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어디 계세요?"
봄핀아이들 글, 최숙자 엮음 / 사분쉼표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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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집은 후암동이었다. 그러나 국민학교 4학년 때 광화문 부근의 학교로 전학을 갔다. 중학교 입시 때문이었다. 당시 전학 간 학교는 사립국민학교로 한 반에 45명, 매일 마다 시험 봐서 매주 전체 석차가 나왔고, 그 성적에 따라 아이의 등급이 결정된다. 철 없이 뛰어 놀던 한 아이가 갑자기 바뀐 환경 속에서 적응을 하지 못해 3년 동안 바보 취급을 받으며 살았다. 그 아이, 즉 내 성적은 전체 45명 중에서 평균 35등. 전학가지 전 학교에서 반장도 하던 아이치고는 조금 창피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실력이 그것밖에 안 되는데.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그런 성적의 내가 추첨 제로 바꿔 무시험으로 들어간 중학교에서 전교 석차 35등을 했다는 것이다. 총 학생 640명 중에서. 재미있지 않은가? 국민학교 3년 동안 매일 시험보고 야단맞고 혼 줄났던 보람이 있었나 보다.

그리고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다시 우열 반 시험을 치르고 우 반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2학년 때 다시 열반으로 복귀. 이를 보고 속 상한 어머니는 과외공부 집으로 끌고 가 고2말부터 과외수업 하는 집에서 먹고 자고 하며 1년 반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무엇을 공부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새벽 1시까지 공부하고, 아침 5시에 일어나 아침 공부하고, 아침 먹고 학교 가서 하루 종일 공부하다 과외공부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 5시, 저녁 먹고 다시 공부시작. 곁눈질할 틈조차 없는 나날이었다. 당시 나의 낙이라고는 골목에서 줄담배 피우는 것과 성당 학생회에서 여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 때 나는 그리 힘든 줄 몰랐다. 남들이 다 그렇게 사니까. 또 그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었으니까. 영화도 고등학생 입장 가는 1년에 몇 편 되지도 않았고, 지금처럼 패스트 푸드점도 없었다. PC방이라고는 상상도 못해봤고, 90년대 고등학교 다녔다는 사람들이 즐겼던 하이텔, 유니텔 같은 것도 없었다. 고등학생이 공부이외 할 것이 없었는데 무얼 고민하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이들의 복장은 명품 경연 장이 되었고, 그들이 갖고 다니는 소지품은 거의 전자인간을 방불케 한다. 휴대폰, MP3, 전자계산기, 거기다 전자사전까지. 인터넷에서는 음악, 영화 다운로드도 부족해서 동,서양 구분 없이 옷 벗고 섹스 하는 포르노까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정보는 개방 시켜 놓고 아이들의 사고는 묶어 버리는 이러한 잔인한 세상을 누가 만들었는가?

지금 고3인 내 아들. 아침 7시에 나가 새벽 1시에 집에 들어온다. 눈은 항상 충혈되어있고, 말할 때마다 내신, 성적, 대학이야기다. 집에 있는 엄마, 아빠 중 누구 한명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아이가 알아서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성공의 척도가 명문 대학이고,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조건이 입은 옷의 브랜드가 되어 버린 세상을 누가 만들었는지.

저자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우아한 문장으로 가린 채 세상의 문제를 그대로 들어낸 의도가 무엇인지, 책을 보던 독자가 내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고민하다 결국은 화가 나 책을 집어 던질 수 밖에 없게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수준 높은 문장과 날카로운 아이들의 글 솜씨 속에서 “우리 엄마 어디 계세요?” 라는 책 제목이 아이들의 울부짖음으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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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강의
이중텐 지음, 강주형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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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 대륙을 통일한 한나라의 뒤 배경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책에 소개된 인물 중 항우를 제외하고 유방, 한신, 장량, 소하 등의 한나라 중심 인물과 정치와 제도를 공고히 해 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조조, 원앙, 그리고 등장인물 중 유일한 여자인 여치 등은 모두 한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며 예전에 봤던 초한지나 삼국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광활한 대륙을 통치하기 위해 암투, 간계, 전략 등으로 일괄한 진행이 빠른 전쟁이야기가 아니라, 한 나라를 세우는데 공을 세운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성장 분석서 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신과 유방에 대한 이야기는 기존의 초한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척 독특한 내용으로, 초한지는 물론이고 서양의 탈무드까지 들이대며 이들의 성장과정과 그들 마음 속에 자리잡은 가치관, 생활방식 등을 설명할 때는 오래 전 중국역사를 이끌었던 몇 명의 인물을 타임머신을 태워 현대로 데려온 듯 하다.

항우와 비교도 안되는 유방이 승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정의 내리면서, 두 사람의 과거와 그것에 의한 당시 행적을 심리적으로 묘사하는 내용, 한나라를 승리로 이끈 한신이 왜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그의 뒤 조사를 통해 비리를 끄집어 낸 부분, 권력자 앞에서 목숨을 부지하려면 일단 고개를 숙이고 제대로 된 처세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소하와 조참의 이야기 등. 기존의 초한지에서는 느껴 볼 수 없었던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다만,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탐하고 자신의 주장 조차 강하지 않은 유방이 결국 승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상대를 이해할 줄 알고 그들의 의견을 잘 들어 주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삼국지의 유비와 거의 비슷한 모습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한신의 판단처럼 그는 태생 자체가 통치자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자신의 힘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를 보호하고 감싸고 이해해 줄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유 하나만으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유방의 이야기 속에서 현재 중국인들이 한나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한나라는 거대한 대륙을 진나라에 이어 중국을 두 번째로 거머쥔 나라이지만, 짧은 진나라의 생명을 생각하면 첫번째 나라이고, 한족의 문화는 아직도 중국을 이끌고 있는 그들의 숨결과 같은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서점가에 팩션이 유행이라고 한다. Fact + Fiction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미 결정된 역사의 한 부분을 가지고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살을 붙인 작품을 말한다. 예를 들면 남한산성 같은 작품이다. 이 책 초한지강의도 그런 류의 책이 아닌지. 이미 결정된 역사를 놓고 그것을 저자의 상상력을 통해 자신의 내린 인물에 대한 평가를 정당화하기 위한 사료들을 정리한 책.

나는 앞으로도 저자가 쓴 책을 좀 더 봤으면 한다. 책 내용이 재미있는 것은 당연한 말이기에 재차 언급할 필요는 없고, 내가 더욱 관심 있는 부분은 저자의 내용 전개 스타일과 인물에 대한 해석 방법이다.

우리의 삼국지, 고구려, 백제, 신라시대의 인물들도 이런 식으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다. 다만,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한반도를 지켜온 고구려보다, 일본을 교화 시킬 정도의 화려한 문화를 키웠던 백제보다, 땅덩어리를 차지하기 위해 외세의 힘을 빌려 삼국을 통합한 신라를, 마치 이 책에서 유방을 앞 세우듯 우선시만 하지 않는다면 무척 재미있는 내용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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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quotes 2012-01-06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갑자기 샐러리맨 초한지와 초한지 천하대전이 나와서, 초한지에 관심이 급격히 늘고 있네요. 삼국지만큼 재밌네요.
 
이익경영 - 총매출을 순이익으로 만드는 실현 가능한 비전
제럴드 I. 켄달 지음, 함정근 옮김 / 무한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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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정확히 표현하면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화되면서 예전처럼 하나의 상품만을 가지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지 기업에서도 예전처럼 기업 규모를 키운다거나, 매출을 중요하기보다는 수익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 운영자에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은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매출을 올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행동은 대답과는 다르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점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면서, 일반 경영자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익 증대의 가능성을 꼬집고 있다. 뭔가 크게 변화시키지 않아도 수익을 몇 년 내로 두 배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또 기존에 하던 방식을 약간만 바꾸면 수익 구조를 지금보다 훨씬 좋게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바로 저자의 주장이다.

언뜻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이 책을 자세히 들여 다 보면 저자가 하는 말은 없던 수익을 새로 만들어 주겠다는 개념보다는 기존에 쓸데없이 사용하던 비용을, 안 써도 될 곳에 쓰던 비용을, 작게 쓴다고 생각하며 쓰던 비용을 환원하여 정상으로 돌림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경영자들이 중요시 여기던 기존 마케팅 개념을 고객 중심의 진정한 마케팅으로 환원한다면, 이는 기존 비용 절감 더하기 매출 상승이라는 이중 혜택을 얻을 수 있게 되다는 것이다.

몇 가지 책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몇 가지 이야기해 보자

첫째, 우리가 흔히 비용절감을 위해 외주생산과 관리를 많이 한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 기업의 비용을 줄이는 것인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즉 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자사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고, 이러한 매출은 기업의 일개 부서, 즉 생산부나 영업부, 마케팅 부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상품을 생산함으로써 100원을 절약할 수 있었지만, 만약 그 상품의 배송기간이 오래 걸어 고객 주문 시 상품이 없다면, 또 상품의 질이 떨어져 고객의 신뢰를 상실한다면 그건 이익이 아니라 손해다

둘째, 회계장부상의 이익이 진정한 이익인지 따져봐야 한다. 영업 사원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주로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상품의 재고를 본사 창고에서 대리점 창고로 옮기는 것이다. 상품이 대리점으로 가는 순간, 그것은 외상매출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사 입장에서는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고, 만약 상품이 팔리지 않을 경우, 그것은 다시 본사로 반품되어 악성재고가 되고 만다. 이럴 경우, 장부상으로만 이익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를 원하는 회사는 한 군데도 없지만, 실상 주변의 기업들을 보면 무리하게 지사나 대리점으로 상품을 밀어내는 경우가 많다. 아는 것과 실행이 다른 것이다

셋째,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가격이 중요하다. 가격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고객이 느끼는 상품에 대한 가치, 즉 고객가치다. 이에 대해 블루오션의 저자인 김위찬 교수는 아예 상품가격을 기존에 쓰는 방식, 제조원가에 회사의 비용과 마진을 붙이는 식으로 하지 말고, 고객이 살 수 있는 가격과 기업이 얻어야 할 마진을 먼저 결정한 다음, 거기서 제조원가와 비용을 계산하라고 한다. 그래야만 고객이 원하는 가격대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이런 방식으로 상품판매가를 계산해 내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나는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 어떤 천재들이 만든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알고 나면 “아!” 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익 얻기 원한다고 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비용을 증가시키고, 시장 내에서 고객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마는 것이 기업의 현실인 것 같다.

만약 이익을 늘리고, 매출을 높이고 싶은 기업인이라면 선입관 없이 이 책을 한번 일독하고 여기에 나와 있는 대로 실행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기존 조직에서 반발이 있을 거라는 것은 각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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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한 모 경영 - 진정한 차별화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
다루미 시게루 지음, 이동희 옮김 / 전나무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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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내 수공업인 두부를 통해 2000억 원대의 매출을 바라보고, 해외시장까지도 넘보고 있는 다루미 사장. 그가 쓴 책을 읽다 보면 괜히 나까지 신이 나는 것 같다. 마치 동키호테 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도 처음 두부사업을 시작할 때는 그 사업이 이렇게까지 성장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두부제조도 돈 벌이가 된다는 어머니의 말에 솔깃하기는 했지만, 사업시작 당시에는 수 많은 두부 업체들이 거의 대동소이한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내수공업으로 두부를 생산하여 슈퍼에 납품하는 것, 그것이다.

그러나 꿈을 꾸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기회로 작용하는 법. 다른 사람 같으면 장애물로 보였을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에게는 희망으로 작용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기존 두부업계의 상식이나 전통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두부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상식을 깨고 나만의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다. 사람들은 이런 나의 사업방식을 거꾸로 사업전략이라고 불렀다. 나는 줄곧 상품개발, 판매망 구축, 사업 확장과 같은 사업 운영방식을 타 업종에서 배워 두부업계에 적용하는 실험을 해 왔다.

그리고 그는 두부업계에서 강자를 찾거나, 벤치마킹을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업종의 장점 속에서 자신의 갈 길을 발견한다. 자동차 업계, 주류업계, 프랜차이스 업계 등이다. 흡사 김위찬교수가 쓴 [블루오션]에 나오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마케팅적인 기법 개발과 같은 소프트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이와 같은 사업 구상은 저자가 가진 힘, 즉 자신이 믿는 대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뚝심 때문에 돋보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가 슈퍼마켓으로부터의 독립을 부르짖으며, 기업의 업종을 제조.도매업에서 제조.소매업으로 바꾸는 이야기는 보고 있기만 해도 신이 난다. 폭리를 취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마진을 위해 제조업체를 내리누르는 유통업체에 대한 감정을 그가 대신 해소 시켜 준 것 같아서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남지 않은 슈퍼마켓 납품 건. 처음에는 25%의 마진으로 시작한 유통업의 마진이 점차적으로 50%를 넘어가고, 이마저도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수 많은 두부 업체들은 유통업체의 말 한마디, 내일부터 납품 안 해도 됩니다. 에 도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당연시 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런 상황을 타개하지 않고는 자신의 꿈인 주식상장 자체를 이룰 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체 유통망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도 이전까지 납품하던 유통업체에 대한 상품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하지만 여기서 그가 선택한 길 자체가 또 기발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아마도 이런 이유는 저자가 책에서 말한 대로 거꾸로 사업전략 때문인 것 같다. 

그가 사용한 마케팅 이론은 시모노세키산 복어이론이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이론이 실제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이것을 통해 맛이 좋고 값이 싸다면 손님은 반드시 자신의 상품을 찾을 것이라고 믿고 공장 앞에 저가의 무인 판매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가판대는 얼마 안되어 일 매출 10만엔 이 넘는 성공 작이 되었다. 값싸고 맛있는 두부를 누가 안 사겠는가!

이 이야기 중에는 저자의 저돌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사업운영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임원들과의 대화였다.

임원들은 생산량이 작아 제조원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원래 30엔 이던 두부가 현재 생산량 수준에서는 80엔 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4모를 200엔 으로 파는 것은 적자이며, 한 모를 200엔 에 팔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가격으로 팔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실제로 직판 점에서 그렇게 팔아보라고. 결론은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원가가 얼마이든지 간에 고객이 살 수 있는 가격은 생각지도 않고, 비싸게 팔아야 한다고 주장한 임원들도 이해할 수 없지만, 적자 상태에서도 아주 기본적인 사고, 즉 적게 만들어 원가가 높다면 많이 만들어 많이 팔면 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한 저자도 무척 재미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역시 사업을 성공한 사람들은 범인과는 달라도 무엇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사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진행하는 사업이 생각대로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내 수공업종인 두부제조를 통해 주식상장까지 성공한 저자의 모습을 한번 엿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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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 - 신화 속에서 찾은 24가지 사랑 이야기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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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렇기에 신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한 것과 마찬가지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사랑의 아픔을 반복해서 겪으면서도 왜 끊임없이 사랑에 목말라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신들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사랑은 우리네 사랑과 너무나 닮아 있다. 신들이라고 해서 그들의 사랑이 고결한 것만은 아니다. 이성간의 사랑은 물론이려니와, 스토커처럼 맹목적인 사랑, 비극을 불러오는 근친상간. 결국 파행으로 치닫는 불륜, 사랑의 또 다른 유형인 동성애까지. 그들의 사랑은 이렇듯 우리와 어느 것 하나 다를 바 없다. 신들은 자신의 모습의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은 신들의 모든 것을 본받아 그들과 같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신화를 읽다 보면 그것은 신들의 이야기 라기 보다는 인간 세상의 사랑 이야기 같다. 단지 인간과 다른 것은 신은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인간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도 인간처럼 고통을 당하기 때문이다. 자기 꾀에 넘어가는 신의 모습이 재미있지 않은가.

이 책에는 신들이 보여준 사랑의 기술, 질투, 시기, 오해, 열정 등 온갖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그 내용들 속에서 잠시 잊었던 내 모습과 내 이웃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 놓은 신화이기 때문이다.

책 내용 중에 시선을 끈 이야기가 몇 개 있다.

첫 번째는, 뭣 모르고 에로스를 무시하다가 짝사랑에 빠져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게 된 아폴론의 이야기다.

어느 날 아폴론은 어린 에로스가 가진 작은 화살을 비웃는다. 에로스는 그런 아폴론이 괘씸해 그에게는 사랑의 화살을, 아름다운 다프네에게는 납 화살을 쏜다. 그리고 아폴론은 괴로운 짝사랑을 시작한다. 이 이야기의 끝은 무엇인가? 아폴론은 고통스러운 줄 알면서도 사랑의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다프네는 자신의 감정 조차도 알지 못한 채 아폴론을 피해 결국은 나무로 변해버린다. 남은 것은 월계수 하나. 나무 이야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위대한 전사와 사랑스러운 여인을 희생시킨 건가?

두 번째는 우연으로 시작된 에로스와 프시케의 이야기다.

인간과 신을 통틀어 최고의 미녀였던 아프로디테를 능가한 여인 프시케, 그녀를 벌주라고 보낸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가 반해 버릴 정도의 미녀였다. 그러나 프시케는 그녀를 시기한 언니들로 인해 에로스가 하지 말하는 것, 즉 자신의 얼굴을 보지 말라,을 어김으로써 사랑을 놓쳐버린다. 사랑을 잃어버린  그녀는 그것을 되찾기 위해 신전으로 갖고, 거기서 아프로디테의 무리한 요구를 이행함으로써 결국엔 에로스와 결혼을 한다. 물론 그 전에 여자의 호기심을 참지 못해 깊은 잠에 빠져버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아무리 신이라 해도 진정 사랑을 얻겠다는 각오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아폴론과 디프네는 왜 이런 사랑을 맺지 못했을까?

세 번째는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의 이야기다.

너무나도 예쁜 아탈란테. 그러나 그녀는 결혼하면 불행해 진다는 신탁을 받아 남자들의 청혼을 계속 거절한다. 남자의 구애를 거절하는 여자의 모습, 어떻게 보면 남자의 애간장을 때우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남자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자신과 달리기 경주를 해서 이기면 결혼하겠노라고. 하지만 지면 그들은 목숨을 내 놔야 한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히포메네스는 경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탈란테와 시합을 해서 이길 수는 없는 것. 그는 아프로디테에게 부탁하여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황금사과를 얻는다. 그리고 달리기 하면서 자신이 질 것 같을 때마다 사과를 던져 아탈란테를 멈추게 만든다. 결국 승리는 히포메네스. 하지만 그 뒤에 이들에게는 기구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도와 준 여신에게 감사의 제사를 드리지 않은 히포메네스. 그를 괘씸하게 생각한 아프로디테가 산림의 여신 키벨레에게 부탁해서 이들 부부를 사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후 그들은 키벨레의 수레를 끄는 신세가 되었다.

혹시 결혼하는 순간, 가정이라는 무거운 짐을 끌어야 하는 우리들의 신세가 사랑의 맺어준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 않아서 그런 건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많은 철학자들은 이러한 사랑을 정욕이라고 표현했다. 중세시대에는 여자의 성욕 자체를 죄라고 못박고, ‘가정주부로서의 수녀’ 모습을 가장 이상적인 여자의 모습으로 숭상했다. 당시 마니교는 아예 세상은 지옥이기에 자녀를 낳기 위해 섹스를 하지 말라고까지 했으니 옛날 사람들이 남녀간의 사랑을 어떻게 봤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여성상위를 넘어 동성애도 당연한 것으로 인정 받는다.

사랑이란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어떤 때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어떤 때는 정욕으로, 또 어떤 때는 희생으로 변해서 우리 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을 뭐라고 표현하던지 간에 인간 본성의 하나임은 틀림 없는 것 같다.

내가 본 사랑의 개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또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항상 기억하고 싶은 개념은 M. 스캇펙의 정의다. “자기 자신이나 혹은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다. 상대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이 아닌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진정어린 마음으로 도와주는 행동이란 의미다.

섹스의 동기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정욕 그 자체이면서, 이기심까지 포함한 복잡한 개념의 사랑.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가 만나고 있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을 보면서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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