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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한국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4년 6월
평점 :
나는 저자에 대하여 잘 모른다. 그냥 서점을 지나면서 베스트셀러가 진열되어 있는 곳에서 그의 책을 본 적이 있을 뿐이다. 사실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인가 재작년에 유명해진 바로 이 책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나는 우리 사회 전체를 진단하는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깊이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시류를 타는 책이 아닐까라는 의구심 때문인 것 같다. 한 두번인가 이 책을 읽어볼 까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 우연한 기회에 아는 선배를 찾았다가 이 책이 놓여 있길래 빌려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개인적인 평가가 좋지 않은 편이기에, 무척 왕성한 저작활동을 하는 저자를 이 책 한권으로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또한 나에게 책을 빌려준 선배가 이 책에 대하여 그냥 대충 한번 읽고 버릴 책이라는 짤막한 평가를 한 것으로 인해 이 책에 대하여 내가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기에 이하 나의 조금은 가혹할 수도 있는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저자의 ‘10년후 한국’에 한정됨을 미리 밝혀 둔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하다. 이윤이 발생하는 곳으로 자본이 몰리고 자본을 유치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으므로 시장경제원리에 최대한 충실하게 개인의 활동에 대한 간섭을 최대한 줄이고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주의 원칙이 준수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 교육, 세대갈등, 노사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하여 일관된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비교적 보수적인 생각을 지닌 나이 드신 분들은(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성향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것에 대하여 거부감이 있지만, 단순하고 도식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열린우리당 보다는 한나라당의 정책을 지지하고 DJ정부로의 정권교체가 있고 난 이후에 우리나라가 이전과 비교하여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콕콕 집어 해준다고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위 기준에 따를 때 약간은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저자의 주장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공감이 가는 것도 꽤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가는 경우에도 저자의 말에 크게 신뢰가 가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치밀하게 그 분야에 대해 연구한 결과 그러한 결론에 도달했다기보다는 그냥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서 풀어놓은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어떤 주장을 하든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저자가 평소에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주장만 나열되어 있고,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나 주장의 비판에 대한 검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종종 다른 책의 인용부분이 논거로 제시되는데, 단순히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기 힘들었다. 또 저자의 주장과 별로 연관이 없는 내용이 인용되는 경우도 몇 있어 저자가 ‘나는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자랑하기 위하여 책을 인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위에서 밝혔듯이 이 책 한권만으로 저자를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10년후, 한국’은 저자가 평소에 생각하던 바를 강연할 때 사용할 만한 원고 수준의 내용을 10년후 한국의 미래를 진단한다는 거창한 타이틀로 포장하여 성공적인 마케팅을 통하여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