 산책은 몸을 정화한다. 정화된 몸에는 다른 감정이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 새로운 감정에 따라 걸음이 바뀐다. 천천히 걸을 수 있을 때 산책은 비로소 사유하는 인간을 길 위로 인도한다.

조심해야 할 대상은 항상 인간이다.

자기 자신과 거리를 두는 인간이 타인과의 거리 두기에 가까스로 성공한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가장 가까운 거리라는 것. 그것이 내가 살면서 맺어온 관계들에서 다만 인간으로 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배운 것이다.

인간은 인간에게 항상 필요하지 않지만 자연은 없어서는 안 된다. 자연의 소멸은 인간의 소멸을 뜻한다. 인간도 있긴 있어야 한다. 항상 필요하지 않을 뿐.

몇 번인가 나는 죽으려고 했는데 그것은 삶이 보잘것없어서였다. 삶이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아빠와 신을 사랑하는 엄마와 사랑이 무언지 모르는 나와 궁핍한 생활이 싫어서 나는 오랫동안 살아가는 일을 언제든 그만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스스로 죽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살면서 가장 어렵고 매번 실패하는 일도 내가 스스로 삶을 멈추는 일이다. 나는 그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살아왔다. 그것 말고 다른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 당장 나에게 안정하고 행복하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방편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텐데. 안심하고 살아갈 텐데. 매일 다른 내일을 만들 텐데. 매일 다른 용기를 가질 텐데. 매일 다른 사랑을 낳을 텐데.

나는 내게 마련된 건강한 죽음을 갖고 싶다. 다시는 죽는 것에 실패하고 싶지 않다. 서서히 나를 죽이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기로 한 사람들은 대신 천천히 자신을 죽인다.

‘지금 죽는 것‘에 실패한 나는 대신에 ‘언제든 사는 일을 그만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삶의 동력으로 삼았다. 언제든 그만 살면 되니까. 생각하면 희한하게 조금 더 살 수 있었다. 정말로 그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언제든 그만 살면 되니까. 이 생각은 그러나 여전히 내게서 유효하다. 언제든 그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살 수가 없다.

그러나 삶은 우선 살아가는 것이다.

자력으로 내 몸을 건사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아 있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내 죽음은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 나는 스스로 죽는 것보다 죽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 계속 살아 있는 것이 더 무섭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삶이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야."

살면서 오래 알던 사람을 잃고 다시는 만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갈수록 드물어지고. 두 번은 없을 것이 분명한 사랑이 찾아오고. 두 번은 없을 것이라 그 사랑을 감행하고. 살아가는 일을 언제든 그만둘 수 없어지고. 가진 게 없어 두렵다가 지키고 싶은 게 있어 두려워지고. 다른 좋은 일이 세상에 있다고 생각하고. 태어난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나인 것을 원망하지 않고. 혼자서 잘 있고. 둘이서 살고.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고. 매일 다른 일을 반복하고. 다른 일을 계획하고. 실패하고. 절망하고. 다른 길이 세상에 있다고 생각하고. 실패한 것을 받아들이고. 우는 것은 혼자서 하고. 웃는 것은 둘이서 하고. 희망을 갖고. 세상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모두가 사랑하며 살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랑하며 살지 않는 사람들은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을 장애물로 여긴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사랑하는 것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사랑하는 것보다 더 간단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모른 척할 수 없다. 사랑하면 회피할 수 없다. 사랑하면 무책임할 수 없다. 사랑하면 변명할 수 없다. 사랑하면 거짓말할 수 없다. 사랑하면 금세 말을 바꿀 수 없다. 사랑하면 재빨리 모습을 바꿀 수 없다. 사랑하면 더 빨리 갈 수 없다. 사랑하면 더 많이 가질 수 없다. 사랑하면 버릴 수 없다. 사랑하면 모를 수 없다.

사랑하며 사는 사람은 사랑하며 살지 않는 사람보다 적다. 언제나 그랬다.

다수는 세상을 움직이고 소수는 세상을 바꾼다. 언제나 그랬다.

용서는 받고 싶은 쪽에만 있는 것이다. 용서는 받고 싶은 것이지 하는 것이 아니다.

삶은 너무 공평하다. 모두에게 죽음을 준다는 점에서.

자연을 생각하면 슬프고 인간을 생각하면 어둡다.

매일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동경하면서 나는 책상에 가만히 앉아 날씨와 기분에 이리저리 휩쓸린다.

어두운 방에 누워서 그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고작 나 자신을 정당화하는 데 정신을 쏟지 말고. 내가 아닌 다른 것을 향해 생각을 나아가게 하고. 내가 아닌 다른 것에서 용기를 찾고. 내가 아닌 다른 것에 용기를 사용하고. ... 내가 아닌 것으로 불행하지 말고. 나인 것으로 행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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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11-10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무겁지만 생각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글인것 같아요. 어제 뽕님 블로그에 썼지만 결국 이런글이 위안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더 힘을 냈으면 좋겠는데. 저두 사실 모토는 아니더라도 자주 생각하는게 있다면 ˝긍정적인 염세주의자˝ 거든요ㅎ; 아 몰겠딛^^ 힘내봐요 뽕님

milibbong 2020-11-10 21:12   좋아요 0 | URL
긍정적인 염세주의자라 ^^

이런 글은 이런 생각과 거리가 있는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무겁고
비슷하거나 닮은 고통을 겪어본 이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약간 그런 편이라 무거운 글들을 즐겨온 편이거든요. :)
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책이었어요. ㅎㅎ

힘 내야겠죠 ? ^^
 
오라는 데도 없고 인기도 없습니다만
이수용 지음 / 달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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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지나칠 뻔 했던 나를 잡아끈 건 바로 이병률 작가의 추천이었다. 이 책은 달 출판사의 느낌에 어울리고 딱 달에서 출판했을 것 같은 책이지만, 아쉽게도 작가의 필력이 크게 완성도 있거나 매력적인 부분은 없었다. 작가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은 정도? 그의 커리어와 소재가 흥미로워 초중반까지만 읽기 괜찮았다.
 그나저나 책 표지 날개에 박힌 작가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요새는 글도 잘 쓰고 말도 잘 하고 재치도 있고 외모, 몸매, 성적까지 출중한 젊은 인재들이 참 많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흠흠... 아무튼 글로는 딱 잘 쓴 인스타 글을 모아낸 흔한 에세이일 뿐이지만, 그래도 이 사람은 이제 시작 발판을 디뎠으니 앞으로 더 나아갈 거라 생각한다. 훌륭한 작가들을 보고 배우며 더 달라지고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뭐랄까, 엔딩을 보기 위해 계속해서 동전을 넣어가는 게임 같은 거라 여겼다. 1단계를 깨면 2단계로 넘어가야만 하고, 2단계를 깨기 위해 몇 번이고 동전을 넣어 연거푸 도전을 하고, 그 2단계마저 깨고 나면 3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2단계에 썼던 동전보다 더 많은 양의 동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이전 단계보다 쉬운 다음 단계란 존재하지 않고, 어려운 단계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경험의 대가인 동전이 넉넉할 리도 없다.

안은 생각보다 어둡다. 어둠은 오히려 한낮에 더 쉽게 느껴진다. 세상이 환해서, 내가 밝아질 준비가 아직 덜 되어서겠지.

살다보니 빛이라는 것이 언제나, 어디에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리쬐지는 않더라.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고, 온기가 되어주기 위해 해가 쨍하게 내리쬐는 한낮에도 마음의 불을 밝힌다.

세상은 의외로 수고롭다는 말에 인색이다. 잘했다는 칭찬보다 수고했다는 다독임이 그리워지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여유는 어렵게 마련해야만 온다.

나는 시간이 나서가 아니라, 시간을 내주길 바랐다. 이기적인 걸까. 토닥임을 건넬 고작 몇 분이 그렇게도 긴 시간이었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그깟 몇 분조차 아깝게 생각되는 사람이었다면 씁쓸하지만 놓아버리는 게 옳은 일이다.

무기력해지지 않으려 오늘 하루는 잘 좀 해보자 다짐해보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래도 어쩌겠나. 보잘것없는 실망스러운 하루들이 모여 나라는 인간을 이룬다.

시간은 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고, 거리는 가만히 멈춰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좁혀가는 것이고, 나이는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고, 인연의 깊이는 단순히 세월에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쏟아낸 마음에 비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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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10-23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요즘은 모두가 글을 잘 쓰는 듯 해요ㅎ 그만큼 읽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걸까요.
아니면 늘 그래왔지만, 이제는 표현할 방법이 많아져서 일까요ㅎ
중간 중간 발췌해 주신 내용들은 뽕님 말씀처럼 특별한 표현이진 않지만 공감이 되네요.
소설미디어에서 유명한 글 조각들이 모두 그렇긴 하지만ㅎ
아침에 출근하는데 바람이 많이 쌀쌀하더라구요. 어제 밤에 어쩌다 (요즘 이런 표현을 자주쓰네요ㅎ) 술자리에 끼어서 조금 많이 마셨더니 뭔가 아침 컨디션이 요상하네요. 뽕님은 바쁜일 없으시면 기온이 좀 오른다음에 나들이 하세요~ 금요일입니당. 별일 없이 일주일 잘 마무리 하시구요! 모두 조금은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당 : )

milibbong 2020-10-24 00:28   좋아요 0 | URL
앗 ^^ 오랜만의(?) 두부님 글이네요! 안그래도 아기다리고기다리다가 ㅎㅎ
오늘 두부님 블로그 가서 안부인사 남기고 왔었거든요 ㅎ 보셨을까요 ㅎ
아이고~ 속은 좀 괜찮으셨어요? ㅎㅎ 그래도 내일부터 주말이네요~
주말에 여유 가지면서 컨디션 회복도 하시고 늦잠도 주무시고 ^^ 하하
전 안그래도 추위에 취약해서 요새 더 안나가는 모드인데... 책이 저의 애증의 대상이에요 ㅎ 좋은데 이걸 핑계삼아 자꾸 몸을 안움직이니 걱정도 되네요 ㅎㅎ
보통처럼 무난무난하게 평이하고 소소하게 행복하기란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이런 글로도 작게나마 위로를 받고 싶어지는 요즘이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