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초은하단과 행성 > 레바논 이스라엘

하늘에서 보면 모든 게 작아 보이죠.

땅으로 내려오세요.

그러면 당신이 방금 떨어트린 폭탄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핏자국이 남은 거리를 걸어보세요.

무너진 집안에 들어와 보세요.

병실에 누워 있는 나다의 손을 잡아보세요.

옴 아이야드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그럼 당신은 다시 전투기를 몰고

하늘로 올라가기 힘들어질 거예요.


당신이 미사일을 쏘려 한 그 자리 옆에

제가 있었어요.

당신을 미워하지 않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폭격 끝에 탱크를 몰고 집 앞까지 왔을 때

당신과 눈을 마주치는 게.

물 한 병 내미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당신은 말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이 땅에서 악을 몰아내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었노라고.


그렇다면 당신이 정말 선한 사람임을

이 땅의 사람들을 정말 사랑하고 있음을

저에게 보여주세요.

그리고 손을 잡아주세요.

거기 구름 위에서 내려와

우리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당신의 무기를 버려주세요.


언젠가는 용서하겠죠.

언젠가는 당신에게

기쁜 마음으로 꽃을 드리겠지요.

 

 

시의 제목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유은하, <아이들에게는 전쟁이 없다>에서 발췌했다. 레바논을 폭격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땅에서 내려온다면 그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까. 언론에 공개된 이스라엘 조종사의 일기란 그저 기만술에 불과한 것일 가능성, 그 군인의 진짜 생각이 무언지는 몰라도 이스라엘 지배층의 책략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설령 이스라엘 군인들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 그 군사기계들이 양심적 갈등에 휘말리더라도, 안전한 곳에서 명령을 내리고 있는 인간들에겐 그러한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 직접 피해현장을 방문하더라도 기껏 거짓눈물이나 흘릴 그런 인간들의 생각을 바꿀 방법은,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런 인간들에게서 그러한 권력을 제거할 방법은 무엇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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