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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4 - 386세대에서 한미FTA까지 ㅣ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4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저자 한홍구는 끊임없이 과거사, 군대문제 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해왔다. 대한민국사 1,2,3에 이어 나온 4권은 과거 독재 정권시절 언론, 기업인에 대하여 행해진 악랄한 탄압, 언론과 기업의 강취에서부터 노근리학살, 한미 FTA, 386세대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약간은 두서없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한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미워해야 마땅할 자들에 대한 정당한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그들의 만행을 까발리는 것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분노 뒤의 상황을 걱정하면서 희망의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 책의 방점은 앞부분에 찍혀 있지 않나 싶다.
미워해야 마땅할, 아니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고 사죄하며 부끄러움에 얼굴도 제대로 들고 다니지 못해야 할 자들이 오히려 사회적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고 자신들을 벌주어야 할 세력을 탄압하고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감추어온 우리 역사의 아이러니를 저자는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다.
올해로 소위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지도 10년째가 되었다. 미워해야 마땅할 놈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세력이 정권에서 물러나고 소위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은 지 이미 10년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미워해야 마땅할 놈들이 자신들의 죄과를 반성하고 그들을 한번 정당하게 미워해보는 과거사 청산은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응당 죄를 짓고 부끄러워 해야 할 자들이 오히려 목청을 높여 역공세를 펼치고,
공과에 대한 일률적 판단은 어렵다 할지라도 수많은 탄압과 폭정에 대한 명백한 책임이 있는 독재자, 의 딸이 독재자의 후광만을 등에 업고 독재자의 그림자는 짊어지지 않은 채 대권에 도전하고 있을 정도로 미워해야 마땅할 놈들의 기득권은 아직도 강력하고 사회적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미움 받고 있지 않다.
물론 미워해야 마땅할 놈들과 연계된 세력은 무조건 악이고 민주화 세력은 무조건 선이라는 도식적인 이분법은 타당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어디까지가 미워할만한 놈인지 구분하기도 애매하고(단적인 예로 독재자의 잘못을 독재자의 딸의 잘못으로 바로 연결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미워해야 마땅할 놈들이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적으로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소위 민주화 세력도 잘못도 많고 그들 자체가 이미 기득권이 된 그들이 과거의 잣대로만 언제까지나 순수성과 민주성을 담보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리고 과거에 연연하는 것보다는 현재와 앞으로의 우리사회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가가 더욱 중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인정하더라도 잘못한 자들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큰 잘못을 하여 사회적으로 미워해야 마땅할 놈들이 오히려 떵떵거리며 사는 사회는 기본적인 규범이나 틀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다. 최소한 사회적 잘못에 대해서는 벌을 주고, 벌을 줄 수 없다 하더라도 소위 정당한 사회적 공분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과거가 미래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는 밝은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저자는 일부 이슈에서는 주관적이고 때로는 편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북한에 대한 맹목적 무비판이라든지 김대중 정부에 대한 특별한 이유 없는 높은 평가(북한과의 6.15.선언 때문인 것 같은데 그 자체의 역사적 가치나 평가는 제쳐두고서라도 그것만으로 김대중 정부의 사회, 경제정책의 실패에 대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고 본다.), 같은 운동권(?) 출신으로서의 386에 대한 편애(마지못해 386이나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은 하는데 비판의 알맹이가 없고 결국 문제의 원인을 과거 독재정권에 돌리는 듯한 느낌이다) 등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주류사회에 대한 삐딱한 시선은 여전히 가치 있다고 본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많고, 저자 자신이 민주화세력으로서 언제나 도덕적, 이념적 우월성을 가진다는 듯한 태도가 조금 거슬릴 때도 있지만, 아직은 우리사회가 한홍구와 같은 삐딱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