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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책읽기 - 지식을 경영하는
스티브 레빈 지음, 송승하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독서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자연스럽게 독서 법에 대한 책을 자주 보게 된다. 좀 더 효과적인 독서 법을 배우고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독서방법을 알고도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을 몇 권 읽다 보면, 그 다음부터는 거의 속독에 가까운 방식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 거의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점을 가지고 책을 보라’ ‘자신이 보고싶은 것부터 봐라’ ‘메모를 하라’ ‘책마다 독서방법을 달리하라’ ‘책 종류를 가리지 말고 봐라’ ‘한 분야에 여러 권의 책을 보라’ ‘책을 항상 가까이 둬라’ ‘책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마라’ 등의 내용은 어떤 책에서든지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저자들은 책의 서문에서 자신의 책에는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독서 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브 레빈도 그렇게 말한다.
“이 책은 좀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씌어졌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방법,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책을 읽는 방법, 같은 책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방법 등 책 읽기에 관한 다양한 지식들을 알려 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 머리 속에 떠 오른 생각은 이런 것들이다. “이 사람(저자)은 책 쓰기 전에 다른 사람이 쓴 책은 보지도 않았나?” “또 이 이야기야!” “책 반이 뻔한 내용들이네.” “출판사는 이 원고가 다른 책에서 이미 이야기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는 걸 모르나?”
이 책에 나온 내용 중에서 다른 책에서는 본 것 같지 않은 내용들만 한번 간추려 보자.
하나, 읽고 싶은 책을 희망도서목록으로 만들어라. (이것도 사실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하다)
둘, 책꽂이를 만들어 눈으로 확인하라
셋, 예전에 당신을 사로잡았던 책을 다시 펼쳐라
넷, 언제 고전을 읽어야 하나? (이 내용도 본 것 같다)
다섯, 읽자마자 다시 흝어 보라
여섯, 제대로 골라서 공들여 읽어라 (이 내용도 마찬가지)
이 책을 보면서 개인적인 독서 법을 잠시 생각하게 만들어 준 것은 여섯 개 정도의 내용, 페이지로는 총 230페이지 중에서 대략 1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독서 법 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라는 생각이 이 책을 보면서 처음 떠 오른 생각은 아니라는 점이고, 매번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독서 법에 대한 책이 나오면 또 사서 본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책을 보면 거의 99% 투덜거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책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런 생각 속에서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지 독서에 대한 새로운 기술을 알자고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독서는 본질적으로 혼자서 하는 것이다. 독서모임도, 그 안에서의 토론도 일단 책을 읽고 난 다음의 일이다. 한 때 미국에서는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면서, 그들을 사회적응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적도 있다고 한다. 사회 구성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극히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외로워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사귀었던 동지를 만난 것 같았다. 그리고 저자의 말 속에서 독서라는 것 자체에 대한 충만함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내가 이 책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 것, 책을 사랑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통해 나를 느껴보고자 했던 것이고, 그 마음 속에서 독서에 대한 사랑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독서에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겠는가? 빨리 읽고, 빨리 이해하고, 더 많이 본다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이겠는가? 이런 것들은 시험 공부하던 시절의 추억으로 충분하다. 책은 그저 읽고 싶을 것을,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을 만큼 읽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책을 읽고 싶다는 욕망을 키우고,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그 지식으로 지혜로, 일상의 삶에 활용하는 문제는 그 다음 이야기다.
1885년 제임스 볼드윈이 쓴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 나온 찰스 F. 리처드슨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며, 독서의 위대한 비결은 이 속에 있다.” 그리고 노만 커즌스의 말도 한번 되새겨볼 만하다. “책을 읽는 방식, 그러니까 독자가 책에 얼마만큼 끌어 넣느냐 하는 문제는, 작가가 책에 담아낸 내용만큼이나 책의 가치를 좌우하는데 기여합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삶을 보다 풍요롭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이 책을 보며, 독서 법 책을 보는 사람보다는, 도리어 책을 쓰는 사람에서 할 말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것은 독자가 원하는 독서 법 책이 이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나, 남들이 흔히 말해 온 일반적인 독서 법을 표현만 바꿔서 마치 새로운 것인 양 쓸 것이 아니라, 특정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독서 법을 쓰는 것이다. 실연을 당한 사람의 독서 법, 퇴직을 앞둔 중년남자를 위한 독서 법, 가족을 잃은 사람을 위한 독서 법, 그리고 두려움을 이기기 위한 독서 법 등이
둘, 독서에 대한 사랑을 전해주는 방식의 독서 법이다. 독자들에게 이렇게 독서하라는 식의 훈계 조가 아니라, 자신이 책을 사랑하게 된 과정, 책을 사랑하는 이유, 그리고 그 사랑을 더 키우기 위해 했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독서는 가르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책을 보고 말고는 온전히 독자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독자에게 무엇인가를 주장하기 보다는, 자신이 물가를 찾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물을 마시면서 느낀 쾌감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주면 된다. 물의 달콤함을 느낄 것인지 말 것인지는 독자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