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제목은 without a trace라고 한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FBI 실종수사대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다. 원래 CSI 씨리즈는 즐겨 보는데, 실종수사대는 재미가 덜 한 것 같아 평소에는 별로 보지 않았는데 그 시간대에 특별히 볼 것이 없어 보다보니 내용이 평소에 관심있는 분야여서 끝까지 보게 되었다.

몇 회인지는 모르겠지만 주 내용은 이렇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J2 비자로 미국에서 생활하는 젊은 의사가 실종되었다. 그는 유능하고 미국인 애인도 있지만, 실종전날 아랍사람이라는 이유로 지도교수에게서도 버림받고 애인에게 프로포즈도 거절당한다. 그가 아랍인이라는 중요한 대전제와 그의 집에서 발견된 책 - 미국식 민주주의의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은 책 - 그리고 그가 대화중에 폭파시키겠다는 말을 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그는 이중생활을 하는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힌다. 그리고 수사는 실종자를 찾는 것에서 테러리스트의 행방을 쫓는 것으로 변질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실은 그가 테러를 하려던 그의 친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친구를 사고로 죽이게 된다는 암시가 나오고, 실종수사대의 주인공인 반장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만, 결국 그는 테러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테러를 막으려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던 중 저격수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것은 평소에 미국 사회 전체가 테러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고 그와 같은 피해자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에서의 테러이후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무고한 아랍계 젊은이가 용의자로 몰려 여러차례의 확인사살로 살해당한 일이 있기도 했다.

정말로 지금과 같은 미국 사회에서는 있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의 구조상 몇몇 허술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아랍사람으로서 항상 의심의 눈초리와 차별을 받아온 그가 백인이라도 설명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서 미국경찰을 믿고 자수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야기는 상당한 개연성을 지닌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 점에서는 이 드라마는 칭찬받을 만하다. 그런데 몇가지가 눈에 거슬렸다. 주인공인 반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인 의사의 결백에 대해 어느정도의 심증을 굳히고서도 저격수가 그를 쏘아 죽이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서도, 혹은 그러한 어처구니 없는 희생을 막지 못하고서도 주인공들은 너무나도 담담했다는 점이 드라마의 선한 의도(설마 악한 의도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편치 않게 했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함께 있지 못할 부류로 낙인 찍는 행위는 시대와 사회를 불문하고 행해져 왔지만, 지금 미국이 처한 여러가지 상황은 그러한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기 쉽게 만드는 요소를 너무도 많이 지니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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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5-11-0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씁쓸해. 있음직한 얘개야. 우리나라도 그런 식으로 왜곡된 사실이 역사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거 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