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상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암살 위협을 받았던, 살만 루시디라는 작가가 썼던 바로 그 문제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각 장마다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가 반복된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에서조차 머리에서 광채가 돋아나거나 몸이 염소로 변하는 등 비현실적인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위인물들은 그러한 초현실적인 현상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다보면 정말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들고,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게된다.

비행기 폭발사고가 일어나면서 지브릴 파리슈타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되고, 살라딘 참차는 악마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각각 천사와 악마의 구현체가 되어 소설의 줄거리가 진행된다. 그러나 천사의 구현체인 지브릴의 행실이 결코 살라딘 참차에 비해 모범적인 것도 아니다.

지브릴이 꿈을 꾸는 가운데 예언자 마훈드에 관한 이야기, 이예사와 순례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특히 우리가 마호메트로 알고 있는 예언자를 빗댄 마훈드의 12명의 처를 창녀와 대비시킨 부분과 작가를 빗댄 살만이 거짓으로 예언을 받아적는 부분은 얼핏 생각하면 이슬람권을 크게 흥분시킬만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루시디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자신들의 종교적 지도자를 모욕했다고 흥분하는 것은 소설을 이해하지 못한 성급한 비난이라고 본다. 루시디는 악마의 시를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 선악의 모호성 등을 두루 규명해보고자 한 것 같다. 천사와 악마가 구현된 살라딘과 참차를 통해 선과 악이 선험적으로 정해진 것도, 전혀 연관이 없는 차원이 다른 것이 아닌, 어쩌면 종이한장 차이가 아닐까하는 의문을 제기하려 한 것은 아닌지?

솔직히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정말 어렵다. 하지만, 루시디의 마치 토크쇼에서 입담좋은 출연자가 말을 하듯이 쏟아지는 화려한 문체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그런면에서 최대한 루시디의 문체를 살리려고 노력한 번역자의 노력과 성과가 놀랍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슬람 문화나 인도 사회에 대한 기본지식이 부족하여 소설을 더 잘 음미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지식이 뒷받침된다면 루시디의 '악마의 시'는 정말로 더할나위 없는 지적 충만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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