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토론을 보고...


최근 2-3일간 방송 3사에서 하는 한미 FTA 토론을 모두 보았다. SBS와 MBC는 VOD를 통해 보았고, KBS는 어제 생방송으로 직접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토론을 보면서 찬성측의 토론 속에서 한미 FTA 체결의 장점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방송 3사의 한미 FTA 토론을 모두 본 지금, 그런 약간의 기대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하여 우울하다는 느낌마저 갖게 되어 버렸다.


반대 패널 쪽에 쟁쟁한 심상정 의원, 최재천 의원, 정태인 교수, 이해영 교수가 나와서 땅을 치는 심정으로(그러나 무척 차분하게) 한미 FTA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음은 물론이다. 그분들의 발언이야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것이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런데, FTA 찬성 쪽에 나온 패널들은...한마디로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국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한미 FTA의 전문가로서 한미 FTA 체결에 관여하고 토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할 정도였다. 물론 그 중에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토론 내용만을 한정시켜 말한다면 주장이 비교적 논리적이었고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이혜훈 의원은 찬성쪽 패널로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한미 FTA 반대 쪽에서 발언을 했고, 현 단계에서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국회에서 개인적으로 비준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는 점이다.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고 소모적이어서 찬성쪽 패널들이 한 발언을 일일이 나열하고 그 어이없음을 지적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들의 논리는 너무도 단순하다.


▫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고 그러므로 통상이 중요하다.

▫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로서는 개방은 대세다.

▫ 개방을 하면 우리 경제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수출시장도 늘어나 지금 당장은 힘들 수 있지만 결국 더 잘살게 될 것이다.


토론을 보면서 찬성론자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효율성’ 하나만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교수는 발언을 하면서 거의 5초마다 ‘효율성’이란 단어를 남발하기도 하였다. 경제의 효율성 증대가 그 어떤 것을 희생하더라도 얻을 가치가 있는 절대적 가치인가? 그리고 그들 말대로 한미 FTA를 한다면 정말 우리 경제의 효율성이 증진되기는 하는가?


일류 미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 대학에서 법대나 경제학과 교수를 하면서 자칭타칭 FTA의 최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경제학 개론에나 나오는 자유무역의 장점을 강조하거나 FTA로 개방하면 소비자가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어 남는 자원은 자동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쓰일 것이므로 결국 우리 경제에 이익이라고 하고, FTA는 제로섬이 아닌 윈윈 게임이라서 우리가 손해를 볼 수가 없다는 식의, 정말 할 말을 잊게 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고, 어이없게도 그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총 5시간 정도 분량에 해당하는 방송 3사의 토론에서 찬성측의 발언 중 한미 FTA의 ‘득’으로 말할 만한 것은 통관 관련된 관세 5000여 만불의 절감 딱 한가지 밖에 없었다. 그 밖에는 모두 한미 FTA가 우리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추상적 구호 뿐이었다.


미국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도 없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시행령 수준의 한미 FTA가 우리에게는 헌법 내용도 개정될만큼 말도 안되는 절대적 위력으로 다가오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정부가, 우리나라에서 FTA의 최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협상의 상대방인 미국이 주장하는 내용만 되풀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사실에 비애를 느꼈다.


한미 FTA 토론을 보고서 많은 사람들이 반대 쪽으로 돌아섰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러한 국민의 염원이 정치인들에게 전달되어 부디 한미 FTA 체결이 중단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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