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삶 -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읽지 못했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여자 혹은 소녀처럼 보이는 모습. 표지 속에서 고개를 살짝 숙인 그녀의 손끝에는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움켜쥔 주먹이 있었고 처절함이 맺혀있었다. 처음엔 이 평범한 소녀가 움켜쥔 그 두 주먹을, 정말 알지 못했었다.
 강이가 수족관 속의 금붕어들을 유심히 볼 때 난 매우 무서웠다. 혹시라도 손을 뻗어 모두 짓이겨버릴까봐. 김려령의 「너를 봤어」 속 주인공처럼, 지나가는 작은 벌레들을 짓이겨 죽이면서 마음 속 분노를 아주 무덤덤하게 펼쳐낼까봐.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신형철 평론가가 썼던 것처럼, '체급' 자체가 다른 소설이었다. 나도 이 슬프고 아픈 일들이 눈 앞에 보이는 것만 같아서 더욱 무섭고 슬펐다.

 

 

 

`희망을 향해 다가가려는 태도가 나를 희망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것 같았다. 병신이 되지 않으려다 상병신이 되었다. 나는 최악의 병신을 상상했다. 그것을 바라기 시작했다. 최악의 상황이 유일한 출구였다. 무차별하게 흙을 긁어쥐던 순간처럼, 아무 곳에도 손을 뻗을 수 없는 순간에야만 그러잡을 것이 생기리라는 희망이었다. ... 수치심의 끝에서만 나는 식칼을 꺼낼 것이다. 식칼을 꺼내기 위해 더 큰 수치심이 필요했다. 회복 불가능한 병신이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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