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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 - 한국 인권 변론사
박원순 지음 / 두레 / 2003년 12월
평점 :
미국에서는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무척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변호사는 자주 풍자의 대상이 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변호사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 그 정도까지 된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변호사가 사회적으로 존경을 많이 받아서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훨씬 적은 변호사 숫자와 법조인에 대한 무언지 모를 위압감 같은 것이 작용한 측면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 변호사들이 그래도 지금 정도의 이미지라도 유지하고 있는 데에는 법제도가 독재정권의 정당화논리에 지나지 않던 암흑의 시기에 독재에 대항하여 싸운 이들의 동지와 지원자가 되어준 ‘인권변호사’들의 활동에 힘입은 바가 큼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은 일제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나라 인권변호사들의 계보를 기술한, 그들의 뜨거운 활동에 대한 헌사이다.
이 책은 인권변호사들의 계보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이 간단한 요약만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시대적 배경이 부족한 독자에게는 조금 아쉬운 점이다. 그렇지만 부분부분 드러나는 당시 사건들의 조각만으로도 과거 우리의 사법부와 검찰이 얼마나 충실하게 권력의 시녀노릇을 했는지(물론 당시 정권의 사법부에 대한 무지막지한 압력도 상상을 초월하기는 하지만), 그에 맞서는 인권변호사들이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지, 그리고 지금의 법적 관점에서 볼 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자행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수많은 법적 권리들이 불과 20-30년 전에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당연하지 않았던 권리들을 우리가 물과 공기처럼 당연하게 누릴 수 있게 해주신 이 책에 나온 여러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