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해야한다. 비리 공직자 의원면직 처리금지에 관한 규정이 있다. 징계절차나 수사절차가 종결될 때까지는 의원면직을 보류하도록 했는데, 이런 제도라도 판검사에 대해 적용한다면 사표만 내고 변호사 개업하면 된다는 생각은 근절시킬 수 있을 것”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 이번 법조비리 의혹 사건의 특징은? 그동안의 법조비리는 대부분 변호사와 판검사의 유착이었다. 근데 이번 사건은 일반 브로커와 판검사의 유착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과거처럼 변호사와 판검사의 유착이 문제일 경우엔 변호사의 변호 활동과 불법로비 활동의 한계선이 모호하다. 그래서 대개는 판검사들의 직무윤리 위반 문제로 한정되었고, 뇌물수수까지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일반인 법조 브로커와 판검사의 유착이기 때문에 변호 활동이라는 변명이 성립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만나서 일정한 활동을 했다면 당연히 불법로비 활동일 가능성이 높고, 금품이 오갔다면 당연히 뇌물수수가 된다. 실제로 검찰 관계자가 '90% 가량의 브로커의 의도대로 일이 처리된 것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한마디로 브로커의 로비가 대부분 성공했다는 얘기다.
- 증거를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쳤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럴 가능성이 있었느냐'라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자체가 이미 부조리이고, 공정한 법 집행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그런 가능성이 있을 때 이미 시민들의 사법에 대한 불신, 사법정의에 대한 허무주의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쳤느냐의 여부를 가지고 변명할 것은 아니다.
-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판결이 있다면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텐데?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쳤느냐는 또다른 차원에서 조사를 해야 한다. 수사든 자체조사든 조사를 하려면 당연히 영향을 미친 판결이 있었느냐를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직무의 관련성 여부가 밝혀지고, 어떤 사건을 청탁하기 위해 만났는지,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가 조사된다. 이 부분을 조사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을 처음부터 판검사의 직무윤리 문제로 한정시키고 축소하겠다는 의도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든 자체기관의 내부조사든 담당했던 사건에 대한 엄밀한 검토가 당연히 필요하다.
그동안에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것도 있었고, 변호사와 판검사의 유착에 있어서는 변호사의 변호 활동과 로비 활동의 한계선이 불분명한 측면도 있었다. 결국 그 처리 과정이 정확하게 법대로 처리되었느냐, 아니면 재량의 범위를 뛰어넘는 불공정한 답이었느냐가 문제인데 그 판단조차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근데 이번 비리 같은 경우엔 그런 판단이 그리 어렵지 않다. 기본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자체가 이미 불법로비 행위이고 범죄 행위다.
- 지역유지와 판검사들의 친분 때문에 문제 발생 소지가 많아지는 것 같은데? 그렇다. 법원의 독립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높아졌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지역유지들, 지역의 유력세력과의 유착은 더 강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거대권력으로부터의 자유가 확보되는 대신 일상적으로 지역유지들과의 밀착이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던 게 사실인데, 이번 사건은 그런 의혹들이 일부 사실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그동안의 법조비리 사건이 유야무야 지금까지 내려오면서 이런 문제가 또 터지는 것 아닌가? 그동안 바꾸려는 노력은 있었다. 예를 들어 전관예우에 대한 것이라든가 변호사와 판검사들의 사적 접촉을 가급적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들은 만들어졌는데, 사실 그런 제도가 이런 사건을 근절하는 데에는 속수무책이다. 판검사도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법대로 엄격하게 적용하면 된다. 이번 사건도 뇌물수수나 여러 불법행위의 의혹이 있는데,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하지 말고 법대로 수사하고 그에 따라 책임을 물을 때 이런 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 사직서 내면 사표 수리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변호사로 활동하게 한다면 이런 일을 근절시킬 수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지금도 일정한 형 이상을 받으면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비리 의혹은 있지만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표가 수리되고 변호사를 개업하려고 한다면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어떤 확정 판결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의혹이 제기된 사람에 대해 그 의혹에 대한 최종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변호사 개업을 보류시키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준비되어 있는데 아직 통과되진 않았다.
-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그런 일을 했어야 하지 않나? 물론 그런 데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법을 새롭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판검사들에 대해서도 보통 사람들과 동일한 마인드로 법을 엄격히 적용해서 처리하기만 해도 이런 건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 브로커가 활개치는 토양은 무엇이라고 보나? 판검사들의 기본적인 자세 문제다. 모든 국민들은 브로커가 되고 싶어한다. 아무리 양심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판검사와 어떻게든 사적 접촉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 욕망 자체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이 발 디딜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 가장 시급한 제도는 무엇일까?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비리 공직자 의원면직 처리 금지에 관한 규정이 있다. 그래서 징계 절차나 수사 절차가 종결될 때까지는 의원면직을 보류하도록 했는데, 일단 이런 제도라도 판검사에 대해 적용한다면 사표만 내고 변호사 개업하면 된다는 생각은 근절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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