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예비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 캠프에선 ‘X파일’이니 ‘검증’이니 하는 어휘를 입에 올리지 않으려 한다. “우리까지 그러면,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 있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어” ‘금기’처럼 돼 있다. 이처럼 대선을 향해 뛰는 예비후보들에게는 나름대로 ‘외면하거나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이 있다. 자신의 장점을 가릴 수 있는 데다 자칫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예비 후보의 과거와 현재가 녹아있기도 하다.







‘경제전문가’를 앞세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전시장은 가급적 ‘정치’와 관련된 말을 아낀다. 정치 현안이 대개 찬반이 분명하게 갈리는 등 민감하다보니 ‘경제’는 가려지고 오히려 논란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시장은 지난 1일 기자들이 당내의 정체성 논쟁에 대한 견해를 묻자 “당사자들을 만나서 정체성이 충돌할 만한 중대한 게 있는지,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를 들어본 후에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질문이 이어지자 “스펙트럼이 넓어야 하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원론을 내놓았다.

이전시장 측은 “지난달 삼성전자 탕정 LCD 단지를 찾았을 때 ‘외부영입론’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더니 ‘탕정 방문’은 사라지고 이 부분만 부각이 됐다”며 “본말이 전도될 수 있어 정치문제에 말을 아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과거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문 공개 등을 두고 “나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한 것은 한 예다. 이 때문에 “박전대통령의 딸로서 과(過)는 외면하고 공(功)만 가지려 한다”(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는 비판이 따른다. 당내 경쟁자인 원희룡 의원은 2일 “2004년 탄핵 정국에서 박전대표가 당의 변화를 약속하고 대표에 취임했으나 ‘정수장학회’에 대한 (여권의) 공격이 들어오니까 개혁과 변화는 제쳐놓고 전면적인 색깔론에 돌입한 적이 있다”며 박전대표의 ‘행적’을 문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탈당’을 거론하면 손을 내젓는다. 그는 지난 1일 탈당설 질문을 받고는 “그런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자꾸 하면 증폭돼서 정말 그러려니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똑같이 그 바탕에 ‘범여권 대통령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여권 후보설’에 대해 반드시 싫지만은 않다는 표정이다. 손전지사는 최근 같은 얘기가 나오자 “범여권 후보 제의는 들은 바 없다”면서도 “본선 경쟁력과 미래형 지도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나의 가치를 평가해줘) 개인적으로는 고맙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민주화 투사’로 부각되거나 ‘좌파’로 불리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마치 ‘옛날’에 기대고, “미래 비전은 없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어서다. 김의장이 “민주화 경력이 훈장이 아니다”라거나 “민주화운동을 할 때도 사회주의에 찬성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배경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남영동 대공분실’ 이야기를 싫어한다. ‘고문의 기억’ 때문이다. 김의장은 지난 1월 남영동 대공분실이 있던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20주기 추모식에도 ‘못’갔다고 한다.

정동영 전 의장 측에게 2004년 총선 때 ‘노인 폄훼 발언’은 아킬레스건이다. “진의와 달리 전해지면서” 결국 국회의원직을 포기해야 했고, 정치적 짐이 됐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지금도 누가 그 일을 꺼내면 제일 아프다”며 “이후 정전의장은 ‘워딩’ 때문에 참뜻이 잘못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전의장은 당시 대한노인회회장, 노인유권자연맹총재 등에게 사과하고 자주 만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가까워지는 ‘성과’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가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처음 선언했고, 집권 후 법무부장관을 지낸 ‘핵심 참모’로서 노대통령은 정치적 자산이자 부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언이다.

최재영·이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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