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근/인천대 교수·경제학〉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의한 외환은행 인수가 불법, 탈법이었음이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되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 투기자본인 론스타의 범법사실이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니, 불법·탈법의 주체는 전적으로 재경부와 금감위가 되고만 것이다. 법 집행을 맡긴 감독기관이 어떤 연고에서인지 스스로 탈법자로 둔갑해 버린 씁쓸한 대목이다.


-재경부·금감위의 궁색한 해명-


이같은 감사 결과에 대해 재경부와 금감위는 각기 반박자료를 내놓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구구절절 군색한 변명의 수위를 넘지 못한다. 요는 2003년 외환은행이 처해 있던 긴박했던 사정에 비추어 예외적인 매각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상황논리이다. 그런데 상황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매우 빈약할 뿐만 아니라, 일찍부터 론스타를 최종 인수자로 찍어놓고 짜맞춘 듯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온 이유를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감사원이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는 느낌은 중간 발표문의 매쪽에 묻어난다. 수사권이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예민성과 중대성에 비추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해야 할 도덕적 책무가 감사원에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사 결과에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법 매각 공작이 실무선 책임자 격인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에 의해 지휘·연출되었다는 것이 발표문에 담긴 사건의 큰 골격이다. 도대체 이 두 사람이 어떤 동기로 이런 무도한 행위를 1년 남짓한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거리낌없이 계속 저지를 수 있었는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이제 공은 감사원으로부터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이 밝혀야 할 사건의 핵심은 명확하다. 변양호·이강원 두 사람에게 권력 상층부의 배후가 있었는지, 그리고 해당 상층부와 론스타 간에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는지 등일 것이다. 이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검찰은 김대중 정부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청와대와의 관련 여부를 밝혀야 하고, 론스타 및 론스타 대리인까지도 예외를 허용치 않는 철저한 수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 이미 사건 발생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대인·대질 수사의 강도가 더욱 높아져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검찰수사와 별개로 즉각 조치되어야 할 사안들도 적지 않다. 외환은행의 매각은 최소한 정부 당국자의 부적절한 법률 행위에 의한 것이므로,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외환은행을 기존의 주주와 종업원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이와 관련, 기존 대주주인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은 론스타의 주식취득을 승인한 금융당국의 조치를 취하하도록 행정소송을 청구해야 하고, 본 행정소송과 검찰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론스타에 의한 외환은행 재매각 조치가 전면 중단되어야 하며,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실직한 해고자는 전원 복직되어야 한다.


-법치 시장경제 만드는 계기로-


물론 검찰수사 과정에서 불법 로비를 포함, 론스타 혹은 론스타 대리인의 범법행위가 적발된다면 론스타는 투자원금을 회수하는 이외의 일체 이익획득이 허용되지 않겠지만, 불행히 어떠한 범법행위도 적발되지 않을 경우에는 당초 취득한 주식을 반환하는 과정에서 론스타가 입게 되는 막대한 손실을 한국 정부가 보전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정부의 잘못으로 납세자인 국민이 대신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도대체 왜 국민이 손해를 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는 자도 있겠지만, 이는 오만과 위선의 탈을 벗은 제대로 된 정부를 만들기 위한 비용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영국과 미국에서도 1990년 국제범죄와 연루된 BCCI은행 파탄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의 수준이 크게 업그레이드되었듯이 우리도 이번 론스타게이트를 끝까지 규명함으로써 명실공히 법치가 살아있는 시장경제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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