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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존경 - 이슬아 인터뷰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9년 11월
평점 :
이슬아 님의 인터뷰집이다. 어쩌다보니 (혹은 계획 하에) 이슬아 님이 쓰는 글을 계속 읽고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재미 반, 읽기 쉬워서 반 정도의 이유였다. 책을 계속 읽다 보니 '읽기 쉬운 책'이 되려면 생략과 축약, 다듬는 기술 및 기타 기본 자질이 많이 필요하단 걸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이젠 약간 배우는 마음으로도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이 책은 인터뷰집이다 보니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겠다 싶어 인터뷰한 사람의 이름만 살펴보고 패스했었다. 유진목 시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결국 찾아 읽게 되었지만, 편하게 읽은 것 치곤 내가 듣거나 읽을 수 있는 범위 이상의 것을 느낀 것 같았다. 이슬아 님이 인터뷰한 정혜윤 님, 김한민 님, 유진목 님, 김원영 님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그녀가 바라보는 세계, 그녀가 그녀의 외부로 확장시키는 시선, 타인을 존경의 마음으로 대하는 방법 같은 걸 기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 내겐 너무 큰 책인 것 같다. 자꾸 다시 펼쳐서 읽게 된다.
정혜윤 : "미치오, 그렇게 추워?" 저는 그 말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그 지방에선 나무가 귀하거든요. 더 추워지면, 사람들에게 그 나무가 더 절실하게 필요하겠죠. "그렇게 추워?"라고 물으면 순식간에 쪼그라들지요. 저도 가끔 저에게 물어요. "그렇게 힘들어?" 그럼 저절로 이 대답이 나와요. "그렇게는 아니고." 그러니까 "그렇게 추워?"도 저를 형성한 말 중에 하나에요. 이슬아 : 그래서 힘들다는 말을 안 하시는 거군요. 정혜윤 : 네, 안 하려고 해요. 이건 저하고 한 약속이에요. 이슬아 : 누가 ‘그렇게 힘들어?‘라고 물어보면 갑자기 염치라는 게 생길 것 같아요. 내가 필요 이상으로 징징댔구나, 이럴 때가 아니구나, 하고요.
살아오는 동안에 나는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의 신이 되어야 하고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옥타비아 버틀러, 『야생종』
한 집에 있기 좋은 사람이 되는 것. 남의 좋음을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 혼자서도 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스스로의 보호자가 되는 것. 그러다 혼자가 아닌 사람이 되는 것.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망설임 없이 부르는 것. 노브라로 무대에 서는 것. 닮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 밥을 먹는 것. 사랑 속에서 아무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는 낮과 밤을 보내는 것. 기쁨과 슬픔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셔터를 내리는 것. 떠나는 것. 불행한 시간에 굴복하지 않는 것. 때로는 삶에 대해 입을 다물며 그저 계속 살아가는 것. 울다가 웃는 것. 이런 성취들을 나는 ‘작은 전지전능‘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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