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맥 정책라인' 역할 규명엔 하종선씨 `입'이 변수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검찰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하종선 당시 변호사(현 현대해상화재보험 사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2003년 8월 외환은행 매각 당시 정책 결정 과정에 론스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향후 사법처리시 불구속 기소 대상자도 있다고 밝히고 있어, 매각 결정이 정부와 외환은행, 론스타 사이의 부적절한 모의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하씨는 감사원의 외환은행 매각 감사 때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인물로, 그가 론스타측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자문료 20억원의 용처에 따라 수사 막바지에 로비 의혹의 뇌관이 터질 수도 있어 검찰의 행보가 주목된다.

◇ 하씨 `역할'에 초점 = 검찰은 2003년 하반기 하씨가 론스타 측에서 받은 20억원과 관련해 "변호사 업무와 상관이 없다"며 단순한 자문료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변 전 국장과 경기고ㆍ서울대 동기로 절친한 사이였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총괄했던 론스타 코리아 스티븐 리(미국 도피) 전 대표와도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김&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놓고 있었는데도 굳이 하씨와 자문 계약을 맺었다는 대목에 의문을 갖고 하씨를 수차례 불러 수령한 돈의 성격 등을 조사했다.

외환은행 매각 결정을 내린 당시 정책 라인이 특정 학연으로 얽혀 있다는 의혹은 이미 감사원 감사 때부터 제기됐다.

매각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으로 론스타 자격문제와 관련해 `예외승인'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던 김석동 현 금감위 부위원장이나 김&장의 법률고문으로 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하씨와 고교 동문이다.

세 차례나 영장이 기각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도 변 전 국장과 하씨의 고교 선배여서, 검찰은 론스타가 유 대표나 하씨를 통해 변 전 국장 등 경제 관료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전 경제부총리와 회계자문사 삼정KPMG의 고문이었던 진념 전 부총리의 계좌까지 추적했고, 조만간 이 전 부총리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 매각 결정 `윗선' 드러날까 = 검찰은 이강원 전 행장이 스티븐 리와 유임 약속을 받고 최종 계약을 체결한 후 15억 원의 성과급과 고문료를 받은 부분을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씨에게 건네진 20억 원도 정상적인 돈 거래가 아닌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그러나 과연 이 돈의 최종 `수혜자'가 있을지 여부를 검찰이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헌재 사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맥으로 얽힌 전ㆍ현직 경제 관료들 중 이 전 부총리만 제외하고 대부분 한 차례씩 소환하거나 방문조사를 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로 돈이 들어간 게 확인되는 등 물증이 있어야지만 혐의를 둘 수 있는데, 검은 돈 거래의 특성상 계좌추적으로 단서를 잡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검찰이 하씨의 `입'에 로비 의혹 수사의 성패가 상당 부분 달려 있다고 보는 것도 물증 확보의 어려움 때문이다.

검찰이 끝내 구체적인 증거 확보에 실패하면 외환은행 매각 결정이 정책적 판단이었느냐를 두고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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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11-13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기자본의 천국'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의구심이 들었던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의혹들이 조금씩 사실로 드러나는 듯하다. 검찰의 정의감에 충만한 칼을 한번 믿어보련다. 죄형법정주의의 형사소송의 대원칙을 절대 경시할 수 없지만, 법원이 지나치게 형식논리에 빠져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전혀 다른 맥락일 수도 있겠지만, 삼성전자 임원들이 미국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게 되었다는 뉴스를 몇 번 접한 일이 있는데, 주가조작혐의(유죄판결을 받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혐의가 입증된..)가 있는 론스타 경영진은 조사조차 못하고 있다니...울화통이 터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