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세계화
미셸 초스도프스키 지음 / 당대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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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가 97년말 외환위기를 겪고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지도 벌써 10년이 되온다. 국민들이 외화를 모으려고 금가락지를 팔기 위해 긴 행렬을 이루었던 웃지 못할 해프닝과 수많은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IMF의 차관을 모두 상환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IMF체제를 성공적으로 졸업했다고 자평까지 했고 지금은 오히려 달러화의 약세속에서 외환보유고가 넘쳐나 고민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과연 IMF는 우리나라를 경제위기에서 구원해준 구세주이고 우리는 IMF를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일까?


이 책에 그려진 IMF는 결코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를 도와주는 구세주가 아니다. 오히려 IMF는 국제채권단의 이익에만 봉사하여 신자유주의라는 무자비하게 파괴적인 경제체제를 강요하는 타도대상으로 그려진다. 마치 채무자의 궁박한 사정을 악용하여 원금의 몇 배를 이자로 뜯어내면서 채무자의 피를 빠는 악덕 사채업자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사채업자가 정부의 규제도 받지 않고 오히려 정부와 동일시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끔찍한 상황인가?


IMF 체제의 경험이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하여는 확립된 견해는 없는 것 같다. IMF 구제금융 덕택에 우리경제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여 더 큰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고 거꾸로 IMF 체제 이후 우리 주식시장의 40% 이상을 외국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등 부정적인 측면 역시 간과될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외국자본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비록 저자가 IMF 사태 이전이기는 하지만, 한국을 빈곤의 세계화에 대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데이터는 너무나 끔찍해서 믿기 싫을 정도이다. 저자는 IMF가 차관을 무기로 해당국가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각종 경제정책이 IMF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의 수많은 국민들의 생활을 어떠한 식으로 파탄 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저자가 예로 제시하고 있는 브라질, 러시아 등의 경제상황은 이 책이 쓰여질 당시인 97년에 비하여 많이 달라졌을 수 있다. 하지만 브릭스로 뜨고 있는 브라질, 러시아에 수많은 극빈층이 생겨났고 그들의 삶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저자의 지적은 아직도 유효할 것이다.


우리가 제3세계에서 생산된 선진국 기업의 100원 짜리 물건을 구매할 때 그중 제3세계 노동자들의 임금은 1.7원, 제3세계 기업의 순이익은 1원에 불과한데 반해 선진국에서의 유통이윤, 임대료 및 유통업자의 소득은 71.8원, 그리고 선진국이 징수하는 세금이 9.1원에 달한다는 사실은(p100),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한 사람이 수천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 시대에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다. 그와 함께 빈곤의 세계화를 강요하여 수많은 제3세계의 빈민들이 하루에 1달러도 안되는 품삯을 받고 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미국이 제3세계 국가에서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만든 제품을 보이콧하는 법안을 만든다며 민주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현실은 모순의 극치라 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강력한 경제처방’만이 해답일 뿐 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하고, 노동자는 해고 되어야 하며, 사회복지는 축소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중략)...좀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구조조정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전세계 모든 국가에 강요하는 잔인하고도 파괴적인 경제모델인 것이다.”(p296)라는 저자의 지적과 함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운동세력이 다자간 투자협정, 투기자본, WTO, IMF/세계은행을 98년 사회운동의 4대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역자후기에서 한미간 FTA 협정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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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6-07-3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것도 봤어? 재미는 없을 거 같은데, 흥미롭다.
빌려줘..

외로운 발바닥 2006-07-31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 낯선 식민지가 재미없다면 이건 더 힘들텐데...^^;
그래도 맥락이 통하는 면이 있으니 한번 읽어 보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