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여한구기자]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24일 소환조사로 한달여에 걸친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이제 남은 것은 정 회장과 그의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게 어떤 처분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검찰의 '판단' 뿐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엄중 처벌'과 '경제를 고려한 선처' 등의 여러 시나리오가 엇갈려 흘러 다니고 있다. 검찰이 어떻게 결정을 하더라도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르면 이주 안으로 내려질 검찰의 최종 결정에 경영계는 물론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우의 수=그간의 검찰 수사에서 정 회장 부자가 최소 수백억원대로 알려진 비자금 조성 및 불·편법 경영권 승계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만큼 '기소유예'나 '불기소' 등의 선처를 받을 여지는 없어 보인다.
검찰도 정 회장 부자 모두를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소환한데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의 말을 빌어 수차례 "책임질게 많다"고 언급해와 이 부분은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기정사실화된 정 회장 부자에 대한 사법처리의 강도가 초미의 관심사이면서 검찰과 현대차의 고민이 함께 접합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검찰은 "정 회장 조사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여전히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이 내밀 수 있는 카드는 3가지로 압축된다. 정 회장 부자 모두를 구속하거나 정 회장과 정 사장 중 한명만 구속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중 정 회장 부자 둘다 구속하는 안은 부자를 동시에 처벌한 전례가 드문데다 현대차가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향후 "검찰이 경제를 말아먹었다"는 역풍이 돌아올 여지가 많아 검찰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 회장 부자 둘 중 한명만 구속하는 안이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이 "대기업은 1인 기업이 아니지 않느냐" "혐의 시인 여부는 구속·불구속 판단과는 무관하다"는 등의 연이은 강경발언으로 사전 분위기를 잡고 있는 것도 결국 이 방안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검찰 주변에서는 경영권 승계 비리의 수혜자인 정 사장이 아닌 '총 사령관' 격인 정 회장이 최종 타깃이 될 것이라는 설에 비중이 더 실리고 있다. 정 회장이 그룹 내에서 비자금 조성 및 집행의 전권을 쥐고 있는데다 비리 재벌총수를 엄단했다는 상징성도 부여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검찰도 "(정 사장 보다) 조사할 양이 더 많다"고 말해 정 회장에게 무게중심을 더 두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더욱이 정 회장이 고령(68세)인데다 국가경제 발전에 고려한 점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법원에서 선처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정 회장 책임론'에 힘이 쏠리고 있다.
◇깊어가는 검찰 '고민'=칼자루를 쥐고 있는 검찰도 편안치는 않다. 어떤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상당한 비난을 감수해야만 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 부자 둘 중 하나를 구속하는 유력한 시나리오가 현실화 됐을 경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봐주기 수사', '용두사미 수사' 라는 '돌팔매'가 날아들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경제계에서는 "경제를 생각치 않았다"는 반대 지점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검찰이 재벌을 겁박해서 1조원이나 뜯어냈다"는 비아냥마저 들리고 있기까지 하다. 여기에 경제계는 정 회장의 소환에 맞춰 정 회장 부자를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압박강도도 높여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수뇌부는 검찰이 감당해야할 부담의 몫을 최소화하는 '방어논리'
도 검토하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수사 기획관이 이례적으로 "여론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한 점도 이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검찰이 경제도 고려하고, 사법정의도 세우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