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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김준성 지음 / 문이당 / 2006년 1월
평점 :
나도 중학교 때까지의 꿈은 경제학자였다. 사회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제분야에 관하여 이론을 구성하고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경제학자를 꿈꾸었던 것 같다. 지금은 경제학과는 별로 상관없는 길을 가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사회의 경제가 어떻게 운영되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관하여 적어도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은 전공이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중요하고도 또 긴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한때 경제학자의 꿈을 품었을 뿐, 고등학교 사회경제 시간 이후 경제학을 접할 기회가 없던 나로서는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고 사회적으로 어떤 것들이 이슈가 되고 어떤 점들을 극복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서울대학교 총장이자 경제학자인 정운찬 교수가 모신문지의 책코너에서 이 책을 추천한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정운찬 교수의 사회적 지명도를 믿고 무작정 이 책을 사서 읽어보았는데 나같은 사람 - 우리경제 전반에 대한 개략적 이해를 하고 싶었으나 경제에 관하여 아는 것은 거의 없는 사람 -에게는 무척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일단 책표지에 실린 저자의 약력이 압박이다. 저자는 1920년생인데 1980년에 이미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하고 82년에 경제기획원 장관, 87, 88년엔 삼성전자와 대우그룹의 회장까지 지냈다. 사실 무척 유명한 분인데 나만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약력만으로도 저자가 우리나라의 근대이후 경제의 산 증인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책 내용에 신뢰를 더해주기에 충분했다.
재벌의 오너경영에 대하여 저자는 궁극적으로는 서구와 같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하겠지만 기관투자자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과도기적으로 그 필요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우리 경제의 급속한 성장에 오너경영에 따른 과감한 판단과 사업추진이 크게 일조하였다는 점도 지적하였는데, 재벌 오너들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관행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던 나로서는 신선한 시각으로 느껴졌다. 주주가 전문경영인을 감시한다는 측면에서는 재벌총수가 회사에 대한 애착이 훨씬 더 강하기에 보다 나은 측면도 있다는 것이나 오너경영의 긍정적 측면이 우리경제의 발전에 큰 기여도 했다는 부분을 읽고는 재벌총수들이 기업을 자기 소유물처럼 여기는 행태에 대해 적어도 감정적으로는 그럴 수 있는 면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물론 재벌 총수들이 극소수 지분으로 회사 전체를 자기 소유물처럼 여기는 것이 옳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냥 그 총수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금융산업이 가진 문제점들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데 박정희 시대 때부터 이어 내려온 관치금융이 IMF때 종말을 맞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밖에도 우리 주식시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 노사문제, 중소기업문제에 대하여도 저자는 현상황을 진단하고 그 문제점의 배경을 분석하며 그에 대한 저자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한국경제는 여러 가지 구조적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가 백여년 이상 걸려 이룬 성과를 30여년만에 압축적인 고도 성장을 이루내면서 그로 인하여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점들이 발생하였고 그것들이 지금까지 상존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우리경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 - 대기업의 오너경영에 따른 문제,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현상, 정경유착, 금융기관의 후진성 등 - 을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그러한 문제점들이 어떤 상황에서 생겨난 것인지 알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와 같이 우리경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 그리고 우리경제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하여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 역사적, 구조적 배경을 논리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이 책은 우리경제의 현상황을 개략적으로나마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