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북도 증평에서 재판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몇번 국도였는지는 모르겠다.
증평 IC를 타기 직전의 왕복4차선 국도였는데 사방이 훤히 펼쳐진 들판에 푸르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흰 구름이 흩뿌려져 있는 광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직 나이가 어려 그런지 경치를 보고 감흥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오늘 본 하늘은 정말 사진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한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위 사진은 네이버에서 검색한 사진이다. 내가 본 하늘과는 다르지만 이 사진으로도 그때의 감경이 조금은 전해지는 것 같다.)
대신, 그 아름다운 광경을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다. 스모그 하나 없이 한없이 푸른 하늘과 마음껏 매달려 있는 구름을 보니 갑자기 모든 근심 걱정이 사소하게 느껴지고 살아있음이, 그리고 아직 젊음이 너무도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시간 쯤 뒤에 라디오에서 오늘 하늘이 무척 이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오늘 태풍이 지나간 뒤의 가을 하늘이 인터넷과 뉴스를 수놓을 것이라고. 또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산은 아름답지만, 태풍이 지나간 뒤에 산에 오를 때의 경치를 최고로 친다고도 했다.
라디오 진행자의 말처럼, 문서와 모니터만 마주한 채, 주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지내며 내 나름의 고민거리로 씨름하고 있다가 문득 마주친 태풍 후의 가을하늘은 나에게 그렇게 축복처럼 왔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