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책읽기 - 지식을 경영하는
스티브 레빈 지음, 송승하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독서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자연스럽게 독서 법에 대한 책을 자주 보게 된다. 좀 더 효과적인 독서 법을 배우고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독서방법을 알고도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을 몇 권 읽다 보면, 그 다음부터는 거의 속독에 가까운 방식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 거의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점을 가지고 책을 보라 자신이 보고싶은 것부터 봐라 메모를 하라 책마다 독서방법을 달리하라 책 종류를 가리지 말고 봐라 한 분야에 여러 권의 책을 보라 책을 항상 가까이 둬라 책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마라 등의 내용은 어떤 책에서든지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저자들은 책의 서문에서 자신의 책에는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독서 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브 레빈도 그렇게 말한다.

 

이 책은 좀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씌어졌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방법,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책을 읽는 방법, 같은 책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방법 등 책 읽기에 관한 다양한 지식들을 알려 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 머리 속에 떠 오른 생각은 이런 것들이다. 이 사람(저자)은 책 쓰기 전에 다른 사람이 쓴 책은 보지도 않았나? 또 이 이야기야! 책 반이 뻔한 내용들이네. 출판사는 이 원고가 다른 책에서 이미 이야기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는 걸 모르나?

 

이 책에 나온 내용 중에서 다른 책에서는 본 것 같지 않은 내용들만 한번 간추려 보자.

 

하나, 읽고 싶은 책을 희망도서목록으로 만들어라. (이것도 사실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하다)

, 책꽂이를 만들어 눈으로 확인하라

, 예전에 당신을 사로잡았던 책을 다시 펼쳐라

, 언제 고전을 읽어야 하나? (이 내용도 본 것 같다)

다섯, 읽자마자 다시 흝어 보라

여섯, 제대로 골라서 공들여 읽어라 (이 내용도 마찬가지)

 

이 책을 보면서 개인적인 독서 법을 잠시 생각하게 만들어 준 것은 여섯 개 정도의 내용, 페이지로는 총 230페이지 중에서 대략 1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독서 법 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라는 생각이 이 책을 보면서 처음 떠 오른 생각은 아니라는 점이고, 매번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독서 법에 대한 책이 나오면 또 사서 본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책을 보면 거의 99% 투덜거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책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런 생각 속에서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지 독서에 대한 새로운 기술을 알자고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독서는 본질적으로 혼자서 하는 것이다. 독서모임도, 그 안에서의 토론도 일단 책을 읽고 난 다음의 일이다. 한 때 미국에서는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면서, 그들을 사회적응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적도 있다고 한다. 사회 구성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극히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외로워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사귀었던 동지를 만난 것 같았다. 그리고 저자의 말 속에서 독서라는 것 자체에 대한 충만함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내가 이 책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 것, 책을 사랑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통해 나를 느껴보고자 했던 것이고, 그 마음 속에서 독서에 대한 사랑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독서에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겠는가? 빨리 읽고, 빨리 이해하고, 더 많이 본다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이겠는가? 이런 것들은 시험 공부하던 시절의 추억으로 충분하다. 책은 그저 읽고 싶을 것을,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을 만큼 읽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책을 읽고 싶다는 욕망을 키우고,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그 지식으로 지혜로, 일상의 삶에 활용하는 문제는 그 다음 이야기다.

 

1885년 제임스 볼드윈이 쓴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 나온 찰스 F. 리처드슨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며, 독서의 위대한 비결은 이 속에 있다. 그리고 노만 커즌스의 말도 한번 되새겨볼 만하다. 책을 읽는 방식, 그러니까 독자가 책에 얼마만큼 끌어 넣느냐 하는 문제는, 작가가 책에 담아낸 내용만큼이나 책의 가치를 좌우하는데 기여합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삶을 보다 풍요롭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이 책을 보며, 독서 법 책을 보는 사람보다는, 도리어 책을 쓰는 사람에서 할 말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것은 독자가 원하는 독서 법 책이 이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나, 남들이 흔히 말해 온 일반적인 독서 법을 표현만 바꿔서 마치 새로운 것인 양 쓸 것이 아니라, 특정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독서 법을 쓰는 것이다. 실연을 당한 사람의 독서 법, 퇴직을 앞둔 중년남자를 위한 독서 법, 가족을 잃은 사람을 위한 독서 법, 그리고 두려움을 이기기 위한 독서 법 등이

 

, 독서에 대한 사랑을 전해주는 방식의 독서 법이다. 독자들에게 이렇게 독서하라는 식의 훈계 조가 아니라, 자신이 책을 사랑하게 된 과정, 책을 사랑하는 이유, 그리고 그 사랑을 더 키우기 위해 했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독서는 가르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책을 보고 말고는 온전히 독자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독자에게 무엇인가를 주장하기 보다는, 자신이 물가를 찾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물을 마시면서 느낀 쾌감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주면 된다. 물의 달콤함을 느낄 것인지 말 것인지는 독자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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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ce 선택이 기회다
왕창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세일즈맨을 무척 높이 평가한다. 그에게 세일즈란 물건 파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진,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이다. 그는 세일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세일즈는 일종의 직업이다. 좁은 의미의 세일즈는 당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면 넓은 의미의 세일즈는? 모든 사람들, 우리들 각자가 다 시시각각 세일즈를 하고 있다. 사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서로 각자의 관점을 세일즈하는 과정이다. (중략) 성공한 사람들은 전부 우수한 세일즈맨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성공적으로 세일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우선 홍쥔이라는 주인공이 전직을 하여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가 만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몇 가지의 선택지를 알려 주고, 그것을 선택했을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우리들에게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여러 가지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이야기하면서 각각의 경우마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 내리는 선택이기에,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 아홉 가지 이야기를 살펴보자.

 

첫 번째, 자신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상황에서 사직할 것인가, 해고당할 것인가? 저자는 해고당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해고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전직할 경우, 형편없는 대우를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전직할 경우, 많은 사람들은 이전 직장보다 더 나은 대우를 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래의 발전 가능성일 수도 있다.

세 번째, 상사의 상사가 가까이 접근할 때, 그에게 상사를 고자질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것은 참 미묘한 상황이다. 자칫 잘못하면 상사들의 파워게임에 자신도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어떤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 직접 나설 것인가, 아니면 담당자들을 바꿀 것인가? 

다섯번째, 필요할 사람이 있을 경우, 회사의 조직체계를 무시하고라도 그를 영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여섯번째, 자신의 발전을 위해 앞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뒤에서 도와주는 자리에 남을 것인가? 이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무척 복잡한 문제이다. 단순히 앞에 나서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일곱번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둘 것인가?

여덟번째, 사내에 사귀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이를 감행할 것인가 아니면 그만 둘 것인가?

아홉번째,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위해 직속상사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고위층 상사를 잡을 것인가?

열번째, 협상의 자리에서 상대방이 강하게 나올 때 그러한 심리게임에서 버틸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

열한번째, 영업을 위해 검은 돈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열두번째, 공개석상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나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친구로 삼을 것인가, 적으로 만들 것인가?

 

책에 나온 열 두가지 상황. 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번쯤은 경험해 본 내용들이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렇기에 저자가 각각의 상황에서 나름대로 정리한 득실의 계산법이 마음에 와 닿는다. 특히 상사와 상사의 상사와는 관계는 내 자신도 무척 고민했던 상황 중에 하나였다. 지금은 단지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되지만, 그 당시에는 양쪽간의 줄다리기에 나의 직장운명은 걸어야 할 상황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세상살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매 순간마다 복잡한 함수를 풀듯이 하루하루이기 때문이다. 즉 내 가치를 남들에게 알리고, 가치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는 것이 세일즈맨의 삶인 것이다.

 

수 많은 기회를 만나고, 그때마다 선택을 하며 살아온 나.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지금의 내 모습. 비록 최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피하면서 살아 온 내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어떤 때는 협력하고, 어떤 때는 협상하고, 어떤 때는 공격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어차피 이런 모습은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고민할 것이다. '어떤 선택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인가?'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이 책을 한번 다시 본다면, 최소한 최악의 선택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서경영]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한번 생각해 본다. 그리고 결과의 득실을 계산해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몇 가지 안된다는 것도 함께 생각하기를 바란다

첫째, 어떤 선택지이든, 다른 사람에게 의도적인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

둘째, 어떤 경우에서든지, 객관성을 잃어서는 안된다

셋째, 어떤 경우에서든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남들에게 알려서는 안된다

넷째, 어떤 선택이든지,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한 것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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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MBA의 경영수업
여한구 지음 / 더난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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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하버드, 세계 제일의 대학이 어디냐고 물으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의 하버드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 곳에 세계 제일의 학과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HBS(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다.

 

케이스 스타디를 중심으로 수업을 이끌고, 전체 학생들의 등급을 상대평가로 매기는 학교. 그 평가의 50%는 수업시간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척도라고 한다. 결국 수업시간에 말 한마디 안 하면 그건 자동적으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론보다는 실제 상황을 중시하고, 정답보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기업과 주변환경을 바라봐 주기를 원하는 학교, 그렇기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발행하는 케이스 스타디 자료는 고액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경영학도와 비즈니스맨들에게는 거의 필독서처럼 평가 받고 있다. 나같이 경영학도가 아닌 사람도 그것을 찾아 읽을 정도였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기억 나는 것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학생들이 하루 시간표였다. 아침 7시 두개의 괘종시계를 맞춰 놓고 억지로라도 일어나야 하는 기상시간, 오전 7시 20분 아침을 맛있게 먹는 아침식사 시간, 오전 7시 30분 스타디모임, 오전 8시 30분 강의실로 직행, 오전 8시 40분 1교시 시작, 오전 10시 20분 2교시 시작, 오전 11시 40분 즐거운 점심시간, 오후 1시 10분 3교시 등등 오후 4시 30분 클럽모임, 오후 6시 저녁식사, 오후 7시 이메일 체크. 오후 8시 케이스 준비 새벽 2시 케이스 준비, 그리고 하루 일과 끝.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수험생들이 보내는 하루 일과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한 학기에 두 과목이상 하위 10%에 들면 짐을 싸여 하는 곳이고, 그렇기에 이 학교는 이 코스를 졸업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량을 가진 학생이기에 학점 따위는 볼 필요가 없다고 호언장담하는 자부심 강한 학교이다.

 

이 곳에서 그들은 무엇을 배우는가? 이 곳을 나온 사람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한다. 학위가 필요하거나 이론을 배우고 싶으면 하버드보다는 스탠포드나 MIT를 가라고, 그만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케이스를 중심으로 실무형 인재를 키워내는 곳이자,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 즉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장 현장에서 즉각적인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경영자를 양성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보면 일년 내내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공부와 함께 인맥을 만들고 학교를 졸업한 후 일할 직장을 구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죽어라 공부하고 금요일 하루는 술 마시고 떠들고 노는 학교 분위기는 예전에 고등학생 시절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놀기도 잘 놀았다는 그 당시의 모습을 상기시켜 준다.

 

세계의 모든 부와 문화, 그리고 제도를 이끌어 가는 미국의 힘은 바로 이와 같은 하버드의 실용주의 학교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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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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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가슴 속에 꼭 안아본다. 저자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것 같다. 눈을 감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저자가 살아 온 긴 여정이 눈 앞에서 영화처럼 한 장면씩 지나간다.

1930년대 일제의 강점기 하의 어려운 시기. 도시와는 거리가 먼 시골 학교의 운동장. 어머니 바지에서 새 고무줄을 빼내어 만든 비행기를 신나게 날리는 한 소년의 모습이 떠 오른다. 왜소한 소년, 하지만 자식과는 달리 몸집이 큰 어머니는 참고서가 필요하다는 자식의 말 한마디에 아버지 몰래 쌀 한 가마니를 내 주신 분이다.

 

그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떠나는 아들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울고 계신 어머니. 일본으로 가는 배 안에서 자신이 먹는 주먹밥 하나를 노려보는 굶주린 사람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하루하루의 일본생활. 똥을 치우는 위생 원. 그의 눈에 보이는 불쌍하고 처량한 한국인의 모습들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던 그에게 바이올린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갖게 만든 대학교에서의 한 세미나. 최첨단의 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스트라디바리의 신비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는 그 때부터 바이올린 제작자로서의 길을 간다.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아무도 제자로 받아주지 않는 현실. 몇 년을 스승을 찾아 헤맸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지친 육신과 좌절감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돌 캐는 일을 하며, 그 곳에서 나온 판자로 집을 만든 저자는 혼자 바이올린을 만들기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라고 가까이 오지는 않는다. 아마 그 당시 그에게 바이올린조차 없었다면 그는 분명히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항상 공평한 것. 그에게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 줄 한 명의 여자가 나타났다. 공사장에서 나온 나무와 판자로 허름하게 지은 집을 마다하지 않는 그녀. 자신이 만든 바이올린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 그는 그녀와 결혼하게 되고 그 때부터 더욱 강한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한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그 험난한 길을 가지고 했을까? 일말의 가능성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그 길을 무엇을 의지하며 걸어갔을까? 한국인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나? 먹고 살기 위해 꺼낸 마지막 카드였던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가?

 

콩쿠르 대회장인 필라델피아 대학. 심사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에 대해 각각 세공과 음향의 두 가지 부분, 합계 여섯 부분의 대상자를 뽑는 행사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대상자가 결정되었다.

 

“더 위너 이스...미스터 진창휸” “더 위너 이스…미스터 진창휸” “…미스터 진창휸” “…미스터 진창휸” “…미스터 진창휸”

 

그는 무려 여섯 분야 중 다섯 분야에서 수상했다. 그리고 8년 후, 미국의 바이올린제작자 협회에서 전세계에 다섯 명 밖에 없는 ‘마스터 메이커’라는 칭호를 수여했다. 결국 그는 바이올린 제작 분야의 거두로써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는 그 당시를 이렇게 말한다.

 

“그 때 나는 온몸에서 핏기가 사라지는듯한 감각을 느꼈다. 진창휸은 나의 이름을 영어로 읽은 발음이었다. 나는 내가 수상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천천히 주위를 둘러볼 뿐이었다. 내가 수상을 한 것이다. (중략) 내가 수상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정말로 내가 수상을 했다. 졸다가 깨어난 만큼 처음에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사후생(死後生)]에서 인간이 죽은 후 영혼이 가는 길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자신이 왔던 곳, 신에게로 다시 돌아간다. 그러나 신에게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영혼은 신의 찬란한 빛 앞에서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순간적으로 되돌아 본다. 그 때 많은 영혼들이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한다.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자신 앞에 놓여진 수 많은 어려움과 고통, 괴로움들이 모두 영혼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한 것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집이 불탄 일, 남에게 버림받은 일, 병 때문에 괴로워했던 일, 그 모든 것이 영혼인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한탄하며 보낸 지난 삶을 가슴 아파한다.

 

진 창현. 그의 삶은 거대한 돌산을 캐며 앞으로 나아간 세월이다. 좌절과 배고픔, 고통 속에서 바이올린 하나를 의지하며 살아 온 삶이다. 비록 어려운 세월이었지만, 그렇기에 그는 인간으로서 맛 볼 수 있는 가장 깊은 감정들을 거의 다 맛 보았다.

 

자식을 위해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은 어머니의 지고한 사랑,

주먹밥 하나가 진수성찬처럼 느껴졌던 어린 시절의 배고픔,

위생 원밖에는 할 게 없었던 한국인을 바라보며 느낀 절망감,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아무도 자신을 받아 주지 않는 상황에서의 좌절감,

전쟁에 참가하는 한 병사가 이제 자신은 필요 없다고 주는 돈을 받을 때의 동질감,

자신을 이해하고,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아내에 대한 사랑,

남편 때문에 고통 받는 여동생을 바라보면서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움,

돌아가신 어머니를 보며 통곡할 수 밖에 없었던 가슴 깊이 응어리진 한 맺힘,

그리고 마스터 메이커로서의 자부심.

 

이 책은 한 인간의 성공담이기 이전에, 가장 뜨거운 삶을 살았던 영혼의 찬미가였다. 그의 영혼이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 했다.

 

“내 영혼은 신 앞에서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을 거야. 나는 내가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달성했어. 비록 육신은 힘들었지만 그것은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 삶일 뿐이야. 나는 그것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 수 있게 됐어. 이제 나는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아. 너도 이제부터라도 네 영혼을 생각하며 살아.”

 

감고 있는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내가 왜 우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 영혼이 흘리는 눈물 같다. 아름다운 한 영혼의 모습을 보며 감동했기에, 그런 삶을 살지 못하는 자신의 육신이 안타까웠기에 흘리는 눈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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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관리가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 - 위험한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
김중구 지음 / 원앤원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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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급하게 돌아갈수록 사람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오늘 일을 마치기도 전에 벌써 내일 일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일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전에 준비도 안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러한 경우는 기업이 더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큰 기업들은 나름대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별도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기업이나 은행 등의 위험관리 기법을 개인이 자신의 위험관리를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 놓은 책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위험관리라고 하면, 경제적인 또는 재정적인 측면만을 다루지만, 저자는 이것을 재무적인 측면과 비재무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다르고 있다. 즉 한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맞대면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는 개인의 위험을 이렇게 나누고 있다. 재무위험은 신용위험 시장위험 유동성위험 금리위험 비용위험으로, 비재무적위험은 전문성위험 중년위험 가족위험 기타(의존형위험, 노년위험, 가족배상체계 등)이다.

 

저자는 위험이란 것을 아래와 같은 공식으로 표현한다.

R(위험량)= Exposure (위험노출 액) C Volatility (변동성), 즉 위험량은 현재의 재무적, 비재무적 상황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가능 액이고, 이는 자신이 위험에 노출될 액수가 얼마이며, 그것이 발생할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다만, 저자는 변동성이란 변수를 우리들은 통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위험관리를 위해서는 개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위험노출 액을 조절해서 위험량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자신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그 손실액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항상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러한 위험관리를 중요시 여겨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의 성숙도 문제라고 한다. 즉 해외 선진국에 비해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위험관리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미약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스스로가 위험관리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MAC와 대한민국의 차이를 개인위험 관점에서 살펴보면 커다란 갭이 존재한다. 공공지출에 관한 우리나라의 지표는 2005년 기준으로 8.6% 정도에 머물고 있다. 20% 이상인 OECD 평균과 비교해 2.4배 가량 차이가 난다. 즉 대한민국의 개개인은 MAC와의 갭만큼이나 스스로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말이 맞다면 우리는 세계의 이목과는 달리, 국민들의 위험관리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후진국에 속한다는 말이 된다. 결국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지키지 않으면 그 누구도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곧 맞대면해야 할 위험들을 생각해 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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