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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국민보고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지음 / 그린비 / 2006년 7월
평점 :
가장 근본적으로 한미 FTA를 체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크게 본다면 한미 FTA를 통하여 경제 발전을 이루어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것에 있지 않나 싶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측은 한미 FTA 체결로 고용이 창출되고, 선진 기술 및 선진 서비스업이 전수되어 우리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핑크빛 전망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무척 불투명하다. (가장 낙관적인 정부쪽 연구보고서조차 완전 시장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현실의 경제상황에 적용할 때는 무수한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p 588) 그에 반하여 한미 FTA로 인하여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은 한미 FTA를 찬성하는 쪽에서도 인정하는 바이다.(찬성하는 쪽에서는 결국 각 개인이 경쟁력을 키워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식의 답변을 한다. 각자 알아서 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지...)
노동조건 악화와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넘어서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면 한미 FTA를 체결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미 FTA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과와 파장에 대해서는 사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오직 정부와 이를 찬성하는 쪽에서만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이고 이를 잘 살릴 수 있느냐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한다.(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 결과가 안 좋으면 기회는 좋았으나 우리가 잘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면 끝 아닌가.) 하지만 한미 FTA에 관한 여러 연구를 자세히 읽다가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은 긍정적 전망은 매우 추상적인 데 반하여 부정적 전망은 비교적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한미 FTA 체결로 전 국민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고 그에 따른 긍정적 영향은 무척 불투명한 반면 부정적 영향은 무수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굳이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하는 것인가? 누구를, 무엇을 위해서?
정부가 과연 무엇을 위하여 한미 FTA를 강행하는지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정부의 의도를 선해한다 해도 맹목적으로 한미 FTA를 통하여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미 FTA를 통한 경제성장(?)은 무척 불투명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부작용은 막대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공익을 위하여 사인의 활동을 통제하고 제한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 물론 이는 법률에 의하여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바로 그것이 헌법에서의 기본권 제한의 기본 법리다. 그런데 한미 FTA의 체결함에 따라 외국 투자자의 원활한 투자 및 투자 수익 회수를 보장하기 위하여 이행의무 부과금지, 내국민 대우, 투자자대 정부 소송 등의 규정이 발효되면 정부의 외국 투자자에 대한 조정 및 통제는 거의 불가능해지게 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자신의 기본 권한 및 책무를 포기하면서까지 한미 FTA를 체결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정부의 기본 태생원리 마저도 부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을 한미 FTA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정부가 한미 FTA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경제성장(?)은 물론, 투자자(내외국을 불문한다)의 권익보호는 공공의 이익보다 한참이나 하위개념이다. 그런데 지금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꼴을 보면 투자자의 권익보호를 보장하기 위하여 공익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책에 관하여 딴지걸기
전반적으로 한미 FTA의 쟁점에 관한 지식을 정리하기에는 괜찮은 책이다. 그러나, 딴지 걸 곳은 몇 군데 있다!
1. 누워서 볼 때 떨어뜨리면 다칠 수 있다고 주의하라던 ‘나니아 연대기’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분량이 너무 많고 책이 무겁다. 더구나 잘 읽히는 소설도 아닌 딱딱한 논문(혹은 보고서) 모음집 아닌가. 웬만큼 한미 FTA에 관하여 관심이 깊지 않고서는 책을 읽다가 중간에 나가 떨어지기 쉬울 것 같다.(나도 이 책을 읽는 도중 다른 책을 3-4권쯤 읽었다.) 읽다가 너무 지루해지면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기보다는 관심있는 부분 위주로 선별해서 사전 보듯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2.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아놓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글의 설득력이나 수준에도 많은 차이가 느껴졌다. 물론 논리적인 글을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평가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일반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있어 단순히 반미, 신자유주의, 민중의 생존권만을 강조하는 것은 - 이러한 개념들이 한미 FTA와 관련된 중요 keyword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더라도 -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국민들 중에도 각자 처한 입장이나 지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상류층․전문직․지주(혹은 자본가)도 한미 FTA를 반대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물론 너무 순수한 이상론적 기대일 수도 있지만...) 그런 면에서 정치분야의 몇몇 글들은 너무 감정적이거나 일방적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읽은 글들
p15. 한미 FTA 국민보고서 총론 - 김세균
p83. 한미 FTA와 한국사회의 양극화 - 고병권
p107. 한미 FTA와 한국경제 - 장상환
p359. 한미 FTA와 금융서비스 - 이종탁
p413. 한미 FTA가 영화와 문화예술에 미칠 악영향 - 심광현
p475. 한미 FTA와 법률서비스시장 개방
p497. 한미 FTA와 투자 - 이해영
p625. 한미 FTA와 노동 - 차남호․이상훈
p687. 한미 FTA와 NAFTA - 배성인