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무제의 변덕과 조선의 굴종

明의 홍무제는 재위 30년 동안 나라의 기반을 다지면서 무수한 살육을 저지르고 신생 조선을 온갖 위협과 변덕로 못살게 굴었고, 조선은 이에 대해 비굴할 정도로 명나라에 사대의 예를 다하면서 굽실거렸다.

홍무제는 걸핏하면 조선이 명나라를 업신여긴다고 하며 군사를 일으킬 것이라고 위협하였고, 조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공물을 요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위의 이유를 들어 조선을 힐난하였다.

그런 황제에 걸맞게 명나라 사신의 오만불손함도 하늘을 찌를 듯해서 어떤 사신은 조선에서 마련해준 옷을 술에 취한 채 갈기갈기 찢어 짓밟고 ' 이따위 너절한 옷을 입고 황제를 뵙느니 차라리 여기서 죽고 말겠다.'며 제 목을 칼로 찌르려는 추태를 부린 경우도 있었다.(p 90)

조선은 명나라의 요구로 10개월 동안 9,880마리의 말을 보내기도 하였다.(p 92)

조선에서 책봉을 요청하기 위해 파견한 사신을 억류한 경우도 많았으며(p 98)

예물로 보낸 금안장에 '천(天)'자가 쓰여져 있다는 이유로 조선에 재앙을 내릴 것을 위협하며 말 2만마리(!)를 요구하기도 하였다.(p 99) ...

조선이 역성혁명을 통해 이룩된 왕조라서 중국을 통해 정통성을 확인받고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의도와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 '조선은 배알도 없나?'는 생각만 들며 짜증이 솟아오른다. 그런 모욕과 수탈을 당했으면서도 단지 직접 침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버이로 생각하며 명이 멸망한 이후에도 명을 그리워하다니...옛 사람의 사고의 틀에 한계가 있었겠지만, 정말 또라이 같은 짓이 아닌지...

그 덕분에 우리가 중국의 여러 소수민족과 달리 지금껏 독립된 국가를 이루고 있을 수 있었겠지만, 이 부분의 역사를 읽으면서 드는 씁슬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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