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14명, 한미FTA는 '뜨거운 감자'
  朴李孫 "개방은 대세"…舊여권은 "졸속우려"…민노 "당장중단"
  2007-03-14 오후 3:48:3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미 FTA 문제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접근법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에 대한 대선주자 각각의 인식의 틀이 규정되기 때문. 그에 따른 부담감으로 인해 각 대선주자들은 대개 분명한 찬반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사회적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각 대선주자들도 이 문제를 피해가기 힘든 처지가 됐다. 일부 주자들은 협상 중단론 내지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대선주자 14명 가운데 사실상 찬성론을 굳힌 쪽은 한나라당 소속인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진영.
  
  구(舊)범여권 진영에선 한미 FTA 협상 진행 과정에서 내각에 몸담은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정도만 '협상 불가피론'이다.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천정배 의원이 잇따라 협상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했고, 정운찬 전 총장도 과거 이에 대한 우려를 밝힌 바 있다. 민주노동당 주자들은 분명한 '협상 반대'다.
  
  한나라 '빅3' 한미 FTA 찬성…원희룡·고진화도 "취지는 공감"
  
  한나라당 '빅3'는 '개방 찬성론'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농업분야 등에 일부 우려를 표한 것 외에는 적극적인 찬성론에 가깝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미 FTA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같이 대외 의존도가 70%나 되는 나라는 FTA 등 대외지향적 노선을 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협정 체결 시 부정적 효과가 우려되는 농업, 스크린쿼터 등의 분야에서 우리의 특수성을 감안해 협상해야 한다"는 원론적 주문을 곁들였다. 이 전 시장 측은 이와 관련해 "개방은 시대적 대세이고 개방 자체를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우리에게 경쟁력 이 없는 농업 분야 등은 일부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도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한미 FTA 협상이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지면 한미관계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집권한다면 한미 FTA를 제외하고는 현 정권의 정책이 대부분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도 쌀 시장 개방에 대해서만큼은 완강한 반대 입장이다. 그는 "미국이 산업적 측면만을 갖고 쌀시장 개방을 요구한다면 양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심할 경우 한미관계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개방정책에 찬성하되 농업부분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밝혔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대선주자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한미 FTA를 공개 지지한 상태. 그는 지난 7일 농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나라를 경영하겠다는 입장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겠다고는 못 하겠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많은 분들이 한나라당과 내가 한미 FTA를 반대해달라고 하지만 이 나라의 나아갈 길이나 세계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희룡, 고진화 의원은 한미 FTA 추진에 대한 원론적인 찬성론을 밝히면서도 일부 각론에서 우려를 표명한 수준이다.
  
  원 의원 측은 "한미 FTA를 추진한 당초 취지에 대해서는 100%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협상 과정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 등 일부 분야에서 실망스러운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협상 중단론이나 차기정부 이월론 등에 대해선 판단을 미루고 있다. 원 의원 측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우리가 어떤 것을 얻었고 어떤 것을 잃었는지를 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진화 의원은 한미 FTA에 대한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의 국익을 관철시킬 수 없다면 한미 FTA를 전면 재검토 할 수 있는 조건부 협상전략으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일정에 쫓기지 말 것 △협상의 투명성을 담보할 것 △사후피해 구제를 위한 안전망을 확충할 것 등을 주문했다.
  
  천정배-김근태-정동영-정운찬 "졸속 우려"…한명숙-유시민 "불가피"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범여권 진영에선 한미 FTA 문제가 민감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천정배 의원이 가장 강한 비판론을 보이고 있다. 그는 14일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협상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은 반대한다"며 협상 중단과 차기정부 이월을 요구했다. 그는 그동안의 협상 진행에 대해서도 "우리가 얻은 것은 거의 없고 내주기만 해 왔다. 잘 해도 손하고 못하면 더욱 큰 손해만 남는다"고 주장했다.
  
  김근태 전 의장도 지난 1월 에드윈 폴러 해리티지 재단 이사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미 FTA가 맺어지면 제2의 IMF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국민들 사이에 있다"고 강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김 전 의장은 최근 한미 FTA 시위대 강경진압과 관련해선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은 금주 중 한미 FTA에 대한 공식적인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정동영 전 의장도 14일 "현 정부 임기 내에 협상을 타결하는 것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의장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가 기준인데 지금까지 진행된 협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며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대외적 개방과 대내적 복지'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한미 FTA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구여권이 공들이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케인즈 학파답게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경제학회 포럼에 학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급히 먹는 밥에 체한다는 말이 있듯이 준비 없는 추진은 당초 기대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10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명분으로 성급하게 추진한 시장개방이 외환위기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면서 "단기적인 이익에 쫓겨 준비 없이 하기보다 차분하게 개방의 범위와 순서를 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이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입지가 좁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재외공관장들과 함께 한 오찬에서 "한미 FTA는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7일 이임사에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한미 FTA협상 등 중요사안에서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유시민 장관 역시 지난 1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출 3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선진통상국가로 진입했다. 개방경제에서 자유무역협정은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외적으로는 선진통상국가를, 대내적으로는 사회투자국가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즉각 중단해야"
  
  민주노동당 대선주자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권영길 의원은 이날 "한미 FTA 8차 협상이 끝난 현재 우리가 얻은 것 중 구체적인 실익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피해와 심각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특히 천정배 등 일부 구여권 주자들의 신중론까지 비판하며 "협상의 즉각적인 중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 협상의 중단론을 주장하는 정치권 내의 제 세력이 참여하는 '한미 FTA 협상 즉각중단을 위한 제정당, 정파, 국회의원들의 조건 없는 정치회동'을 제안했다.
  
  심상정 의원은 "1단계로 협정 체결 저지, 2단계 비준저지를 하고 그것도 안되면 3단계로 대선과 총선에서 심판하는 완강한 투쟁을 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FTA는 서민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회찬 의원도 마찬가지. 그는 최근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자리에서 "사회 양극화의 심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대자본 중심의 성장을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한미 FTA 협상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임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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