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S 김성의] 마치 4년 전 월드컵 축구 4강의 감격이 되살아난 듯한 분위기였다. 한국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이 `야구 종주국` 미국을 꺾은 14일 오후 시민과 누리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가 열린 미국의 교민 사회에서도 감동의 물결이 넘쳐 났으며, 외신들은 전 세계에 한국의 승리 소식을 타전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온 국민의 시선이 TV에
직장이나 식당.기차역.터미널 등에 모여 TV 중계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경기 초반부터 한국이 의외의 선전을 벌이자 함께 모여 응원을 펼치기 시작해 공 하나하나에 박수를 치고 탄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서울역.용산역.영등포역.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 시민들은 대합실에 설치된 TV 앞에 100~200명씩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용산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일본도 못 이긴 미국을 우리가 보란 듯이 이겨서 자긍심을 느낀다"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무실에서 TV로 경기를 봤다는 회사원 이 모 씨(30)는 "급한 업무가 있는데도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며 "일이 밀려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할 처지이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한국 팀의 선전에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듯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은 "사무실에서 인터넷 문자 중계를 보다 한두 명씩 자리를 뜨더니 주변 사우나나 식당에 중계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WBC의 인터넷 중계를 맡은 야후 코리아는 미국전에서 동시 접속자 수 20만 명 이상.총 접속자 수 2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돼 13일 멕시코전의 동시 접속자 수 17만 명.총 접속자 수 165만 명을 뛰어 넘는 국내 인터넷 중계 사상 신기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인터넷도 뜨거웠다
"이게 꿈입니까? 한국 야구가 미국을 이기다니."(ID 은빛월향)
누리꾼들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미국을 정말로 이길 줄은 몰랐다며 승리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ID 마루라는 네티즌은 `자랑스러운 한국야구`라는 제목으로 "세계 만방에 대한민국의 명성을 떨쳤다"라고 평가했다.
오만한 미국 야구에 본때를 보여줘 시원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야구를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목에 깁스한 메이저리그 선수들, 한국에 와서 밑바닥부터 배워라"(ID 최경택), "한국 야구를 우습게 보더라니 이럴 줄 알았지롱"(ID ezman), "미국, 머리 쓰다가 당했다. 우승하려고 강팀들 다른 조로 밀어넣고 약팀이라는 한국.일본 만나서 날아 보려고 했는데 자업자득이다. 예선에서 이기고 진 팀끼리 다시 붙는 그런 리그가 어디 있는가?"(ID 바람)라며 후련하다는 반응이었다.
■ 타향살이 설움도 날렸다
미국전이 열린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징.꽹과리 응원을 펼친 4000~5000명의 동포들은 한국의 승리에 기쁨의 환호성을 마음껏 내질렀다. 한미 민주당협회 오렌지카운티 지부 고문을 맡고 있는 리처드 최 버치 씨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대가 현실로 나타났다"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로스앤젤레스 등의 교민들도 위성 채널.라디오 방송.인터넷 등으로 생중계를 본 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서로 얼싸안고 감격을 함께 했다. 이들은 한국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대~한민국"을 외쳤다. 교민들은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을 큰 점수 차로 꺾은 기적에 저절로 눈물이 솟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가 깜짝 놀라다
미국 등 해외 언론들은 미국의 충격적 패배를 전하면서 4회 2사 1.2루에서 이승엽에게 고의 4구 작전을 쓴 것을 패인으로 꼽았다. AP 통신은 "영리한 작전을 쓴 것 같았지만 그 작전은 빗나갔다"라고 기사 첫머리에 지적한 뒤 "대타로 나온 최희섭이 스리런 홈런을 치며 승부를 갈랐다"라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이전 4경기에서 1개에 불과했던 실책을 3개나 범하는 등 최악의 플레이를 보인 점도 또 하나의 패인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www.mlb.com)도 기사 첫 문장에 "이들이 도대체 누구인가"라며 한국 대표팀의 선전에 놀라움을 드러낸 뒤 "미국의 고의 4구 작전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결국 그 작전 때문에 점수 차가 더욱 벌어졌다"라고 보도했다.
13일 미국전에서 편파 판정 시비 속에 아쉽게 역전패한 일본의 언론들도 한국의 승리 소식을 신속하게 알렸다. 교도통신은 "이승엽이 선제 홈런을 치고 최희섭이 3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아 미국의 반격을 물리쳤다"라고 전했다. 지지통신은 웹사이트 1면에 이승엽의 홈런 사진을 크게 싣고 한국이 우승 후보인 미국을 격파, 2연승을 달렸다고 보도했다. <닛칸스포츠>와 <스포츠닛폰> 등 스포츠 신문들도 이승엽의 홈런 장면을 웹사이트에 일제히 실었으며, <요미우리>도 한국이 장타로 미국을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성의 기자
중앙 엔터테인먼트&스포츠(JES) - 저작권자 ⓒJE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