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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경제학을 만나다
야마모토 미토시 지음, 이서연 옮김 / 토네이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무척 합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이다. 오랜 시간을 계산하고 따지며 결정해 놓고도 한 순간 그 결정을 바꿔버린다. 이유는? 물건 파는 사람이 좋아서이기도 하고, 그날 기분이 유쾌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괜히 질러보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순간의 만족이니까.
이 책의 주제는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결정한 일의 많은 부분이 실제로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물건이나 화폐의 가치를 항상 동일하게 봐야 하는데, 실상은 일정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일날 어린 자식이 저금통을 털어 오천 원을 아빠에게 선물로 줬다. 그것을 가지고 아빠가 갖고 싶은 것 사라는 것이다. 근데 그 날 공교롭게도 담배 두 값을 사고 남은 거스름돈 오천 원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우체부가 소포를 갖고 왔다. 우체부는 택배비가 후불이기에 오천원을 달라고 한다. 어떤 돈을 줄 것인가? 너무나도 당연히 담배사고 남은 오천 원을 줄 것 같다. 화폐가치로는 동일한 오천 원이지만 감정적으로는 동일하지 않은 오천 원이다. 즉 화폐가치는 같지만, 돈에 대한 감정과 애착은 다른 것이다.
나는 지금 이런 현상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동일한 돈의 가치를 동일하게 보지 않는 인간의 능력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오류를 범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할 뿐이다. 저자의 말을 빌어서.
이 책에는 우리가 평소 잘못 생각하는 여러 가지 사례가 나온다. 물건 값을 더 주고 산 후 사람의 심정변화와 투기에 몰릴 수밖에 없는 인간심리, 그리고 사기 당하는 사람 마음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표현했다.
책 내용 중에 ‘왜 1등 복권은 명당에서만 나올까?’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이 글은 1등 복권이 나오는 명당이 진짜 있는가하는 의문점에서 출발한 내용이다. 하지만 따져보지 않더라도 1등이 자주 나오는 명당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모든 것은 복권을 관리하는 회사의 중앙컴퓨터에서 추첨이 이뤄지고 그 결과를 판매소에서 확인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명당이라는 곳을 찾아 그곳에서 복권을 사려한다.
왜 그럴까? 저자는 이런 심리를 인간의 후회회피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즉 나중에 일이 잘못되었어도 스스로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1등 복권이 나올 확률이 높은 곳에서 복권을 샀으니 떨어지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갖기 위해 명당이라는 곳을 찾게 된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 물건 하나를 살 때마다 여러 곳을 뒤지고 따져보는 사람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내가 뭔가를 잘못 결정했다손 치더라도 ‘나는 최선을 다했어.’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 재미있는 비밀이 하나 숨어있는데, 그것은 1등 복권이 자주 나오는 명당이란 그만큼 꽝 맞은 사람도 많다는 의미다. 모든 것이 공평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복권이 많이 팔리면 그만큼 그곳에서 1등 복권이 나올 확률도 높지 않겠는가!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는, 물론 실제 상황에서는 전혀 재미있지 않은 예지만, 네덜란드의 튜립 투기사건이다. 이는 너무나도 유명해서 경영학에도 나온다. 이야기는 과거 경제부흥을 일으키던 네덜란드가 수입을 올리는 방안으로 튜립 사재기를 유도했는데, 이때 튜립 뿌리 하나가 몇 천만 원을 호가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꽃 뿌리 하나가 몇 천만 원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반문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당시에는 튜립 뿌리 하나 잘 고르면 백만장자가 된다고 믿었던 시절이다. 얼마 전 투기꾼들이 석유사재기 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문제는 돈 많은 사람들은 이미 목돈 챙기고 빠진 다음 돈 없는 사람들이 튜립 값을 서로 주고받으며 돈을 쏟아 부었다가 쫄딱 망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보고 ‘행동감염’이라고 한다. 즉 남들이 몰라가는 곳엔 뭔가 좋은 것이 있다는 경험적 사실을 갖고 자신도 함께 그곳으로 뛰어간다는 것이다.
증시에서 자주 나오는 말, ‘남들이 살 때 팔고, 남들이 팔 때 사라’. 하지만 우리들은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남들이 살 때 같이 사고, 남들이 팔 때 같이 팔면서 손해 본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인간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현상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이것 말고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혹시 내가 왜? 라는 궁금증이 있으면 이 책을 한번 보라. 자신의 돈 씀씀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