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경제학을 만나다
야마모토 미토시 지음, 이서연 옮김 / 토네이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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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척 합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이다. 오랜 시간을 계산하고 따지며 결정해 놓고도 한 순간 그 결정을 바꿔버린다. 이유는? 물건 파는 사람이 좋아서이기도 하고, 그날 기분이 유쾌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괜히 질러보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순간의 만족이니까.

이 책의 주제는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결정한 일의 많은 부분이 실제로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물건이나 화폐의 가치를 항상 동일하게 봐야 하는데, 실상은 일정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일날 어린 자식이 저금통을 털어 오천 원을 아빠에게 선물로 줬다. 그것을 가지고 아빠가 갖고 싶은 것 사라는 것이다. 근데 그 날 공교롭게도 담배 두 값을 사고 남은 거스름돈 오천 원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우체부가 소포를 갖고 왔다. 우체부는 택배비가 후불이기에 오천원을 달라고 한다. 어떤 돈을 줄 것인가? 너무나도 당연히 담배사고 남은 오천 원을 줄 것 같다. 화폐가치로는 동일한 오천 원이지만 감정적으로는 동일하지 않은 오천 원이다. 즉 화폐가치는 같지만, 돈에 대한 감정과 애착은 다른 것이다.

나는 지금 이런 현상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동일한 돈의 가치를 동일하게 보지 않는 인간의 능력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오류를 범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할 뿐이다. 저자의 말을 빌어서.

이 책에는 우리가 평소 잘못 생각하는 여러 가지 사례가 나온다. 물건 값을 더 주고 산 후 사람의 심정변화와 투기에 몰릴 수밖에 없는 인간심리, 그리고 사기 당하는 사람 마음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표현했다.

책 내용 중에 ‘왜 1등 복권은 명당에서만 나올까?’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이 글은 1등 복권이 나오는 명당이 진짜 있는가하는 의문점에서 출발한 내용이다. 하지만 따져보지 않더라도 1등이 자주 나오는 명당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모든 것은 복권을 관리하는 회사의 중앙컴퓨터에서 추첨이 이뤄지고 그 결과를 판매소에서 확인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명당이라는 곳을 찾아 그곳에서 복권을 사려한다.

왜 그럴까? 저자는 이런 심리를 인간의 후회회피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즉 나중에 일이 잘못되었어도 스스로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1등 복권이 나올 확률이 높은 곳에서 복권을 샀으니 떨어지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갖기 위해  명당이라는 곳을 찾게 된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 물건 하나를 살 때마다 여러 곳을 뒤지고 따져보는 사람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내가 뭔가를 잘못 결정했다손 치더라도 ‘나는 최선을 다했어.’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 재미있는 비밀이 하나 숨어있는데, 그것은 1등 복권이 자주 나오는 명당이란 그만큼 꽝 맞은 사람도 많다는 의미다. 모든 것이 공평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복권이 많이 팔리면 그만큼 그곳에서 1등 복권이 나올 확률도 높지 않겠는가!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는, 물론 실제 상황에서는 전혀 재미있지 않은 예지만, 네덜란드의 튜립 투기사건이다. 이는 너무나도 유명해서 경영학에도 나온다. 이야기는 과거 경제부흥을 일으키던 네덜란드가 수입을 올리는 방안으로 튜립 사재기를 유도했는데, 이때 튜립 뿌리 하나가 몇 천만 원을 호가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꽃 뿌리 하나가 몇 천만 원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반문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당시에는 튜립 뿌리 하나 잘 고르면 백만장자가 된다고 믿었던 시절이다. 얼마 전 투기꾼들이 석유사재기 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문제는 돈 많은 사람들은 이미 목돈 챙기고 빠진 다음 돈 없는 사람들이 튜립 값을 서로 주고받으며 돈을 쏟아 부었다가 쫄딱 망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보고 ‘행동감염’이라고 한다. 즉 남들이 몰라가는 곳엔 뭔가 좋은 것이 있다는 경험적 사실을 갖고 자신도 함께 그곳으로 뛰어간다는 것이다.

증시에서 자주 나오는 말, ‘남들이 살 때 팔고, 남들이 팔 때 사라’. 하지만 우리들은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남들이 살 때 같이 사고, 남들이 팔 때 같이 팔면서 손해 본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인간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현상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이것 말고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혹시 내가 왜? 라는 궁금증이 있으면 이 책을 한번 보라. 자신의 돈 씀씀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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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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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거의 7~8년 동안 책을 안 봤던 내가 다시 독서를 시작할 때다. 당시 책을 보게 된 이유는 직장이 불안해져 퇴직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또 20대, 30대에 그토록 열심히 책을 봤건만 마음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독서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싶었고.

당시 나는 회사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그때 운 좋게 찾은 것이 ‘장정일의 독서일기’다. 저자가 책에서 얻은 지식을 특정주제에 따라 정리한 책으로 6권까지 나온 책 중에서 두 권을 봤다.

그리고 7년이 지난 며칠 전, 다시 장정일의 책을 봤다.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는 저자의 생각이나 다른 책의 요약내용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봤지만, 지금은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장정일식의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는 점이다. 저자의 글쓰기 패턴을 살펴보면 거기에 직장인들의 독서경영방법과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시각을 정립하는 남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책의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전개시키는 나름대로의 사고패턴이 있다. 그의 글 쓰는 방법과 순서는 이렇다.

우선, 저자가 글 쓰는 이유가 먼저 나온다.

저자 자신이 “공부 가운데 최상의 공부는 무지를 참을 수 없는 [자발적인 욕구][앎의 필요를 느껴서] 하는 공부다.”라고 말한 것처럼 글 첫마디에는 이 주제를 왜 선택했는지, 그 주제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를 간략히 설명한다. 어떤 때는 자신의 경험을, 어떤 때는 책이나 신문에서 본 짤막한 기사를 갖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글을 쓰거나 강의안을 만들 때 세 가지를 먼저 결정하라고 한다. 첫째, 내가 이 글을 왜 쓰는가, 둘째, 서두를 어떻게 꺼낼 것인가, 셋째, 결론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이다. 특히 서두는 독자가 글을 더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부분이기에 무척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완성되면 중간부분은 결론에 맞춰 적합한 소재(글감)만 결정하면 된다. 본문은 결론의 증명부분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본 내용을 이끌 핵심도서 한 권을 설명한다.

물론 책을 요약하는 것은 아니고, 책의 핵심주제를 서두의 문제의식과 연과지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핵심도서의 저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 그 저자가 쓴 저서 몇 권을 갖고 그의 취향이나, 세상관 등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형식이다. 이는 독자에게 해당 저자를 알게 함과 동시에 장정일 자신의 독서 내공을 강하게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 장정일은 이런 책도 읽었어!’ 하는 느낌이다. 당신도 앞으로 글을 쓸 때 이런 방식을 사용해 보라. 다음에 전개될 글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세 번째, 이제 본론으로 넘어간다.

우선 두 번째인 서론에서 언급한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부분의 특징은 해당 도서의 내용을 자주 인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엔 장정일 자신의 생각보다는 해당도서 저자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고 쓰는 것 같다. 자신의 말로 말이다. 하지만 내용자체가 부드럽게 넘어가기에 읽는데 재미를 느낀다. 아마도 이 부분이 글쓰기 솜씨인 것 같다. 자신의 주장과 인용문을 절묘하게 연결시키는 기술 말이다. 따라서 장정일과 같은 글쓰기를 하려면 이 부분을 많이 연습해야 한다. 내 생각과 남의 생각을 연결시키는 부분이다.

네 번째, 갑자기 다른 책 또는 주제로 넘어간다.

이 때 다루는 책은 전체 주제와 연관성이 있기는 하지만, 별 상관없는 책도 있다. 그러다보니 처음엔 당황하기도 한다.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를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주로 보는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독서일기>를 읽는 이유 중의 하나가 어떤 논리를 알자는 것보다 다양한 책의 내용을 섭렵하자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주제의 혼합은 내용에 다채로움을 심어주고, 독자에게 잠깐 쉬어간다는 느낌을 줌과 동시에 저자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다. 책의 핵심내용과 연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별 상관없는 말,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결론으로 넘어가는 이런 내용들은 내용 전체를 살아있게 만든다. 따라서 글을 재미있게 쓰려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이 있는데, 미치 앨봄의 쓴 책이다. 전체 내용은 시간에 따라 진행하면서, 각 절마다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 간지처럼 붙어있다. 그것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이 글이 왜 여기에 들어갔지 하는...) 책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두개의 영화를 한꺼번에 보는 느낌이랄까. 구본형도 자신의 자서전에서 이런 방식을 썼던 것 같다.

다섯 번째, 다시 처음 책으로 들어온다.

이때부터는 맨 앞에서 언급한 핵심도서의 내용을 다시 집중적으로 인용하면서 서두에서 언급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부분을 읽어보면 장정일 개인 의견인지, 아니면 핵심도서 저자의 생각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 따라서 저자를 비판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흠잡을 거리를 주는 부분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말은 자기 생각처럼, 불리한 말은 남의 말을 인용하여 면피하려고 한다는 평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점이 ‘독서일기’ 와 같은 책이 가진 본질적인 한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중요한 것은 저자 생각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전달하는가의 문제이지, 튀는 문장만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내세운 글만이 최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섯 번째, 마침내 결론에 도달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가끔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데, 꼬리 빠진 참새 같다고 할까, 서론과 본론에 비해 결론은 무척 간단하게 끝난다. 아마 저자 스스로가 독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어서 그런 것 같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서 다르고 있는 공부의 내용은 그야말로 하나의 시안에 불과하고,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공부란 내가 조금 하고 그 다음에는 당신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이 책을 읽어줄 젊은 독자들이, 내가 이 책에서 다룬 주제와 내용을 보고 나서 여기서부터는 내가 더 해 봐야지‘하고 발심할 뿐이다.”어쩌면 이런 생각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온라인서점에 등재된 책 평가를 확인해 봤다. 재미있는 것은 평가점수가 무척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100점 만점도 부족해서 교리서처럼 책을 찬양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좌파에 마스터베이션하는 책을 왜 돈 주고 사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아마 저자의 시각이 피부미용사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겉으로 봐서는 매끈한 피부를 가진 것 같은 여성, 그러나 피부측정기를 대고 그곳을 보면 울퉁불퉁한 달 표면 같다. 게다가 땀구멍에 피질이 쌓여있고, 이것이 털에 붙어 고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언뜻 봐서는 별 문제없는 사회, 그러나 그곳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순간, 우리 눈앞에 평소 알지 못한 수많은 문제가 펼쳐진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저자의 글은 바로 이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의 글을 보며 좌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보수, 진보와 같은 평이 나오는 것 같다.

장정일의 글쓰기는 말로 표현하면 간단하다(물론 직접 쓰는 것이 쉽지 않지만). 책을 보다 궁금하거나 좀 더 알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책을 몇 권보고 책들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뽑아 정리한다. 공통점은 공통점대로, 차이점은 차이점대로 정리한 다음,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것이다. 가끔 자신이 본 책 내용을 인용하면서.

그러나 장정일처럼 글을 써 보라면 많은 사람들이 주춤거릴 것 같다. 알고 보면 간단한 구조의 글인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가 글 솜씨 자체와는 관계없는 다른 곳에 있다고 본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우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두려워 그것을 증거 할 다른 사람의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뭔가 생각이 있어도 그 말에 적합한 인용 문구를 찾지 못하면 글쓰기 자체를 포기한다. 안타깝지 않은가. 자신의 좋은 생각을 인용문구 하나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이.

나는 인용이란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지 반드시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도리어 요즘엔 ‘인용을 중심으로 한 책’과 ‘자신의 생각만으로 저술한 책’이 분명히 구분되는 것 같다. 과거처럼 인용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책도 있다는 의미다. 

‘인용을 중심으로 한 책’은 다른 책의 내용을 증거자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이어 책을 만든 것이다. 예를 들면 강만준의 글, 공병호의 10년 후 한국, 그리고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 같은 책이다. 그러나 인용을 중시하지 않는 책은 자신의 생각을 느낌 그대로 정리한 책이다. 얼마 전에 히트한 <이기는 습관>도 바로 그런 종류의 책 아닌가. 인용을 중심으로 한 책은 지적인 맛을, 자기 경험과 이해를 중심으로 한 책은 감성을 건드리는 맛으로 보면 된다. 게다가 인용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그렇게 이해했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건가! (물론 특정 저자가 자기 책에서 A라고 한 것은 B라고 쓰면 안 되겠지만)

두 번째는 책과 책 사이의 연관관계를 잘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책의 세부내용에 치중하다보니 숲 모양보다 나무만 봐서 그런 것 같다. 대부분의 책은 구성 자체가 저자의 주장과 그것의 증거자료로 되어 있다. 책 분량이 몇 백 페이지가 되어도, 저자의 주장은 A4용지 한 장정도면 충분히 정리할 수 있고, 나머지는 모두 증거자료와 세부설명이다. 근데 세부내용은 동일한 주장의 책이라도 모두 다르다.(이 부분이 같으면 완전히 복사본이다) 그렇기에 세부내용에 초점을 맞추면 책과 책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다. 책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저자가 말하고자 한 핵심주제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책과 책 간의 연관성을 찾아 이를 서로 연결시킨 책으로 책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배가시키는 좋은 사례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닌 셋도 되고 넷도 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이런 것이 낫 설고 어려운 이유는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이 학생들의 머리(찻잔)에 선생, 교수가 물을 따라주는 주입식방식이기에 그런 것 같다.

독서를 통해 무엇인가 배우고, 자신만의 시각을 확립하려면 책만 읽어서는 안 된다. 책에 들어있는 정보들을 연결해 자신만의 논리로 다시 짜 맞춰야 한다. 즉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사례가 바로 장정일의 독서일기다. 

다만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은 하나의 주제를 정해 독서일기를 쓴다고 해서 그 주제로 검색된 책만 보라는 의미는 아니다. 도리어 평소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내용이나 문구가 나오면 그걸 정리하는 것이 더욱 좋다. 이것이 더욱 설득력 있고, 더 다양한 시각을 우리에게 보장해 준다. 이제는 통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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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미공개 강의노트
윌리엄 A. 코헨 지음, 김명철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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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피터 드러커가 직접 쓴 책이 아니고, 피터 드러커의 제자인 윌리엄 코헨이 쓴 책이다. 자신을 가르쳐준 존경스러운 교수의 강의내용을 정리한 다음, 자신의 실천내용까지 함께 더한 책이다. 그래서인지 기존에 봤던 피터 드러커의 책보다 무척 부드럽고 재미있다. 마치 내가 강의실에 들어가 피터 드러커의 말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또 저자 역시 이 책을 쓴 이유가 피터 드러커의 강의를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의 강의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 책을 보면 몇 가지 피터 드러커가 평소 생각해 왔던 내용들을 찾아 볼 수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그의 의식이다. 그는 여러 책에서 전문가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지만 이것을 강조하다보면 전체적인 밸런스를 놓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생각은 경영은 경영상의 문제를 다루는 업무지, 개발, 재무, 인사의 한 부분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즉 경영자는 종합적인 지식과 식견이 있을 때만이 이들을 한꺼번에 파악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다.

책 내용 모두 많은 도움을 주는 내용이지만 그 중에서도 몇 가지 내용이 강하게 인식되었다. 아마도 현재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라 그런 것 같다.

우선 그가 말한 성공과 자신감의 단계다. 저자 역시 이 부분에서는 자신감이란 성공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과연 무엇이 먼저냐는 질문을 한다. 즉 성공하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인지, 자신을 갖게 되면 성공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아마 이에 대한 해답을 누구도 하지 못할 것 같다. 이는 보는 사람에 따라, 자신의 경험에 따라 다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린다. 즉 자신이 잘하는 부분에서 조그마한 성공을 쌓다 보면 서서히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이는 나중에 큰 성공을 개인을 이끌게 된다는 것이다. 무척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또 하나는 유능한 경영자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날 피터 드러커가 사례를 적은 유인물을 수업 시간에 갖고 들어와 이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대화를 유도했다. 그 사례에 담긴 내용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과 일반적인 경영자, 하지만 다방면에 경험을 가진 사람 중에서 누가 더 적합한 경영자인가 하는 문제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경영자로써 더 적합하다고 대답했지만 피터 드러커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경험과 폭 넓은 시각도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피터 드러커의 제너럴리스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 같다. 그는 유능한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술적 리더가 아닌 전략적 리더가 되어야하는데, 전략적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분야와는 상관없는 또 다른 전문분야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시각의 다양화를 얻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피터 드러커가 그렇듯이 말이다.

특히 이 부분에서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전략적 리더와 전술적 리더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전술적 리더란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고, 하위계급 직원들의 관리를 주 업무로 하는 사람이지만, 전략적 리더가 되는 순간, 업무는 비전문분야에 대한 이해와 수평적인 사람들 간의 관계로 변한다고 한다. 즉 동일한 직급 임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외부 업체, 관공서 대표, 때에 따라서는 외국기업과의 협의도 필요하고, 경쟁사 경영자와의 대화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고방식과 폭 넓은 식견이다. 이 내용을 보는 순간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다른 하나는 드러커 자신의 자기계발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외지에서 이민 온 사람이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평생 노력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피터 드러커가 자신의 삶과 자기계발에 대해 별도로 언급한 것은 없지만 저자는 그의 삶을 돌아보며 몇 가지 주제를 찾아냈다.

즉 핵심적인 자기계발 수단으로 읽고, 쓰고, 듣고, 가르치는 일이다. 실제 피터 드러커는 대단한 독서광이면서 열심히 책을 쓴다. 자신의 머릿속에 다양한 지식을 집어넣고는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강의로 다시 설명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재정립한다. 물론 이 내용 모두가 행동보다는 사고에 대한 분야이지만, 이를 비즈니스나 경영이란 단어로 바꿔 이해해도 크게 무리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자기계발 원칙은 ‘준비하라’ ‘자신의 신념에 충실 하라’ ‘변화가 생기면 즉각 조치를 취하라’ ‘융통성을 발휘하라’ ‘확고한 목표를 세우되, 필요한 경우 전략을 수정하라’ ‘위험부담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저자가 본 피터 드러커는 거의 완벽한 스승의 모습이다. 겸손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면서도 자신의 독특한 논리를 잃어버리지 않는 교수의 모습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런 피터 드러커의 모습을 무척 존경한다. 나 역시 이런 삶을 살고 싶은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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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반전 - 치명적 약점에서 벗어나 인생을 반전시킬 10가지 성공의 심리학
플립 플리펜 지음, 신준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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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살아온 인생을 몇 개로 나눠보면 첫 번째는 형편없는 자아개념을 갖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어린 시절(고등학교까지 포함), 두 번째는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힘차게 세상을 살아가던 시절(대학생시절부터 내 나이 30대 후반까지), 그리고 세 번째는 새로운 모습을 향해 변화를 시작한 시절(40중반부터 현재)이다.

국민학교 4학년 때, 전학 간 학교에서 반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아 항상 외톨이였다. 왜?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그들에게 따돌림 받지 않으려고 가방 들어주고, 맛있는 것을 사주면서 놀아달라고 애원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당시의 상황이 나에게 무척 큰 영향을 줬다. 그리고 머리가 커진 고등학생 시절, 나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싫어 혼자만의 세상으로 들어갔다. ‘딴따라’ 짓이다. 학교파하기가 무섭게 담배하나 물고, 소주 한 병 허리에 차고, 기타 하나들고서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음악을 좋아한 것이 뭐가 문제겠냐만서도 이때 나는 음악가가 되고자 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도망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눈물이 글썽거린다. 무척 외로웠다.

그러나 이런 나에게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종교단체에서의 봉사활동이었다. 세상에서 도망가려고 배운 기타솜씨가 나를 남들 앞에 세워줬다. 음악을 통해 신의 사랑을 전파하고,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숨겨진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것이 내 임무였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나도 세상에서 할 일이 있고,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을 치유하기보다 내 자신을 치유한 것이다.

그리고 군대생활을 통해 내가 정리를 잘한다는 것을 알았고(포상휴가만 3번 갔다), 복학, 전공을 바꿔 대학교 재입학, 대학원 공부할 때까지 성적은 수직선으로 올라갔다. 물론 학점이 다는 아니지만 말이다. (대학 1학년 학점은 3.1에서 대학원 졸업 시 평균학점은 4.1이다). 종교단체 시절의 경험이 너무나 강렬해 당시엔 모든지 하면 된다는 확신에 불탔고, 그 힘으로 30대 후반까지 살았다.

지금도 과거를 생각하면 아찔한 게 있는데, 만약 봉사활동의 경험 없었다면, 그래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지 못했다면, 귀가 안 들리게 되었을 때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마도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신을 저주하면서 말이다.

지난 날, 좀비 같았던 나를 바꿔준 동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성공에 대한 경험과 그런 경험을 만들어 준 재능, 그리고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주변 여건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간의 자신감은 생각만 한다고 해서, 구호만 외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건 도리어 망상만 키울 뿐이다. 어린 시절의 내 모습처럼 말이다. 자신감에는 성공이란 경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나이 50이 된 요즘, 강점과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바로 약점이다. 어릴 때부터 나를 괴롭혔던 약점, 특히 세상을 두려워하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모습,은 강점에 가려 잘 안 보이지만, 아직도 순간순간 내 강점의 가치를 반감시키고, 심할 경우에는 대인관계에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뭔가를 찾고,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관심 있는 주제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몰입한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심해져서 급히 처리할 일 조차 미뤄버린다면 그건 이기주의자가 된다. 남의 사정은 생각지 않고 자기 할 일만하는 사람처럼 얄미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몰입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것이 환영받는 상황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상황이 있다. 따라서 자신의 재능이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그 안에 내재된 약점을 제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재능이고, 강점이기만 한 것은 없다.

<위대한 반전>은 약점에 대한 몇 권 안 되는 책 중의 하나다.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알게 된다. 부모간의 관계가, 저자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그의 자아의식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고, 그로 인해 저자는 오랜 세월 세상을 두려워하며 살았다. 그러나 어느 날 저자는 약점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음을 깨달았고, 그 후 자신을 치료하면서 그 경험을 살려 ‘약점해결사’가 되었다. 모두가 강점을 주장하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자리를 찾은 것이다.

그는 원숭이의 예를 통해 약점을 고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재미있게 전달한다. 호리병에 든 사탕을 꺼내려고 손을 집어넣은 원숭이가 있는데, 사탕을 한 아름 쥐고 손을 빼려니 손이 나오지 않는다. 사탕을 버려야만 손을 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원숭이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결론은 호리병에서 손을 못 빼 쩔쩔매는 동안 사람들에게 잡이고 만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약점을 좀처럼 놓으려 하지 않는다. 원숭이처럼 사람들은 약점을 고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자유를 희생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며 무력해지거나 꼼짝달싹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저자에 따르면 약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대수롭지 않은 약점으로, 부끄럼을 탄다거나, 남 앞에서 말을 조금 더듬는다거나, 아니면 겁이 많다는 것 등이다. 심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왠만하면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다.

두 번째는 문제가 되긴 하지만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약점으로, 생각은 많지만 정리를 잘 못한다거나, 숫자계산에 약하다거나, 말을 잘못하는 것 등이다. 이런 경우에는 약점을 보완해 줄 파트너를 찾으면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런 유형이다.

세 번째는, 이것이 심각한 것인데 세상과 사람에 대한 가치와 태도문제로, 자신만을 극도로 생각하거나, 남의 잘못된 점만 찾으려 하거나, 사람을 우습게보거나, 어떤 일이 닥치면 우선 도망부터 가는 것 등이다. 이는 당사자 자신의 인생에 악영향을 주며 그의 앞길을 가로막기도 한다. 그런 약점의 특징 하나는 자신의 강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도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나는 내 강점을 찾는 과정에서 약점을 적나라하게 기술한 자료 하나를 봤다. 아래 내용은 그 자료의 일부다.

나의 강점은 객관적인 관찰력과 분석력, 핵심원리를 파고드는 집중력,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식견,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전략,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절제다. 그러다보니 내가 싫어하는 것은 비논리적인 것,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감정에 좌우되는 것’이었다.

반면 나의 약점은 탐욕과 인색함, 편협한 시각과 냉소적인 태도, 지적인 교만과 오만, 행동력 부족과 가상현실로의 도피, 교류를 피하는 고립적 태도이며, 내가 가진 두려움은 ‘무능해질까봐’, ‘원리도 모른 채 아는 척 하다가 들통 날까하는 것이었다.

이 내용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내 약점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 강점과 깊이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지식을 원하며, 특정분야를 파고들고, 절제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람이면, 지식에 자만심을 갖고, 지적으로 편향되었으며, 남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할 확률도 높다. 또 뭔가를 탐구하는 성격이면 남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할 것이고, 행동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즉 고립적인 태도를 가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약점은 강점의 어두운 그림자이기에 강점이 강해지면, 강점을 잘못 다루면 함께 강해진다는 점이고, 이것이 일정수준을 넘으면 그때부터 나와 상대방의 숨통을 조이는 옥쇄처럼 변한다는 것이다. 바로 저자가 말한 세 번째의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저자는 삶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 열 가지를 이야기한다. 

‘방탄조끼형’ 고집이 무척 세며, 주변에서 반대하더라도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인다.

‘타조형’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겁이 많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한다.

‘마시멜로형’ 인간관계를 너무 중시하다보니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

‘비판형’ 남의 실수를 잘 기억하며, 문제점 지적을 삶의 목적처럼 생각한다.

‘좀비형’ 열의나 의욕이 없고, 비전 같은 것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불도저형’ 지나치게 주변 사람을 지배하려는 성격으로 멈출 줄을 모른다.

‘거북이형’ 변화를 거부하며 현재의 상태를 어떻게든지 유지하려 한다.

‘화산형’ 공격적이며 참을성이 없어 화를 무척 잘 낸다.

‘충동형’ 자신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한다.

자! 위의 약점 중에서 당신에게 해당되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마도 ‘아! 내 약점이 저거구나’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나를 포함해서). 위에 나온 열 가지의 약점은 개인성격(또는 강점)에 내재된 것들이라 당사자에게는 무척 자연스러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더욱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남을 심하게 비판하는 사람에게 그것이 당신의 약점이라고 말해봐라. 아마도 그는 “저는 비판하는 게 아니라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문제 생길 게 뻔한 데 지금 고쳐야죠. 그걸 알려준 저에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예전에 내가 이랬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럼 ‘방탄조끼형’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면 그 역시 “내 생각은 오랜 경험을 통해 얻어낸 거예요. 저를 설득시키려면 증거를 대세요. 그저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이것도 내 모습이었다)”라고 답할 것이다.

비록 지금은 웃으면서 약점을 이야기하지만 나도 이를 깨닫고 고치고자 마음먹게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것들을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내 생각에)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사람에게 한 마디 한 게 무슨 잘못이고, 내가 힘들게 얻을 것을 남에게 공짜로 주기 싫다는 게 무슨 문제인가. 게다가 할 일도 많아 죽겠는데 쓸데없는 이야기나 하러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당신은 이해되는가? 그렇다면 나보다 훨씬 성숙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잘못된 생각이고, 내 강점을 갈아먹는 벌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로 인해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못 받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모습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할까? 움츠렸던 스프링이 뛰어나가는 것 같다고 할까. 뭐 그런 느낌이었다. 약점 때문에 자신이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인간관계 자체를 손상시키고 만다면 너무 억울한 일 아니겠는가. 그것도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말이다.

이 책은 오랜 시간동안 ‘약점’과 함께 살아온 저자의 경험담이자, 저자와 함께 약점을 고친 많은 사람들의 임상 치험례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이 무척 구체적이고, 누가 봐도 약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실감할 수 있다. 약점 있는 사람의 행동, 그런 행동의 결과, 약점을 찾기 위한 체크리스트, 약점제거방법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약점이 있다. 그리고 그 약점은 때때로 자신의 성장을 가로막기도 한다. 문제는 약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스스로 깨닫고 이를 고치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비록 300페이지 정도의 책에 불과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 책을 통해 약점을 고칠 수만 있다면, 당신은 책 한권을 읽은 것이 아니라, 성공으로 나갈 수 있는 소중한 열쇠를 얻은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골프레슨코치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우리에게 전한다. 약점을 고치려면 이렇게 하라는 것이다.

“플립(저자 이름), 모든 것을 단 한 번에 교정할 수는 없어요.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어요. 당신이 명심해야 할 것은 어떤 변화가 가장 커다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당신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에 우선적으로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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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암시 - 인생을 변화시키는 긍정적 상상
에밀 쿠에 지음, 김수빈.최준서 옮김 / 하늘아래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에밀 쿠에는 100년 전 사람으로 프로이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놀라웠던 것은 백년 전 사람이 1990년에 들어와 사람들의 강한 이목을 받고 있는 갓과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저자의 이야기를 보며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시스템적인 사고가 세상을 물들이는 상황에서 갑자기 개인의 내면적인 문제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이 책의 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의지는 상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널빤지 위를 걷는 이야기를 한다. 땅바닥에 놓고 걸으라고 할 때는 충분히 걸을 수 있는 널빤지를 고층건물 사이에 놓고 걸으라고 했을 때 과연 몇 명이 건너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다. 이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발목이 묶인 채로 자란 코끼리는 커서도 그 자리를 맴돈다는 이야기와 유사한 것 같다. 그는 이것은 널빤지 자체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상상문제라고 한다. 즉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나는 걸을 수 없다’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성으로 걸을 수 있다고 해도 밑으로 떨어지는 상상을 이길 장수는 없다는 말이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이런 상황을 많이 본다. 아니 나만 봐도 이런 경우를 자주 겪는다. 이성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왠지 두렵고, 겁나는 일이 있다.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르는 채 말이다. 아마도 인간의 갖고 있는 본질적인 감정의 하나인 두려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이런 경우에는 절대로 의지와 상상을 싸움붙이지 말라고 한다. 의지와 상상이 싸우면 언제나 상상이 이기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이 무의식의 힘인가 보다.

또 하나는 그렇기에 스스로 자기암시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무의식속에 심어놓으라는 말이다. 그가 주장하는, 가장 좋은 암시는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란 말이다. 요즘 자기계발서에서 자주 보는 말이다. 나는, 날마다(가끔이 아닌). 모든 면에서(특정의 한두 가지가 아닌), 점점(급작스럽거나 완전히 가 아닌), 더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읽으면서 무척 좋은 느낌을 받았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고, 진짜 내 자신이 점점 더 나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 저자의 방식대로 해서 많은 효과를 본 사례가 나온다. 심한 질환이 나은 경우도 있고, 불안감과 두려움에서 해방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특징은 다른 병원에서 여러 의사들의 진찰을 받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들이 저자에게 보내는 찬사는 대단하다. 한 인간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킨 것이다.

최근 나온 자기계발서 중에서 시크릿, 꿈꾸는 다락방이란 책과 같은 류가 있는데 그 책들도 아마 이 책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상하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무의식에서 상상하는 그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무의식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각인시키라는 말이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이 자신을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이 책과 최근에 나온 책이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책은 인간 내면의 의식과 무의식을 다루는 반면, 그들은 인간을 떠나 우주의 기와 같은 내용까지 다룬다는 것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런 책들이 모두 자신의 주장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요즘 책처럼 내용이 풍부하거나 책 구성이 현란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다 담고 있는 책이다. 사실 우리가 책을 보면서 원하는 것은 많은 것보다는 알찬 것 한두 가지를 얻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 책은 무척 알찬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내용, 의지와 상상을 싸우게 하지 마라. 상상하는대로 이뤄진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이 문장을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놔야겠다. 그리고 매일 밤 자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서 몇 번씩 되풀이해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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