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
E.F. 슈마허 지음, 이상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살면서 세상이 각박해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친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우리의 생활수준은 분명히 향상되는데 우리 삶의 여유는 점점 줄어들고 말그대로 삶의 질이 예전보다 향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일 것이다. 물론 절대빈곤의 시대보다는 지금 우리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져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과연 우리가 90년대 중반보다 지금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지. 분명 수치적인 일인당 국민총생산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 높은데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각 분야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돈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증가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저자는 그 이유를 근본적으로 모든 것을 물질적 가치로 환산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면 성장의 열매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분배되어 다 함께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맹신하는, 또는 우리가 그렇게 믿도록 부추기는 서구의 경제학에서 찾는다. 경제학도 하나의 학문이고 모든 학문의 목적이 인류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면 경제학도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이 잘 살 수 있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의 지적에 의하면 그러한 수단에 불과한 경제학이 이제는 전세계를 지배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그 경제학이 기반하고 있는 대전제 - 즉 성장을 통해 전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는 불변하는 진리와 같이 맹신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를 둘러보면 모든 국가들이 각자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살인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져서 이제는 한번 경쟁에서 뒤떨어지면 다시 그 경쟁에 끼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이른바 무한경쟁 시대...마치 모든 국가들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에 올라타서 기관차의 속도를 더욱 높이려고 애를 쓰는 모습같다. 그런데 과연 그 경쟁의 끝은 어디이고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

양적인 성장이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해준다는 명제는 그야말로 환상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단정한다. 그것도 30년 전에. 그리고 경제학은 그것의 본분을 깨닫고 다시 인간의 더 나은 삶에 봉사하기 위한 인간을 위한 경제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저자는 작은 단위의 기업체, 일정 재산의 공유를 통한 소유권제도의 혁신 등을 들고 있다. 그러한 것이 모두 실현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되기에는 무리가 조금 있겠지만 경제학, 나아가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믿는 관념들-예컨대 사유재산제도나 성장절대주의-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우연적인 가치 또는 견해인지를 꿰뚫어보는 저자의 혜안은 실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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