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의 제왕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 / 북앳북스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불법의 제왕이란 제목이 처음에는 제대로 번역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원래대로 한다면 이 소설의 제목은 '불법행위의 제왕', 즉 불법행위 소송을 마음대로 주물러 엄청난 돈을 버는 변호사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자가 그 정도를 몰랐을 리 없다. 불법행위, 더 자세히 말하면 집단 소송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변호사는 법을 어긴 사실은 없지만 실제로는 그 스스로가 불법의 화신, 즉 불법의 제왕이다. 번역자는 불법의 제왕이라는 제목에서 그런 이중적 의미를 전달하려 한 것이 아닌지...

번역된 제목에 시비 아닌 시비를 건 것은 그만큼 이 책의 제목이 이 책 내용을 집약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 변호사가 변호사수임료를 더 받기 위해 기업측이 충분한 성의를 보여 합의를 보려했음에도 이를 거부하여 기업이 파산절차를 밟게 되는 장면,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신출내기 변호사가 전용비행기를 몰고 다니면서 돈을 물쓰듯 하는 장면 등이 바로 불법의 제왕들의 행태이고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을 통해 존 그리샴이 하고자 하는 말이다.

존 그리샴은 이 소설에서 국선변호사무실에서 그저그런 일을 하는 젊은 변호사가 어느날 나타난 악마의 손길에 굴복하여 집단소송을 통한 불법행위 소송을 이용하여 엄청난 돈을 벌었다가 결국 나중에는 파멸을 맞는 것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의 소설은 언제나 그렇듯이 지루하지 않다. 신출내기 변호사가 부정한 정보를 손에 쥐게 되어 하루아침에 큰 부를 움켜쥐게 되고 불법행위 소송의 제왕으로 떠오르게 되는 과정을 존 그리샴은 섬세한 심리묘사와 사실적인 스토리로 무척 흥미있게 묘사해낸다. 중간부분에 집단 소송 변호사들의 탐욕, 집단 소송이 이루어지는 절차 등이 약간 지리하게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책을 읽으면서 결말이 거의 보인다는 점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은 책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아직 집단소송을 정식으로 도입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미국에서와 같은 폐해를 막기위해 우리도 어떤 장치를 두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러면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수많은 불법의 제왕들이 생겨날테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