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는 데도 없고 인기도 없습니다만
이수용 지음 / 달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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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지나칠 뻔 했던 나를 잡아끈 건 바로 이병률 작가의 추천이었다. 이 책은 달 출판사의 느낌에 어울리고 딱 달에서 출판했을 것 같은 책이지만, 아쉽게도 작가의 필력이 크게 완성도 있거나 매력적인 부분은 없었다. 작가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은 정도? 그의 커리어와 소재가 흥미로워 초중반까지만 읽기 괜찮았다.
 그나저나 책 표지 날개에 박힌 작가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요새는 글도 잘 쓰고 말도 잘 하고 재치도 있고 외모, 몸매, 성적까지 출중한 젊은 인재들이 참 많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흠흠... 아무튼 글로는 딱 잘 쓴 인스타 글을 모아낸 흔한 에세이일 뿐이지만, 그래도 이 사람은 이제 시작 발판을 디뎠으니 앞으로 더 나아갈 거라 생각한다. 훌륭한 작가들을 보고 배우며 더 달라지고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뭐랄까, 엔딩을 보기 위해 계속해서 동전을 넣어가는 게임 같은 거라 여겼다. 1단계를 깨면 2단계로 넘어가야만 하고, 2단계를 깨기 위해 몇 번이고 동전을 넣어 연거푸 도전을 하고, 그 2단계마저 깨고 나면 3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2단계에 썼던 동전보다 더 많은 양의 동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이전 단계보다 쉬운 다음 단계란 존재하지 않고, 어려운 단계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경험의 대가인 동전이 넉넉할 리도 없다.

안은 생각보다 어둡다. 어둠은 오히려 한낮에 더 쉽게 느껴진다. 세상이 환해서, 내가 밝아질 준비가 아직 덜 되어서겠지.

살다보니 빛이라는 것이 언제나, 어디에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리쬐지는 않더라.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고, 온기가 되어주기 위해 해가 쨍하게 내리쬐는 한낮에도 마음의 불을 밝힌다.

세상은 의외로 수고롭다는 말에 인색이다. 잘했다는 칭찬보다 수고했다는 다독임이 그리워지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여유는 어렵게 마련해야만 온다.

나는 시간이 나서가 아니라, 시간을 내주길 바랐다. 이기적인 걸까. 토닥임을 건넬 고작 몇 분이 그렇게도 긴 시간이었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그깟 몇 분조차 아깝게 생각되는 사람이었다면 씁쓸하지만 놓아버리는 게 옳은 일이다.

무기력해지지 않으려 오늘 하루는 잘 좀 해보자 다짐해보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래도 어쩌겠나. 보잘것없는 실망스러운 하루들이 모여 나라는 인간을 이룬다.

시간은 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고, 거리는 가만히 멈춰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좁혀가는 것이고, 나이는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고, 인연의 깊이는 단순히 세월에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쏟아낸 마음에 비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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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10-23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요즘은 모두가 글을 잘 쓰는 듯 해요ㅎ 그만큼 읽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걸까요.
아니면 늘 그래왔지만, 이제는 표현할 방법이 많아져서 일까요ㅎ
중간 중간 발췌해 주신 내용들은 뽕님 말씀처럼 특별한 표현이진 않지만 공감이 되네요.
소설미디어에서 유명한 글 조각들이 모두 그렇긴 하지만ㅎ
아침에 출근하는데 바람이 많이 쌀쌀하더라구요. 어제 밤에 어쩌다 (요즘 이런 표현을 자주쓰네요ㅎ) 술자리에 끼어서 조금 많이 마셨더니 뭔가 아침 컨디션이 요상하네요. 뽕님은 바쁜일 없으시면 기온이 좀 오른다음에 나들이 하세요~ 금요일입니당. 별일 없이 일주일 잘 마무리 하시구요! 모두 조금은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당 : )

milibbong 2020-10-24 00:28   좋아요 0 | URL
앗 ^^ 오랜만의(?) 두부님 글이네요! 안그래도 아기다리고기다리다가 ㅎㅎ
오늘 두부님 블로그 가서 안부인사 남기고 왔었거든요 ㅎ 보셨을까요 ㅎ
아이고~ 속은 좀 괜찮으셨어요? ㅎㅎ 그래도 내일부터 주말이네요~
주말에 여유 가지면서 컨디션 회복도 하시고 늦잠도 주무시고 ^^ 하하
전 안그래도 추위에 취약해서 요새 더 안나가는 모드인데... 책이 저의 애증의 대상이에요 ㅎ 좋은데 이걸 핑계삼아 자꾸 몸을 안움직이니 걱정도 되네요 ㅎㅎ
보통처럼 무난무난하게 평이하고 소소하게 행복하기란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이런 글로도 작게나마 위로를 받고 싶어지는 요즘이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