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습니다 - 연꽃 빌라 이야기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2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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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만의 책인지. 3주나 대여가 가능한 책을 읽다 덮고 손대지 않아서 두 번이나 빌리고서도 여전히 머리맡에 놓아두기만 하던 요즘. 우연히 마주하게 된 책. 가볍게 읽었다.
  교코는 일하지 않고 저금으로 생활하는 여성. 일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라서 그랬는지 '일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도, 편안하게 그려진 고양이도, 내 맘을 끌어당겼던 것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자의 생활이라 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던 때가 있었기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는 거겠지.
  나는 무엇이 부족했나 싶다. 방향 설정도 잘못한 것 같고 목표 의식도 부족했던 것 같고 의지도 약했던 것 같다. 넉넉하지 않더라도 나도 아무 일 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아가고 싶은데, 그러기엔 요즘 세상이 너무 힘들지 않나 싶기도 하다.
  책에서라도 여유를 찾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다른 세상 얘기를 접한 것 같이 공허한 이 기분은 또 뭘까. ;)

 

 

 

 

"조금은 너 자신을 칭찬해 줘도 되지 않아? 뭘 했기 때문이라든가, 무슨 일을 해 줘서 상대를 기쁘게 했다든가 하는 게 아니더라도, 오늘을 무사히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 ... 누구든 완벽하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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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서른 살의 강
은희경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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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가 있다거나 잘 읽히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읽고 보니 작품들 각각의 느낌이 꽤 다르게 매력적이었다. 서른 살, 참 별 일도 아니지만 그냥 이런 제목의 책은 꼭 읽고 넘어가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고, 특히 윤효의 「삼십세」에서 '임신'과 '여성'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서는 공감이 많이 갔다.

 

 

 

 

`임신에 대해서라면, 글쎄요. 난 그것을 긴 괴로움으로만 기억합니다. 존재를 잉태하고 있다는 신비감보단 내 속에서 혹이 부풀어 커가는 듯한 거북함. 정말 감당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그조차도 나만의, 내 육체만의 일이라는 데서 오는 혹독한 외로움. 그리고 진통의 순간이 왔을 때 난 이렇게 아픈데도 안 미치나 싶던 극심한 통증 속에서 생명의 시작조차도 죽음을 담보로 한 고통으로서만 가능하다는 존재의 법칙의 무자비함에 몸을 떨었지요. 생명을 쏟는 순간이란 일종의 죽음을 겪는 순간이라는 것. 아니 삶이란 생명과 죽음이 등을 꽉 맞대고 한 몸처럼 걸어가는 길이라는 것.`

ㅡ 무언가 남겨둘 만한 게 있어, 네 인생에도?
ㅡ .......
ㅡ 잘 살아냈느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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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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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읽지 못했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여자 혹은 소녀처럼 보이는 모습. 표지 속에서 고개를 살짝 숙인 그녀의 손끝에는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움켜쥔 주먹이 있었고 처절함이 맺혀있었다. 처음엔 이 평범한 소녀가 움켜쥔 그 두 주먹을, 정말 알지 못했었다.
 강이가 수족관 속의 금붕어들을 유심히 볼 때 난 매우 무서웠다. 혹시라도 손을 뻗어 모두 짓이겨버릴까봐. 김려령의 「너를 봤어」 속 주인공처럼, 지나가는 작은 벌레들을 짓이겨 죽이면서 마음 속 분노를 아주 무덤덤하게 펼쳐낼까봐.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신형철 평론가가 썼던 것처럼, '체급' 자체가 다른 소설이었다. 나도 이 슬프고 아픈 일들이 눈 앞에 보이는 것만 같아서 더욱 무섭고 슬펐다.

 

 

 

`희망을 향해 다가가려는 태도가 나를 희망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것 같았다. 병신이 되지 않으려다 상병신이 되었다. 나는 최악의 병신을 상상했다. 그것을 바라기 시작했다. 최악의 상황이 유일한 출구였다. 무차별하게 흙을 긁어쥐던 순간처럼, 아무 곳에도 손을 뻗을 수 없는 순간에야만 그러잡을 것이 생기리라는 희망이었다. ... 수치심의 끝에서만 나는 식칼을 꺼낼 것이다. 식칼을 꺼내기 위해 더 큰 수치심이 필요했다. 회복 불가능한 병신이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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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
넬리 아르캉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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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고 복잡하다.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말투로 적혀있어서 일반적인 책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지만, 그녀의 머리와 가슴 속 이야기를 몽땅 꺼내놓다보니 그녀의 인생을 읽을 준비를 하고 읽어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실제로 창녀, 즉 섹스노동자로 5년을 종사해온 그녀의 경험담. 끔찍했다. 노역이라는 단어에 담긴 그 무게가 느껴지는지. 그녀는 자신과 자신이 했던 일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섹스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죽음으로 수렴되는 이야기. 해체라는 형식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녀의 이야기가 그런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은 읽어보면 분명 알 수 있을 것이다.
감상평조차 남기기 조심스럽고 많이 어려워서 여러번 지웠던 글이다. 남의 이야기, 흉이나 보고 비판할 줄만 알았던 그 누군가를 남으로 바라볼 때의 느낌과 또 그 사람의 입장과 시각으로 바라보는 느낌은 많이 다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 만약 자기 아내와 딸이 창녀 노릇을 한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그들 역시 나처럼 침대 밑으로 콘돔을 내버리거나 전날 흔적인 뭇 남자들의 터럭이 마룻바닥 위를 굴러다니도록 내버려둔 채 손님들을 기다린다면 과연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어떤 생각이 들지, ...`

`... 아마도 당신 스스로 고객이거나 창녀가 아닌 이상, 자기는 전혀 생각이 없는데, 아니 다 고갈되어 더이상 느끼려야 느낄 수도 없는데 무작정 달아오르라고 요구하는 욕정을 상대하는 게 과연 어떤 건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 집요한 애무에 시달리는 가운데 몸에 박힌 가시처럼 느껴지는 클리토리스, 뭐든 과잉은 과잉일 뿐이라는 생각은 죽어도 하기 싫어하는 쾌락의 횡포, 쾌락에 또 쾌락을 덧붙여봤자 하등 달라질 게 없다는 것, 매번 똑같은 동작이 반복되는 걸 너무 자주 바라보다보면 사람이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 ... 아마 당신은 짐작조차 하지 못할 거야, ...`

`... 그런가 하면 그들 역시 고작 그따위 짓을 위해, 자기 거시기를 빨리기 위해 돈을 지불하면서 어찌 스스로 비참해지지 않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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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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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새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글을 읽으면서 아마 그들에게 -혹은 내 인생에- 희망찬 새날은 절대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건... 단순히 기분탓인 걸까? 제목부터 왠지 읽지 않을 수가 없었던 이 책. 난 분명 웃고 있는데 슬프고, 또 씁쓸한데 피식 웃고 있다. 이런 책이라니. 아아. 너무 슬픈데. 웃음이 난다 ㅠㅠ

 

 

 

`밤낮없이 일을 하다보면 우리 가족은 결국 부자가 되고 말 거야. 정말 엄청난 부자 말이야. 밥을 굶지 않고 관리비 같은 건 밀리지도 않는 부자 말이야. 열심히 일하다보면 희망찬 새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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