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억은 왜 그토록 불안정할까 과학과 사회 3
프란시스 위스타슈 지음, 이효숙 옮김 / 알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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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책의 두께와 이해도는 다르다는 점이다. 분량이 얼마 안 되어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평소 뇌와 기억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생소한 단어가 많다보니 잘 이해가 안 되었고, 그러다보니 봤던 곳을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 지루하지는 않았다. 내용도 무척 알차고 책을 보면서 뭔가 두둑한 지식을 얻는 것 같은 풍만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억. 우리는 평소 우리 머리 어딘가에 기억을 저장하는 하드웨어가 들어있어 그곳을 잘 관리만하면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컴퓨터의 하드용량이 크면 많은 자료를 편하게 저장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기억은 컴퓨터가 갖고 있는 데이터와는 다르다고 한다. 즉 당시에 발생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지 않고 우리의 관심과 주변 환경, 기타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재해석되어 저장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은 예전에 읽었던 <우리기억은 진짜 기억일까?>에서도 언뜻 들은 것 같다. 이 책의 내용 중의 하나는 성추행을 당한 사람의 고백에 대한 내용인데, 그녀가 법정에서 말한 내용은 실제 당한 사실과는 거리 있는 그녀가 사건 당일부터 재판 날까지 자신의 마음속에서 새롭게 만든 또 다른 이야기로 자신의 가치나 목적에 의해 재편집된 하나의 영화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이 책 <우리의 기억은 왜 그토록 불안정할까>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뇌와 기억과의 관계를 연구한 자료이다. 그러나 연구논문처럼 딱딱하지는 않아, 물론 책에 나오는 단어들이 조금 생소하기는 하지만, 기억과 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책 내용 중에 흥미로운 부분이 여러 군데 있지만 그 중에서 일화적 기억과 의미적 기업에 대한 부분은 무척 흥미롭다. 저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은 자신은 어제, 또는 과거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못하지만 어떤 의미를 내포한 단어나 말의 뜻은 분명히 기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마하면 원형극장이 생각하고, 구름 한점 없는 하늘하면 가을과 고추잠자리가 연상되는 그런 종류의 기억이다. 저자는 지난날의 기억을 상실한 사람이 어떻게 의미를 담고 있는 기억은 간직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이는 각각의 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뇌 부분과 관련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의미적 기억을 간직했다고 해서 환자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일화적 기억이란 바로 과거부터 미래까지 펼쳐진 시간 속에서 환자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설명하는 기억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에서 기억상실증 환자를 자주 본다. 그들은 일상생활에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일상과 거의 유사하게 생활한다. 그러나 그들이 가장 괴로운 것은 바로 “내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일화적 기억이 없는 사람은 자신을 잃어버린 것과 진배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 하나는 서술적 기억과 절차적 기억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절차적 기억은 기억상실증에 걸려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절차적 기억이란 일종의 습관이나 전문적인 기술 같은 것으로, 예를 들면 운동실력, 운전능력, 스케이트 타기와 같이 평소 꾸준한 연습과 반복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힌 지식과 경험들이다. 이러한 기억들은 의식적인 절차 없이 바로 활용이 가능하기에 전문가들은 암묵적 기억이라고 한다. 어쨌든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과거 자신이 했던 일을 별 생각 없이 해 내는 것들이 바로 이런 현상이다.




저자는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예전보다 뇌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각각의 행동과 기억이 뇌의 어떤 부분에서 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줬다고 한다. 이 말은 뇌의 개별부분에 대한 이상여부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환자의 증상여부와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지가 과거보다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인간의 기억상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와 같은 연구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 자체를 규정짓는 기억문제가 어디까지 규명되었는지 알게 된다. ‘이렇게 하면 된다’는 식의 결론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도달한 기억력에 대한 지식수준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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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샌드위치 주식회사를 차리다 - 스무 살 새내기들의 좌충우돌 주식회사 경영
가메카와 마사토 지음, 김정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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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관심이 높을 뿐이지 실제 하겠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시장이 침체된 데다가 환율문제 때문에 원료가격이 상당히 높아져 가격경쟁력이 많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창업, 창업 부르짖어도 막상 하려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또 이 분야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정부에서 아무리 창업지원을 한다고 해도 “나 하겠소”하고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다. 창업을 하겠다고 창업대학원에 들어온 사람 자체가 창업을 무서워하니 할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런 상황은 나이든, 직장생활하다 정년퇴직한 사람들에게 초점에 두었을 때의 상황이고, 눈을 돌려 젊은이들을 바라보면 반드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이들이 가진 패기와 실험정신을 잘만 살려줄 수 있으면 나이든 사람들은 할 수 없는 매우 독특한 사업을 구상해 낼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젊음 덕분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해 보겠다는 의지와 실패했을 때 가장 적은 손실을 보고 철수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안전장치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역시 본질적인 문제는 몇 가지 있다. 우선 세상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창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또 창업을 했다손 치더라도 경영이 무엇인지, 마케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몰라 하지 않아도 되는 실수를 할 확률이 높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젊은이들에게 창업과 기업경영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책의 구성 자체가 전문적인 이론과 실제 스토리가 혼재되어 있어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느낄 수 있는 내용 흐름상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경영과 관련된 논리를 논리대로 따로 정리했으면 좋았을 것을 두 가지를 모두 이야기에 집어넣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다음에 이와 같은 책을 만들 기회가 있으면 그때는 이야기와 이론을 완전히 분리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지금 그렇게 되어 있지 않냐 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뜻 보면 그런 구조로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자입장에서 내용을 읽다보면 학생답지 않은 전문적인 용어가 이야기 내에서 불쑥 나오는 것이 거북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SWOT분석에 대한 설명과 도표는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서 나오는 것보다 이론적인 내용만을 별도로 모아 놓는 공간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서는 그들만의 단어로 그들 이야기만을 다루고.




두 번째는 책의 내용 자체다. 창업을 할 때 가장 크게 부딪치는 문제는 어떤 아이템을 갖고 창업할 것인가의 문제다. 기업경영과 조직의 문제는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생기는 문제이지 창업아이템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음 문제로 넘어가지 않는다. 이 말은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여러 가지 아이템 중에서 어떤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인지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그 내용도 주인공들이 직접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현재 이 책의 내용은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전문가적인 논리가 내용 속에 함께 섞여있어서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현실감이 조금....




하지만 책의 기획은 무척 좋고, 어쩌면 앞으로 이와 같은 책이 많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창업이라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가고 있고, 과거 퇴직자들의 전용물이었던 창업이라는 것이 대학생 수준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을 위한 알찬 내용의 책이 없는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말한 알찬 것이란 의미는 경영, 마케팅에 대한 전문서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각에서 그들이 저지를 수 있는 범위의 실수들을 그들의 입을 통해 그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체로 구성된 책을 말한다.




아무리 논리가 정연한 책이 책꽂이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면 뭐 하겠는가. 그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대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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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북스 2009-03-2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책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방누수 2009-03-2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 고맙습니다 좋은 책 많이 만들어주세요 ^^
 
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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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미국의 흑백상황.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먼 나라일이기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흑인에게는 세상에 태어난, 그것도 미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죄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시절일 것이다. 자신이 원해서 미국이란 땅으로 온 것도 아니고, 자신이 거주할 땅을 선택한 것도 아닌 사람들. 남들이 필요해서 강제로 고향을 뒤에 두고 망망대해를 건너온 사람들. 아무리 미국이 자유국가이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나라이지만 그들 역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봉건주의자니 왕권신봉자이니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 책을 보면 더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흑백문제를 알아내기 위해 몸소 흑인이 된 백인이 있었는데, 이 책은 바로 그 사람이 흑인으로 변장하여 지낸 몇 달의 삶을 기록한 일기장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도, 신분도, 직업도 바꾸지 않았고, 목소리도, 옷차림도 바꾸지 않았다. 왜? 만약 백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흑인이 천대받아야 하는 이유가 본래 무식하고, 놀기 좋아하고 정신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면 자신은 그런 수준이 아니니 당연히 그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은 피부 색깔 하나뿐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저자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백인들은 저자의 모습,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에게도 다른 흑인들과 똑같은 대우를 했다. 그가 무엇을 아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그가 가장 어려워했던 것은 소변을 보고, 물을 마시는 기본적인 행위였다. 거리마다 즐비한 상점과 음식점 중에서 흑인이 소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고, 물 마시는 곳은 더더군다나 없었다. 흑인은 돈이 있다손 치더라도 소다수 자체를 슈퍼에서 살 수 없다면 할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고 한다. 즉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인간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생리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설이 맞다면, 저자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는 흑인으로 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백인 남녀가 칼을 든 채 자신에게 다가오는 꿈을 꾸며 고통스러운 밤을 지내게 되었다. 하루하루의 삶이 자신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한 후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흑인이 못 사는 것은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고, 흑인이 매일 밤 술 마시고 노래하는 것은 삶을 유쾌하게 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밖에는 자신의 고통을 해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고, 이들이 무식한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도서관 앞에는 ‘흑인출입불가’라는 팻말이 붙어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안을 들어갈 흑인은 없다는 것이다. 누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책 한권 보기위해 도서관에 들어가겠는가.




남의 나라 이야기이지만 이 책이 마음에 와 닿는 이유는, 이것은 흑백의 문제이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치관, 이념의 충돌문제와 거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직장을 자주 옮기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가난한 사람들이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며, 공부를 못하는 가정의 자녀는 왜 부모와 같이 공부를 못하는가?




이 모든 것이 다른 시각으로 볼 때는 이들이 남들보다 게으르고, 탐욕스럽고, 욕심 많고, 이기적이기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주변상황, 주위여건, 그리고 그 여건에 무언으로 동조하는 우리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제 인종문제는 많이 사라졌다. 많은 나라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평등을 지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더 무서운 차별이 있는데, 과거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바로 부와 가난, 아는 자와 모르는 자간의 차별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와 같은 요상한 경제이론이, 또 능력 있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논리가 가진 자의 마음속에 못 가진 자에 대한 비정상적인 신화를 심어준다면 이는 1950년대의 미국상황보다 더 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은 차별의 극치를 만들어 낼 것이다.




경쟁은 좋다. 하지만 그 안에 내포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간의 두꺼운 경계선을 무너뜨리지 않은 채 출발점 자체에서 차별을 가한다면 이 책은 1950년대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상황을 기술한 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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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챔피언
제임스 캐플린 지음, 윤재원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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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예전만 해도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일로 특별한 상황에서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일이다. 자신이 아는 것을 남에게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뭔가 큰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주장함으로써 상대방을 설득하는 작업. 그러다보니 프레젠테이션이 필요할 때는 보고자를 고르는데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고, 행사(예전에는 프레젠테이션 자체를 행사로 생각했다)있기 일주일 전부터는 부서의 모든 사람이 모여 보고 자료를 작성하느라 밤샘하기 일쑤였다. 부서장은 당연히 옆에서 보고 자료를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독촉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러다보니 파워포인트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매우 우수한 사람으로 평가받았고, 다른 것 아무것도 할 줄 몰라도 이것 하나만 잘해도 회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제 파워포인트는 대학생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고용 범용소프트웨어가 되었고, 예쁘게 만드는 것도 온라인사이트를 뒤지면 별도로 디자인된 예쁜 템플릿이 넘치는 상황이 되었다. 파워포인트를 못 쓰면 기획일은 고사하고, ‘너 대학 나왔어?’ 하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제는 ‘예쁘게’가 아니라 알차게, 더 나아가 목적에 맞는 보고자료 작성법이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 내가 맨 처음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여 브리핑 자료를 만들어 폼 잡고 설명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파워포인트를 사용할 줄 몰라서 보고서 작성 자체를 부하 직원에게 의존하는 팀원, 부장급 직원도 있지만 말이다.




이 책 프레젠테이션 챔피언은 제목을 들었을 때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파워포인트자료를 만들고, 이를 가지고 설명을 했건만,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주변사람들의 불만이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분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내 딴에는 자세한 내용을 전달해야 실속 있는 자료라고 생각하여 열심히 보고자료를 만들고,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담아 보고했건만 그 고생도 모른 채 하품만 하는 임원들을 보면 어느 누가 짜증이 안 나겠는가?




하지만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상황을 굳굳하게 버텼다. 왜냐하면 아무리 설득을 위한 자료이지만 뭔가 결정을 요하는 자료라면 가능하면 자세하게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보고한 것들은 스티브 잡스처럼 신상품을 외부사람들에게 설득하고 만든 자료가 아니라 잘못하면 회사의 생돈이 그대로 날라 가 버릴지도 모를 사업계획서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첫머리를 보며 나도 모르게 뒤통수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왜냐고? 내가 그 동안 사서 고생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의 말, ‘연설과 프레젠테이션은 엄밀히 다른 것이니 따라서 프레젠테이션은 연설과는 달리 해야 하는 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프레젠테이션과 연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은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내가 바쁜 임원들, 클라이언트를 앞에 두고 연설을 했다니....




이 책은 저자 스스로 경험한 것들을 GOER라고 하는 네 가지의 접근방법을 사용하여 설명한다. 즉 프레젠테이션을 보다 적절히 준비하려면 Goal, Outline, Elaborate, Refine의 단계를 밝으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맨 처음에 있는 Goal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주 잊어먹는 내용이다.




자신이 프레젠테이션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보고하라는 말만 들으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자신의 장점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고, 반대로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가 많이 담겨져 있다. 특히 이 말,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한 사람들은 당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기 원한다,은 보고에 대한 부담을 많이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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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싸움 - 세상에서 나를 지켜주는 위로의 심리학
앨버트 엘리스 지음, 정경주 옮김 / 북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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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불안함을 마음 한 구석에 담고 산다. 세상이 안 좋으면, 내 주위여건이 어려우면 이때는 당연히 불안하고, 또 반대로 모든 것이 다 좋아도 불안감은 줄지 않는다. 단지 이때의 불안감은 세상이 모두 좋다가 갑자기 나빠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일 뿐이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불안감이 자신의 행복을 망친다고 생각하여 저 멀리 던져버리려고 하지만, 불안감은 오래 전부터 우리 몸속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온 것이라 쉽게 지워버리지 못한다. 오래 전 인류가 지구상에서 동물과 같이 살아갈 때 우리는 가진 것이 별로 없었다. 호랑이와 같은 강인함과 사슴과 같은 스피드도 코끼리와 같은 힘도 없었고, 하다못해 토끼처럼 잽싸게 도망칠 뒷발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절 우리를 생존하게 만든 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이었다. 이런 감정들이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험을 미리 알고 피하거나 대비함으로써 문제소지를 미리 봉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인간 몸 안에 자리 잡은 불안이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계속 되리라 본다. 불안이나 두려움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바로 이와 같은 감정이 위험을 회피하고 문제를 찾아 이를 해결하게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불안이 심해 정신적, 육체적인 문제를 일으킬 때이다. 예를 들면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워 심장이 마구 뛰고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다 내려오는 경우라든가, 이성 앞에만 서면 세상이 하얗게 변해 아무소리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지나쳐버리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이 정도면 삶 자체가 힘들어진다. 나도 어릴 때부터 이유 없는 불안을 자주 느꼈기 때문에 불안이 심한 것이 어떻게 사람을 괴롭히는지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자신도 어릴 적 두려움이 너무 심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 경험을 가진 심리학자가 자신의 상황을 고치겠다고 시작한 연구에서 발견된 것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 자신이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극도의 불안을 느꼈고, 여성 앞에서는 말 한마디 건너지 못해 오랜 시간동안 이성을 사귀지도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겪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이기고자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처음엔 물론 무척 힘들었지만 날이 갈수록 불안감이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엔 여성과 대화 때 두려움도 고쳤다고 한다.




저자는 불안을 야기 시키는 과정과 그 결과인 불안을 하나라고 보지 않는다. 즉 내가 무엇인가 잘못했다는 것과 그래서 나는 불안하다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잘한 것보다는 잘못했을 때 기분이 우울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비하하고 또 다시 다른 일을 진행하는 데까지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불안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입사면접 때 말을 잘못했거나 면접관이 까다롭게 구는 바람에 취업하지 못했다고 하자. 우리는 이런 경우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다른 곳에서도 당연히 면접에 떨어지리라 생각하면서 다음 면접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어찌 보면 그럴 수 있는 일 같지만, 중요한 것은 면접을 잘못 본 상황에서도 허허 웃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의 원인과 결과가 이처럼 사람마다 다른 이유는 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원인적인 모습과 불안이라는 결과 사이에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뭔가 잘못했을 경우, 그것을 갖고 스스로를 책망하고 모든 문제를 자기 능력의 문제로 일반화시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런 상황은 수많은 일 중의 하나이고, 자신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안이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문제를 사전에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적인 불안은 일상생활 자체를 어렵게 하기에 고쳐야 하고, 이때 자신의 능력, 존재가치 그 자체가 아니라 발생한 문제를 대하는 마음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즉 발생원인보다 그것을 합리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면 불안의 정도가 눈에 띄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불안.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라면 이 책을 통해 좀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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