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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 1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중상류층에서 태어난 젊은이가 한국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우리나라에 와서 출가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일이다. 나역시 과연 무엇이 파란 눈의 미국인을 전혀 인연도 없던 한국에, 그것도 스님으로 출가를 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 궁금했고, 과연 저자인 현각스님이 지금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점도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현각스님은 독실한 카톨릭 집안에서 태어났고 학교도 카톨릭 학교를 다녔다. 어려서부터 호기심과 진리에 대한 열망이 강했었기에 세상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나 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다. 그가 가진 주요한 의문은 '왜 하나님은 불공평하게 사랑을 베푸시냐'하는 것이었다. 그의 그러한 의문은 대학에 가서도 계속되었고,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면서도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채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속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가 운명적으로 어느날 한국에서 온 숭산 큰 스님을 뵙게 되어서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다'고 깨닫고 결국은 출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출가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로 출가를 하려면 모든 것을 벌려야 되고 그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각스님도 출가를 결심하면서 결혼까지도 생각했을 여자친구와, 부모님을 두고 겪은 고통을 쓰고 있다.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을까? 출가를 하는 모든 스님이 그렇겠지만 세속적으로 가진 것이 많았던 현각스님이 그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을 가졌다는 점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현각스님은 책 말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중의 하나로 한국사람들에게 빚진 것을 갚으려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리고 책 구석구석 드러나는 그의 한국사랑은 한국사람인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한국사람보다도 한국을 훨씬 더 깊이 느끼고 사랑하는 그를 보고 우리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그가 책을 쓰게 된 목적 중의 하나는 이룬셈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숭산 큰스님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는 이런 분이 왜 한국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분에 대해 비방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에 적잖이 놀랐다. 이 책을 읽고 피상적으로나마 숭산 큰스님에 대해 알게 되고 나아가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현각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