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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해? 말어?
이규진 외 지음 / 고려원북스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지금도 법조계는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사법시험은 오랫동안 우리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신분상승의 통로였고 법조인들은 다른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지도층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사법연수생 1,000명 시대가 도래하여 변호사 숫자는 예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물론 예전에 너무 조금 뽑은 영향이 크기는 하지만) 요즘은 매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연수생이 많다는 기사도 신문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사무실 임대료 내기도 힘들어하는 변호사도 여럿 있다는 말도 들려올 정도로 확실히 변호사 업계가 예전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이러한 변호사 업계의 변화와 앞으로의 전망에 관하여 경제신문사 법조팀 기자 세 명이서 다양한 변호사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를 열심히 모아 펴낸 책이다. 변호사 수의 확대를 배경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변호사 업계(또는 시장)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법률시장개방과 로스쿨제도의 도입에 따른 변화를 예측한다.
최근 수년간 법조계가 사법시험 정원 확대, 사법개혁의 추세와 더불어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법조계 또는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프리미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법시험만 붙으면 동네 경찰서장이 달려와 ‘영감님’으로 불렀다는 예전 같은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변호사는 중매시장에서 인기 있는 직종이고 일반 회사원에 비하면 높은 수익을 올리는 편이다. 하지만 법률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고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어 변호사 숫자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한다면 변호사 업계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것이고 이는 독과점적인 공급자 위주의 시장에서 안정적 수입을 누리던 변호사들이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체제로 편입되어 무한경쟁체제에 내던져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는 ‘변호사 시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또한 그것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를 잘 감지하고 능력을 인정받는 변호사는 지금보다 더 대우받을 것이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문화 등을 통하여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변호사는 지금보다 더욱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따라 변호사 비리의 증가, 비생산적 법률비용의 증가 등 무시못할 부작용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법률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의 진단이고 나도 대체적으로는 동의한다.
법조계, 그 중에서도 특히 변호사업계는 급격한 변화의 한가운데 있고 그 변화의 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변호사들 중에는 연수입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 반면 일반 회사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입을 올리는 변호사도 있고 사무실 임대료도 내지 못하는 변호사도 있다. 마찬가지로 의뢰인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하는 악덕 변호사나 돈을 위해 범죄까지 저지르는 변호사도 있는 반면, 탁월한 실력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존경을 받고 의뢰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변호사도 있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무료변론을 하는 변호사도 있다.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이 모든 것들이 변호사들의 모습이다.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변호사들의 모습을 생생하고 객관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변호사업계의 현재와 법률시장개방 및 로스쿨제도 도입 이후의 상황을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진단하여 진로선택을 앞둔 법조인은 물론 법조인을 꿈꾸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에 대하여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말: 변호사도 이제는 사법시험 통과라는 자격증만으로 먹고살던 시대는 지났다. 예전보다는 변호사 해먹기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해? 말어?’라는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저자들의 대답은 ‘해!’다. 그 이유는 읽어보면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