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인간에게 해로운가? | 종교/기독교 문제 2007/06/10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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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인간에게 해로운가? -- 신이라는 망상... 에서 계속되는 글

신이 존재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누구나 다 동의할 수 있는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신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할 것이고 또 이제까지 그 신의 존재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씨름해 왔을텐데 그에 대해 시원한 답이 나왔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 더킨스는 일단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도들이 믿는 신은 인격신으로서 세상사에 계속 간섭하고 기도를 들어주는 신이라고 규정한 뒤 그런 신이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주장하지만 그도 신이 없다 라는 완벽한 증명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따져서 믿는것도 아니고 증거가 있어서 믿는 것도 아니고 믿고 싶어서 믿는 것이니 신이 없다고 누가 증명했다고 한들 종교를 믿던 사람이 갑자기 믿지 않게 되지도 않을 것 같다.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혈액형 성격이론을 믿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만일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종교는 인간에게 해롭기만 한 것일까?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종교가 인간에게 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교회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내고 있는가? 종교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은 먼저 중동 여자들 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운전은 왜 못하게 하나? 남자들과 함께가 아니면 외출도 못하게 해서 남자아이라도 데리고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머리 (또는 온몸) 를 가리고 다니는 것도 답답해 보이고. 다른 종파의 남자와 연애를 했다고 돌로 쳐 죽이기도 하고. 이런 문제가 꼭 종교 때문이 아니라 문화 때문이라고 말 할 수도 있지만 종교적 교리에 바탕을 둔 문화적 규범이기 때문에 더 융통성이 없고 바꾸기 어려운 것이 사실일 것이다. 1700 여년 된 문화 유적인 불상을 폭파시키는 것을 보면 가서 한대 주어 박고 싶은 생각이 들때도 있다. 종교가 없었으면 중동이나 인도/파키스탄 북 아일랜드등의 분쟁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슬람교는 “가짜” 신을 섬기는 종교이니까 그런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도 마녀 사냥, 십자군 전쟁, 과학자 화형등 필요 없이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일을 많이 했다. 사실 현대 서구 사회는 많이 세속화되어 되어 있고 정교 분리가 되어 종교 때문에 말도 안되게 피해보는 경우는 중동의 경우보다 덜하다. 그래서 현재 중동에서의 종교적 영향력을 서구 중세의 암흑시대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유독 미국에서는 특히 근래에 와서 보수 기독교가 정치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줄기 세포 연구도 행정부에서 지원하지 않고 외교 정책 결정도 종교적 교리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신이 세상일을 모두 주관한다는 종교인들의 믿음은 사실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적도 있다. 사실 예수의 재림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다라는 사람 중에는 지구 온난화가 그런 징조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일부 종교인들은 현세에서의 삶이나 그 삶의 현장 즉 지구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고 저 세상 (천당) 에서의 삶이 진짜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태도는 당연히 현세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또 박노자씨가 얼마전에 한겨레 신문에 썼듯이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보수적으로 만드는 경향도 있다. 미국에선 심지어 다시 정교 일치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종교가 인간에게 나쁘기만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종교는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어릴 적 부모에게 느꼈던 느낌 (신뢰감, 안정감, 부모만 옆에 있으면 만사가 다 괜찮을 것이라는 느낌) 의 신이 자기를 뒤에서 돌봐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여러가지 경우에 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소원을 이루어 달라고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조금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꼭 신이 직접 나서서 물리/자연 법칙을 무시하고 소원을 이뤄주기 때문이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이 더 열심히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도만 한뒤에 신만 믿고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면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또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들에게 신이 있고 천당이 있다는 믿음은 큰 위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지옥에 갈까봐 더 불안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종교를 믿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들이 천당에 간다고 믿는 것 같다. 종교는 또 사람들이 자기를 낮추고 겸손한 태도를 가지게 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종교는 절박한 처지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모진 삶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종교에서 해악은 없애고 좋은 점만 있게 할 수는 없을까? 만일 종교에서 비롯된 해악이 종교의 원래 취지때문이 아니라 종교 교리를 오해한 종교 지도자들 때문이라면 종교인과 비 종교인 모두 만족할 수 있을만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본다. 사실 종교 경전에 대한 해석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다. 인종 차별도 옛날에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여 정당화 한적도 있다. 요새 성경이 인종차별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성차별도 성경에 바탕을 두고 정당화 해 왔지만 현대에 와서는 많이 나아졌다. 그러니까 종교 교리도 시대에 따라 재해석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요새 천동설을 믿는 기독교인이 어디에 있는가? 중세의 천동설이 요새의 창조론이다. 진화론이 기독교 교리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많은 기독교인들은 믿고 있고 특히 미국의 종교 지도자들은 가르치도 있다. 종교가 과학을 거부하는 이유는 종교인들이 절대적인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종교 교리가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하면 싫어하고 성경 구절이 문자대로 해석하는 것이 성격의 권위를 더 높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9.11 으로 표면화 된 국제적 갈등의 원인의 하나가 사람들의 종교적 자세이고 세계 정치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의 정치세력이 좀 비이성적인 이유도 다수 미국인들의 종교적 입장이라는 인식이 작금의 종교 개혁 운동 또는 반종교 운동의 이유라고 본다. 그래서 미국엔 스퐁주교 같은 사람이 기독교를 구출하자고 외치고 있고 한국에서는 김용옥씨가 전통적인 기독교 신관을 바꾸자고 주장한다. 또 더킨스 같은 사람이 쓴 반종교적 서적이나 다빈치 코드 같은 책이들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종교적인 사람들과 이성적인 사람들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종교로 기종 종교가 개혁되는 것이 가장 건설적인 해법일 것 같고 나로서도 종교를 받아들이기 더 쉬운 길인것 같은데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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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7-3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면에서 공감가는 글. 종교의 해악과 좋은 점 모두 평소에 많이 생각해 오던 것인데, 쉽게 답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찌되었든 납치된 분들이 꼭 무사히 돌아오길 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사회에서 종교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